"기프티콘 줄게" 미성년 성착취물 제작, 아파트 내부 촬영 男 잡은 경찰

수원=김지성 기자 2023. 6. 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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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임태원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수사관(35)은 "처음에는 성관계 영상이 인터넷상 유포됐다는 신고만 접수됐다"며 "디지털성범죄 사건은 하나하나가 민감하기 때문에 압수한 영상이 직접 촬영한 건지 아니면 내려받거나 구매한 것인지 구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추가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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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임태원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수사관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임태원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수사관/사진=본인 제공
"용돈 필요하세요?" "알바 하실래요?"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프로필 사진 등을 보고 어린 학생을 물색해 무작위로 이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오면 돈을 주거나 이모티콘, 기프티콘을 선물했다. 이를 대가로 사진을 요구해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그렇게 발생한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총 10명, 이 중 1명은 직접 만나 성을 매수했다.

A씨의 범행은 A씨와 전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가 성관계 영상이 유포됐다는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피해자는 당시 촬영된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수사에 착수한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은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촬영물이 회원제 불법 사이트에 4년 전부터 유포된 사실을 확인해 최초 유포자인 A씨를 검거했다.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건물 옥상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내부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영상도 발견됐다. 또 여성 화장실에 침입해 촬영을 시도한 영상도 있었다.

임태원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수사관(35)은 "처음에는 성관계 영상이 인터넷상 유포됐다는 신고만 접수됐다"며 "디지털성범죄 사건은 하나하나가 민감하기 때문에 압수한 영상이 직접 촬영한 건지 아니면 내려받거나 구매한 것인지 구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추가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9년차 경찰관인 임 수사관은 2020년 2월 사이버성폭력수사팀에 합류했다.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박사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후 2020년 5월 'n번방 방지법'이 시행돼 처벌이 강화됐지만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구입, 시청하는 범죄는 여전히 많다는 게 임 수사관 설명이다.

임 수사관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위장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성착취물 판매자를 검거하고 그에게서 구매한 사람, 또 다른 판매자까지 줄줄이 확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성숙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아동·청소년의 특징을 이용해 단돈 몇천원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악질적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자는 대부분 평범한 10대 청소년, 20대 청년들인데 성착취물을 구매해 시청하는 행위로 중한 처벌을 받아 아동 성범죄 전과자가 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또래 피해자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사이버성폭력수사팀에서 처음 맡은 사건은 수천건의 성착취물을 미끼로 불법 도박 사이트 회원을 모집한 이른바 '야동엽' 사건이었다. 당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 4만건에 달하는 IP 주소를 분석하고 한 달 동안 잠복한 끝에 피의자들이 버린 쓰레기 봉투 속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고 한다. 그 결과 수사 1년 만에 관련자 12명을 검거했다.

임 수사관은 "업무 특성상 매일같이 성착취물에 노출돼 있고 '다크웹'과 같이 폐쇄적인 곳에서 유통되는 영상에는 비인륜적이고 잔인한 내용의 영상도 있어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며 "담당한 업무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지만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 건강도 못 챙기고 밤낮 없이 업무에 매진하는 선후배, 동료 경찰관들이 정말 많다"며 "경찰은 항상 시민들 곁에 있으니 범죄로 인한 피해가 본인의 잘못이라고 자책하지 말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라"고 당부했다.

수원=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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