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남이 이재경에게 패한 뒤 억울해(?) 한 이유.."레슨해줬더니…"
마흔살 강경남, 준결승서 이재경에 5홀 차 패
"5월에 레슨해줬더니, 저한테 써 먹네요"
이재경 "선배 도움받은 뒤부터 경기력 좋아져"
배용준은 박은신 2홀 차로 꺾고 결승행
강경남(40)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준결승에서 이재경(24)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며 5월 초 GS칼텍스 매경오픈 때 있었던 둘 간의 일화를 소개했다.
코리안투어 2승의 이재경은 올 초 극심한 부진으로 시작했다.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이어 골프존 오픈 그리고 유럽 DP월드 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린 코리아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에 참가해 모두 컷 탈락했다. 108위-77위 99위로 순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6번의 라운드를 하면서 한 번도 언더파를 작성하지 못할 만큼 경기력이 떨어져 있었다.
5월 시작과 함께 대변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선배 강경남의 조언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재경과 강경남은 김한별과 함께 GS칼텍스 매경오픈 개막에 앞서 함께 연습 라운드에 나갔다.
코리안투어 18년 차 강경남은 통산 11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프로 데뷔 시절엔 기량이 뛰어나 ‘샷테크니션’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정교한 샷을 자랑했다. 어느덧 고참이 된 강경남은 레슨(?)에도 소질을 보여 종종 후배들에게 스윙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강경남은 GS칼텍스 매경오픈 연습라운드 때 우연히 이재경과 함께 라운드하게 됐다. 그러던 중 스윙 때문에 고민하는 이재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레슨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강경남은 이재경의 스윙 동작을 유심히 지켜본 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라. 공이야 어떻게 날아가든 자신 있게 스윙해봐라”라는 조언과 함께 몇 가지 기술적인 팁을 전수했다.
그날 이후 이재경은 펄펄 날았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올라 시즌 첫 톱10을 신고했고 이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공동 4위, SK텔레콤 오픈 공동 7위,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공동 10위로 4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었다.
5월 들어 상승세를 탄 이재경은 이번 대회 결승 티켓을 놓고 준결승에서 강경남을 만났다.
경기 초반부터 강경남을 몰아쳐 14번홀에서 5홀 차로 앞서 경기를 끝내고 결승에 안착했다.
이재경에게 패한 강경남은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달 전에 스윙이 잘 안돼 고민하던 이재경에게 레슨을 해줬던 일을 다시 꺼내며 “경기 중에 ‘그때 가르쳐 준 걸 나한테 써 먹냐’고 했더니 ‘원래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더라”며 “그때 레슨을 해주는 게 아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재경은 “그날 조언을 받고 난 뒤부터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인정했다.
후배 이재경에게 5홀 차로 패한 강경남의 체력의 한계를 아쉬워했다. 그는 “2010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벌써 13년 전이다. 하지만, 그때는 저도 20대였다”며 “40대의 나이가 돼서 매치플레이를 하려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어제부터 배탈로 고생하면서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준결승에서 자신을 이긴 이재경을 향해 “우승하고 인터뷰때 내가 레슨해준 얘기도 꼭 해라”라고 덕담했다. 강경남은 이날까지 나흘 동안 6라운드를 치렀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오른 이재경은 16강에서 고군택, 8강에서 권성열을 꺾은 데 이어 4강에서도 강경남을 물리치며 6전 전승을 이어갔다. 결승까지 단 1경기만 더 이기면 코리안투어 통산 3승에 처음으로 ‘매치킹’의 타이틀을 차지한다.
이재경은 “조별리그부터 계속 이기니까 자신감이 높아졌다. 자신감이 상승하니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다”며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데 긴장은 약간 된다. 좋은 긴장감이다. 이러한 긴장감도 없다면 집중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마지막 승부를 기대했다.
이재경은 또 다른 4강전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 박은신(33)을 꺾은 배용준(23)과 우승을 놓고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전은 오후 1시부터 시작한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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