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먹고 싶고, 동물 도살하긴 싫고”…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대체육 [푸드현미경]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6. 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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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잇저스트의 세포배양 닭고기로 만든 치킨너겟. 잇저스트
[푸드현미경-4] 기후변화 등 국제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량의 탄소 배출을 동반하는 기존 식품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식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육류, 유제품 등 축산물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죠. 축산물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가축의 소화과정(장내 발효)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가축 분뇨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아산화질소 등입니다.

대두 단백질 등을 활용한 식물성 대체육(육류의 맛과 식감 등을 모사한 단백질 식품)의 경우 함박스테이크부터 제육볶음, 만두, 캔햄 등 시중에 이미 다양한 제품으로 나와 있습니다. 환경에도 좋고 콜레스테롤이 없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일부 소비자들은 꾸준히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찾아 먹기도 하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육류 특유의 풍미를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들에겐 한두 번 먹어봄직한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소·돼지·닭 등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일반 육류처럼 만든 배양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맛은 물론이고 식감, 영양 등 모든 면에서 기존 고기와 가장 유사한 대체 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량의 동물세포만 채취하면 되기 때문에 동물을 도살할 필요가 없고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습니다. 기존 축산업에 비해 토지 사용량은 1%에 불과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92%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배양육은 기후변화 등으로 위축된 축산물 생산의 대안이 될 뿐만 아니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에 장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육류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에서는 2040년이면 배양육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배양육은 배아줄기세포나 근육위성세포를 배양해 만듭니다. 초기에는 혈액과 뼈, 피부, 간 등 모든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많이 사용했지만, 배아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분화시키려면 화학물질 처리가 필요해 인체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에 주로 배양육 제조에 사용되는 근육위성세포는 근육이나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재생해 주는 역할의 세포로, 고기를 구성하는 근육 조직으로만 발달해 별도의 처리 과정이 필요 없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 제품에 판매 승인을 한 국가는 싱가포르입니다. 2020년 12월 싱가포르 정부 당국은 미국의 배양육 스타트업 잇저스트의 배양 닭고기의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잇저스트는 배양육 브랜드 ‘굿미트’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 생산업체와 손 잡고 세포배양 닭고기로 만든 치킨너겟 등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배양육은 영양성분도 맞춤형으로 제조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잇저스트의 배양 닭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일반 닭고기보다 높고 건강에 좋은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과 단일 불포화 지방,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생과 신선도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 함량도 일반 닭고기보다 매우 낮았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의 대안식품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의 배양 닭고기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전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습니다. FDA는 배양 닭고기가 안전성 기준인 ‘GRAS’를 충족했으며 관련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추가 의문이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업체에 보냈습니다. FDA는 세포의 채취·저장·이동·배양과 식품원료 생산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안전성 검사는 판매 승인 전 단계에 해당합니다. 미국은 2019년 세포배양 식품의 제조·판매 허가를 위한 시스템을 법제화했지만 실제 시장에 나온 배양육 제품은 아직 없습니다.

국내에서도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의 일환으로 세포배양 식품 등 신기술을 적용해 만든 원료도 식품 원료로 인정하기 위한 제도화에 착수했습니다. 그간 국내에서 식품 원료는 농·축·수산물 등으로 한정돼 있었는데 그 범위를 확대해 배양육과 같은 대안 원료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에 맞는 식품 안전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모든 가공식품은 식품위생법에 의거한 식품 원료로만 제조가 가능합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여기에는 식품위생법 식품 원료 인정 범위를 나타내는 제5조 제1항 제1호에 ‘세포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얻은 것으로서 식품으로 사용하려는 원료’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식약처는 “세계적으로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식품 원료 인정 대상을 세포배양 식품 등 신기술을 이용한 미래 식품 원료까지 확대·개선해 신기술 적용 식품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배양육의 경우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배양육 연구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세포 배양배지 생산기업인 케이셀 바이오사이언스와 손 잡고 배양육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알레프팜, 싱가포르 시오크미트 등 배양육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해외 스타트업에도 투자한 바 있습니다.

대상도 지난 2021년 무혈청 배지 제조기술을 보유한 엑셀세라퓨틱스 등과 함께 배양육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배양육 배지의 제조 원가를 낮추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같은 해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배양돈육 시제품을 개발한 스페이스에프와 배양육·세포 배양용 배지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배양육 양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풀무원은 생선 세포를 활용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연내 입법돼 시행되더라도 실제 신기술 기반의 식품 원료로 만든 식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신소재가 식품 원료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일 뿐, 각 원료별로 한시적 기준 규격(정식 규격 도입 전 초기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규격)과 안전성 평가 체계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식약처는 이번 법 개정에서 미래 식품 원료를 특정하지는 않고 향후 업계에서 식품 원료 허가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개별적으로 심사해 허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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