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쓰러진 남성…목에는 잠금장치 걸린 쇠사슬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놀이터에 어제부터 수상한 중년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은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 A 씨를 발견했습니다.

A 씨는 며칠 동안 비를 맞아 안색이 창백하고 저체온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119 대원과 A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중 목 폴라티로 가려진 목에 감긴 쇠사슬을 발견했습니다.

쇠사슬은 A 씨가 스스로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있어 119 대원들이 절단해야 했습니다.

A 씨의 몸에서는 막대기 같은 물체로 맞은 듯한 상처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A씨가 60대인 형 B 씨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A 씨는 "형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신원 인도를 극구 거부했습니다.

B 씨가 동생을 폭행했을 것으로 의심한 경찰은 주소를 수소문해 B 씨를 만나 임의동행했습니다.

B 씨는 동생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경찰에 집안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B 씨가 폐지를 주워 파는 돈이었습니다.

동생 A 씨는 오래전부터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하며 살았는데, 화가 난 B 씨가 동생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매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 씨는 동생을 폭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 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했습니다.

또, 지자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해 이들 가족에게 물질적, 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에도 주목해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승희 기자rubyh@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