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작전 계속”vs“냉전 부활, 내정간섭”...美中국방 샹그릴라 충돌
싱가포르에서 2~4일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를 무대로 미·중이 충돌하고 있다. 양국 국방 수장 간의 회담은 불발됐지만, 양측이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서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리더십’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는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항행·작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크든 작든 모든 국가는 합법적인 해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등에 미국이 군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할 것이며, 참여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4일 연설에서 오스틴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냉전 심리가 부활하며 안보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가 군사 기지를 확장하고 지역 내 군비 경쟁을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세계 안보의 위험이라고 주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해 “일부 국가는 고의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다”고 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내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대만에 대한 외국의 간섭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부 강대국이 대만에 반복적으로 무기를 판매했다. 우리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은 다른 나라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징젠펑 부참모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스틴 장관의 대만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며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상시적으로 전쟁에 대비하고 있으며, 언제든 싸울 수 있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미중 국방장관 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미국의 대화 제의에 중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중국 측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미국이 리상푸 부장에 가한 제재를 풀 것을 요구했고, 미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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