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궁예 우려먹기 계속되는 까닭은
국민 캐릭터 탄생 막는 '시청률의 벽'
많은 배우들이 인생 캐릭터를 만나길 희망한다. 인기 드라마 속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던 일부 연기자들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안재모의 김두한과 김영철의 궁예는 작품의 종영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안재모는 최근 tvN 드라마 '구미호뎐1938'에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이 드라마 속 이연(이동욱)과 천무영(류경수)은 다른 세상에 떨어지게 됐는데 그곳에서 자신을 '종로의 김두한'이라고 소개하는 이를 마주하게 됐다. SBS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을 연기했던 안재모였다. 안재모는 이연 천무영에게 "둘 다 형편없는 실력이다. 이 싸움은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다. 난 이미 너희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야인시대' 김두한을 향한 꾸준한 수요는 카카오TV 오리지널 '야인 이즈 백'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 베일을 벗었던 '야인 이즈 백'은 안재모가 킹두한으로 변신해 그려내는 짠내 누아르를 담았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안재모의 모습은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야인시대' 속 김두한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야인시대'는 2003년 막을 내렸지만 '구미호뎐1938' '야인 이즈 백' 등에 남아 있는 흔적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KBS 드라마 '태조 왕건' 속 궁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영철은 과거 궁예를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2019년 한 화장품 회사의 광고에서 "누구인가? 누가 지금 톤 궁예를 하였어?"라는 대사를 읊으며 보는 이들이 '태조 왕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예능에서도 '태조 왕건'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영철은 MBC '라디오스타'를 찾았을 때 '태조 왕건' 40회 연장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80회에서 죽는 건데 궁예가 빠지면 재미없다고 20회 연장을 했다. 100회가 됐는데 또 빠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출연료가 올라 주인공 최수종과 비슷한 금액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태조 왕건'의 궁예가 갖고 있던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안재모의 김두한과 김영철의 궁예처럼 잘 만들어진 인생 캐릭터는 이후의 콘텐츠들에도 영향을 미치며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두 등장인물처럼 2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존재감을 자랑할 만한 캐릭터는 최근 좀처럼 나오지 않는 중이다. K-콘텐츠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의아함을 자아낼 수 있는 지점이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시청률이다. 안재모는 지난 3월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했을 때 '야인시대' 분당 시청률이 65%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궁예의 죽음을 다뤘던 '태조 왕건' 방영분의 시청률은 60%를 돌파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던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20%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1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인시대'와 '태조 왕건'의 전 국민적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종편 채널, OTT 등의 콘텐츠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국민 드라마의 탄생은 더욱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김두한 궁예만큼의 인지도를 지닌 캐릭터의 등장 가능성도 낮아졌다.
그렇다면 김두한과 궁예의 미래는 어떨까. 두 캐릭터가 '야인시대'와 '태조 왕건' 방영 후 태어난 세대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김두한과 궁예를 향한 관심이 앞으로도 지속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본지에 "요즘은 유튜브 등으로 예전 드라마의 클립들이 돌아다닌다. 젊은 세대들도 과거의 재밌었던 영상을 접하기 쉬운 상황이다. 김두한과 궁예는 대표적인 드라마 캐릭터라 예능에서도 계속 언급되다 보니 인지도가 높다. 앞으로도 대중문화 속에서 상징적인 캐릭터나 밈으로 계속 활용될 수 있을 듯하다"고 전했다.
우려먹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김두한 궁예 자체가 존재감이 뚜렷한 캐릭터였던 데다가 관련 에피소드가 다양한 만큼 그 맛이 나쁘진 않다. 지난날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중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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