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숏박스는 되고 이영지는 안 되는 '얼평'?
카리나 칭찬한 이영지에 빗발친 비판 타당한가
예쁜 외모부터 선한 심성까지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중 겉모습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연예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외적 아름다움에 과하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의견 때문이다.
TV 속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외모와 관련된 개그는 점차 사라지는 상황이다. 개그맨 이진호는 채널S·MBN '오피스 빌런'에서 "요즘에는 외모 비하 개그를 아예 안 하는 추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문화가 달랐다. 정종철 선배나 오지헌 형은 본인의 얼굴에 대해 '신이 내렸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신동엽 또한 과거 웃음을 주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깎아내렸던 적이 있다면서 공감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TV를 통해 외모 관련 개그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으나 온라인상에서는 비주얼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코미디언 허미진은 유튜브 채널 '밈고리즘'의 '폭스클럽' 콘텐츠에서 직설적인 발언을 하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함께 헌팅에 나선 친구들의 외모를 "너네 얼굴부터 고쳐야 돼" "누가 빻았냐?" 등의 말로 지적하는 허미진의 모습은 '폭스클럽'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인기 유튜브 채널 '숏튜브'에서도 외모는 개그 소재로 사용됐다. '상담'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성형외과 상담실장 역을 맡은 엄지윤은 병원을 찾은 조진세에게 "곧 잠들 것 같은 눈이다" "점이 되게 많다. 점쟁이다" 등의 말을 건넸다. 의사가 된 김원훈은 조진세에게 "턱이 이렇게 앞까지 마중 나와 있다. 턱이 안 빠진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TV 속 개그 프로그램의 트렌드와 상반된 행보를 보였지만 '밈고리즘'과 '숏박스'를 향한 반응은 뜨거웠다. '폭스클럽' 콘텐츠의 조회수는 작게는 몇십만을 돌파했고 때때로 100만까지 넘어섰다. '숏박스'의 '상담' 영상 조회 수는 764만을 기록했다. 유튜브 속 외모 관련 개그는 여전히 많은 네티즌들에게 선택을 받고 있다.
이영지는 '칭찬'도 안 된다?
일부 네티즌들에게 의아함을 안긴 지점은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가수 이영지에게 비판이 쏟아지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밈고리즘' '폭스클럽'가 외모 이야기를 했을 때와 상반된 반응이었다. 이영지는 최근 유튜브 웹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비주얼을 칭찬했다가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속 이영지는 카리나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라고 말했다. 카리나의 얼굴 크기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영지가 카리나의 외모를 과하게 칭찬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그는 직접 소신을 밝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최애 영상이 되거나 내가 새롭게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제가 유일하게 '차쥐뿔'에서 지향하는 바"라는 게 이영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전한 말이었다. '밈고리즘'과 '숏박스'는 외모를 활용한 개그를 해도 환영받았지만 이영지에게는 지적이 쏟아졌다.
'밈고리즘'과 '숏박스'를 향한 네티즌들의 거부감이 적었던 이유는 실제 코미디언들이 아닌 이들의 부 캐릭터가 놀림의 대상이 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폭스클럽'은 '페이크 다큐'라는 점을 내세웠고 시청자들은 외모를 비판받은 캐릭터와 실제 인물을 분리해 생각했다. '숏박스'를 보는 이들 또한 실제 조진세가 아닌 성형외과를 찾은 가상의 인물이 비주얼을 지적받았다고 여겼다. 무대 위가 아닌 술집, 병원 등 실제 존재하는 장소가 등장하기에 콘텐츠의 현실성이 짙어지고 코미디언과 영상 속 캐릭터의 경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진호가 말하는 '10년 전'에 외모 비하 개그를 익숙하게 접했던 이들은 '코미디 상황극일 뿐'이라며 웃을 때의 죄책감을 더욱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반면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속 카리나는 부 캐릭터가 아닌 현실 속의 그였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개그 콘텐츠도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불편함이 컸던 이유다.
물론 실제 인물의 외모에 대한 칭찬은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외의 다른 콘텐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스타들이 TV, 유튜브 예능에서 다른 출연자의 외모를 칭찬해왔다. 그럼에도 이영지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 지닌 화제성 때문이었다. 카리나 편의 조회 수는 1,056만을 돌파했다. 영상 자체가 주목받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졌다.
타인의 외모에 대한 '지적'도 아닌 '칭찬'을 했던 이영지에게 향한 잣대가 유독 가혹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화 상대에게 가벼운 덕담을 건네곤 하는 우리의 일상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많은 이들이 처음 대면하거나 오랜만에 만난 상대에게 "살이 빠졌다"거나 "사진보다 실물이 예쁘다"는 등의 칭찬을 한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매력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카리나는 연예인이다. 비주얼은 실력, 인성과 함께 어떤 스타에게 빠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새롭게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는 영상'이라는 이영지의 취지도 명확했다. 상대가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하지 않는 게 옳지만 카리나는 이영지와 훈훈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밀로의 비너스상도, 조선시대의 미인도도 외적인 매력에 대한 선망이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외면의 아름다움이 미의 기준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그 기준이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를 뿐이다. 오늘날에도 누군가는 쌍꺼풀이 있는 눈을, 누군가는 없는 눈을 선호한다.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상대의 매력에 주목해 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연예인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
다만 부 캐릭터를 내세웠더라도 외모 비하 개그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창작자들은 웃음을 주기 위해 내용이 과해지는 순간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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