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꺾인 中 시장, 자급자족 경제 구축하나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3. 6. 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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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예상 뒤집고 4월 산업생산 마이너스로 전환…한국도 중국 의존도 낮추고 신시장 개척해야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중국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연초 코로나19 방역조치들을 해제하면서 수요 회복에 따른 빠른 경제성장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출 및 소매판매 확대를 통해 3월까지 중국의 GDP는 4.5% 성장하면서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4월 이후 산업생산과 기업 이익, 부동산 판매, 신용 확대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성장은 예측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매 부문의 경우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해제된 이후 2월까지 전월 대비 1.5% 이상 급등했으나 이후에는 계속 둔화하고 있다. 산업생산 역시 4월부터는 전월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4월 신규주택 착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 3월까지 강력한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경제가 4월 이후 주춤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경제 중심도시 상하이 ⓒ연합뉴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장률 둔화

중국 기업의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할 때 3월에는 95%를 기록하면서 거의 회복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4월에는 63%로 하락했다. 소비의 약화와 더불어 부동산 부문 수요 감소는 시멘트, 유리, 가구 등 관련 산업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구리,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안화 역시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 약화는 기업의 투자 축소로 이어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 둔화는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실업률은 전체적으로는 5% 내외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만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를 상회하면서 악화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실업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 비하면 매우 낮아졌으며 고용시장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일각에서는 탄탄한 고용시장을 염두에 두고 곧 소비와 부동산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번 약화된 소비성향이 단기간에 다시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기는 힘들다.

중국 당국은 최근 상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일시적인 상황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부양책을 전개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으로서는 당초 제시했던 목표율 5%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장기 실업률 상승에 따른 사회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책이 동원된다면 소비 진작을 위한 자동차 구매 보조금이나 부동산 규제 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과 다른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민간 부문은 금융 및 인터넷 서비스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면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잇단 규제로 인해 해당 분야의 동력은 위축됐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첨단 제조업 육성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하면서 전체적인 투자 및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은 서방의 기술과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기술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수행했던 세계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이제 축소하고 자급자족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 주도의 첨단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의 이와 같은 변화는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사전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이 동맹국들에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더 빠르게 다른 국가들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자급자족 경제 체제를 갖출 것을 촉구해 왔다. 식량의 경우 주요 곡물에 대한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여 2019년 95%에 이르렀으며 기술적으로는 종자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대두의 경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와 중앙아시아 등 인접 지역에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안정적 도입선을 확보하고 있다.

의도적 고립일까, 자급자족 위한 전략일까

에너지의 경우도 중국은 80%의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저렴하게 대량의 가스와 원유를 들여오고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의존도를 높이지는 않고 있다. 카타르와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과 동시에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균형 잡힌 도입원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년까지 33%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희박한 서북지역에 편중된 재생에너지를 수요처로 보내기 위한 장거리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은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운영 실적을 축적해 가고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느리지만 꾸준하게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로 가해지고 있는 대규모 경제 제재를 목격하면서 자급자족 체제로의 전환 노력은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시도를 대외 고립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은 다른 국가에 대해 의존도를 낮추지만 다른 국가들은 중국에 더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국을 필요로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며, 이를 위해 기술적 도약과 혁신을 통해 진정한 강대국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2022년 제20차 전국대표회의에서 중국은 핵심 첨단기술을 자유시장에 맡길 수 없으며 정부가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800개가 넘는 정부 주도 기금을 설립했으며, 전략적 기술 부문에 투자되는 이들 기금 규모는 총 9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반도체 분야에 투자될 계획이며, 이미 390억 달러가 집행되고 있다. 미국 역시 최근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규모 면에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기조는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기보다는 중국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선진국으로 도약했지만 이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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