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이 예견한 SG증권발 ‘주가 폭락’…처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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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8개 상장기업 주가 폭락 사태 한달여 만인 지난 5월26일 작전세력 일당이 재판에 넘겨겼다. 검찰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와 측근 2명이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통정매매 등으로 다우데이타, 서울도시가스, 대성홀딩스 등의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7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고, 1944억원을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검찰은 핵심 ‘3인방’ 외에도 라 대표 밑에서 시세조종에 실무적으로 가담한 직원과, 피해자로 가장했으나 사실상 공범에 가까운 투자자도 형사처벌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주가 폭락 전 절묘하게 보유 지분을 매도한 대주주 일가 수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사람들은 주가 폭락 기업의 회장들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대량 매도에 나섰다고 생각한다. 그 추측이 맞다면 대주주 회장들을 처벌할 수 있을까?
주가폭락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 4월24일이다. 그 나흘 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본인이 가진 다우데이타 지분 1021만주(전체의 22.7%) 중 140만주(3.65%)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주당 매도가격은 4만3245원, 총 605억원어치였다. 이보다 사흘 앞선 4월17일에는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자사 주식 57만6946주(11.54%) 가운데 10만주(2%)를 주당 45만6950원(총 456억원)에 매도했다. 두 회사 주가는 폭락 사태 사흘 만에 각각 1만7220원, 16만1000원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장중 한때 50만원을 웃돌았던 서울도시가스는 5월 말 8만원대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김익래·김영민 회장 수사 ‘잠잠’
언론은 대주주 회장이 매도 전 폭락과 관련한 정보를 획득했다면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74조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4조 1항은 회사 내부에서 생성된 미공개 정보에 관한 규정이다. 예컨대 직무와 관련해 미공개 정보를 획득한 회사 임직원 또는 이들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얻게 된 제3자가 그 회사의 주식거래로 이익을 얻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2차전지 업체인 에코프로의 이동채 회장은 대형 수주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 지분을 차명거래 했다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방탄소년단(BTS)의 단체활동 중단 사실이 공개되기 전 자사 주식을 미리 매도한 하이브의 방탄소년단 업무 담당 직원 3명도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로 꼬리가 잡혔다. 모두 174조 1항 위반 사례다.
174조 2항은 미공개 정보를 ‘공개매수’로 한정했다. 예를 들어 ㄱ회사가 ㄴ회사 주식을 공개매수 할 예정이라고 가정했을 때 관련 업무를 맡게 된 ㄱ회사 임직원 또는 이들로부터 공개매수 정보를 얻은 제3자가 차익을 노리고 주식 등을 거래하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경우 자신이 지배주주인 다우데이타에서 생성된 내부 정보를 듣고서 지분을 대량 매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갑자기 주가가 폭락할 내부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의심하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즉 외부(시장)에서 주가 폭락 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이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경우 174조 2항(주식 등의 공개매수 미공개 정보 이용)도 당연히 해당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들에게 적용할 여지가 있는 것은 174조 3항(주식 등의 대량 취득이나 처분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 정보 이용)이다. ㄷ회사가 ㄹ회사의 ㅁ회사 지분을 대량 취득해 ㅁ회사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취득·처분 업무를 하는 ㄷ회사와 ㄹ회사의 임직원, 회사 주요 주주로서 권리행사 과정에서 취득·처분 정보를 얻게 된 자나 회사에 대한 인허가 및 감독권 등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게 된 자, 회사와 어떠한 계약 체결을 추진하다 정보를 얻게 된 자 등은 대량 취득 또는 처분 정보를 이용해 ㅁ회사 주식을 거래해선 안 된다.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자도 마찬가지다.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회장이 174조 3항 위반에 해당하려면 다우데이타와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누군가가 장중 대량 매도에 나설 것이고, 따라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정보를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판례를 보면 대량 보유자와 대량 매도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꽤 구체적이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두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174조 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의 범위에 해당하는지도 중요하다.
비리 폭로될 거 같아 주식 팔았다고?
174조 3항과 관련한 2017년 10월31일 대법원 판결도 간단하게 살펴보자. ㅂ회사 대표는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ㅅ회사의 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ㅂ회사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던 ㅇ회사 대표에게 이를 전해준다. 그가 평소 ㅅ회사 인수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ㅇ회사 대표는 ㅅ회사 대주주를 급히 만나 협상을 진행했고, 실사 뒤 지분양수도를 하기로 합의했다. 어느 날 ㅂ회사 대표는 입주한 건물에 들른 ㅇ회사 임원을 우연히 마주쳤다. “어쩐 일이냐”는 물음에 ㅇ회사 임원은 ㅅ회사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실사를 나왔다”고만 답했다. 이후 ㅂ회사 대표는 ㅅ회사 주식을 매수했고, ㅅ회사 경영권 지분양수도 공시가 나간 뒤 주가가 뛰자 매도해 차익을 얻었다.
검찰은 이를 자본시장법 174조 3항 위반으로 보고 기소해 1심에선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ㅂ회사 대표와 ㅇ회사 임원의 대화 내용이 구체적인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정보 제공자(ㅇ회사 임원)가 정보 수령자(ㅂ회사 대표)에게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ㅇ회사가 ㅅ회사를 인수한다는 사실)를 전달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몇몇 언론은 라덕연 대표와 사이가 틀어진 측근 중 한명이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떠들고 다녔고, 이 정보가 대주주 귀에 흘러들어갔다는 내용을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대량 매도의 동기가 전적으로 이런 수준의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면 법적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찰은 대주주 조사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 키움증권 압수수색이 김익래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지만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를 부인하면서 ‘혐의점이 드러나야 구체적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수사를 해야 혐의가 드러날 것 아니냐’며 검찰을 불신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건대 검찰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할까마는, 쓸데없는 오해와 잡음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신속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김수헌 경제이슈분석 미디어 ‘코리아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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