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양·질 모두 늘수 있을까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

김유나 2023. 6. 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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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돌봄교실

“학기 초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인은 입학 후 몇 달이 지난 최근에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고 합니다. 2월까지 안정적이었던 일상은 3월에 아이가 학교에 가자 숨 가쁘게 흘러갔습니다. 가장 큰 임무는 아이가 수업 후 부모와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을 빈틈없이 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돌봄교실’, ‘방과후’ 등 처음 듣는 단어 속에서 혼란스러울 때면 ‘알아서’ 오후 늦게까지 맡아 주는 유치원이 그리웠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연합뉴스
현재 초등학교의 정규 수업 외 활동은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로 나뉩니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에 3만원가량을 내고 예체능 등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 듣는 것이죠. 쉽게 말해 학원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돌봄교실은 별도 공간에 돌봄전담사가 오후 5시 등 정해진 시간까지 상주하며 아이들과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주로 저학년 대상으로, 비용 부담은 없는 대신 대상은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등으로 한정됩니다. 이 밖에 방과후학교 전후 뜨는 시간에 돌봄교실에 머물 수 있는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도 있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는 수업만 하면 되지만, 돌봄전담사는 아이들의 각기 다른 하원 스케줄 등을 챙겨야 합니다. 돌봄의 한 축인 셈입니다. 

돌봄교실이라고 아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이접기·체육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다만 정해진 것은 없어 교육청·학교·돌봄전담사의 의지·역량에 따라 질이 좌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부모 사이에서 ‘돌봄교실에서 아이가 심심해한다’, ‘영상만 틀어주고 방치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정규수업 전후 돌봄을 강화한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맡길 곳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상황을 줄인다는 것입니다. 돌봄교실에 실망하고 학원으로 발을 돌리지 않도록 공급은 물론 질 향상에도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맞벌이 가정에는 반가운 정책입니다.

일각에서는 ‘집에서 아이를 볼 수 있게 해야지 돌봄정책을 강화하면 어쩌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교원 단체는 늘봄학교를 ‘아이와 가정을 분리하는 정책’, ‘아동학대 정책’이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 중 돌봄정책이 강화됐다고 ‘집에 데려갈 수 있는 아이’를 구태여 학교에 오래 맡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학교에 머물 수 없는 아이가 가는 곳은 집이 아닌 학원이겠죠. 부모가 일찍 퇴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만, 돌봄정책과 ‘저녁이 있는 삶’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녀 양육 노동자에게 단축 근무 등을 지원하는 한편, 학교 돌봄도 그물망처럼 받쳐 주는 사회를 지향할 수도 있으니까요.  
정부 세종 청사 교육부 건물. 뉴시스
교원 단체가 돌봄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이들이 싫어서는 아닙니다. 이들 중 상당수도 아이를 학교에 맡겨야 하는 부모입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돌봄정책이 업무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현재 방과후 강사 채용 등 관련 행정 업무는 대부분 교사가 맡고 있습니다. 돌봄정책 강화는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죠. 교사들은 돌봄 업무는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학교는 ‘교육’ 공간이지 ‘돌봄’ 공간이 아니고, 돌봄은 교사의 업무도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돌봄과 교육을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 활동의 상당수가 돌봄과 겹쳐 있습니다. 교육부가 올해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시작하면서 도입한 초1 대상 ‘에듀케어’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융합된 형태입니다. 본래 방과후학교는 부모가 각자 신청하고 아이들이 교실을 찾아다녀야 하지만, 에듀케어는 바로 하교가 어려운 1학년을 모아 한 교실에서 맞춤형 프로그램과 돌봄을 제공합니다. 앞서 지인이 말했듯 ‘유치원처럼 알아서’ 봐주는 것이죠.

교육부는 늘봄학교가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융합된, 질 높은 교육·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학교가 돌봄을 배제하고 교육만 강조하는 공간이 돼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학교의 목적은 아이를 전인적인 존재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교육만 하는 학교는 학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교사들이 전통적인 학교·교사 역할만 고집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전제조건은 정부가 교사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겠죠. 정부와 교사가 함께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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