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그곳, 캐나다 동쪽땅끝은 미식천국 [함영훈의 멋·맛·쉼]

2023. 6. 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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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빨간머리 앤’은 어릴적 한번쯤 읽어보고 그 감명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거나, 몇 번 들어보았던 청소년 소설이다.

캐나다 작가,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유럽을 마주보는 동쪽 땅끝마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친척집 동네 배경과 구전되던 이야기를 근거로 파란만장 소녀의 일대기를 가슴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앤이 살았던 녹색지붕 농장집, 그린게이블즈는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사촌이 운영하는 농장으로 실존하는 곳이다.

소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관광명소가 되었고, 캐나다 국가 사적지로 지정됐다. 소설 속에 기쁨의 하얀길, 빛나는 호수라고 이름붙여진 곳 역시 실재한다. 관광지가 된 그린게이블즈 내부는 소설 속에서 묘사된 그대로 재현돼 있다.

캐나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빨간 머리 앤 실제 배경, 그린 게이블즈 농장집

▶‘기쁨의 하얀길, 빛나는 호수’= 농장주 부부는 농사일 도와줄 남자아이를 고아원에서 데려오기로 했는데,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만남의 장소인 역에 나온 사람은 남자아이가 아니라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빨강머리 소녀 앤이었다.

처음엔 데면데면했지만 나중엔 농장부부와 정을 나누고, 나중에 그들과 사별하고, 자신을 어릴 적 놀려먹던 남사친과 사랑을 일궈나가며, 둘이 결혼한 후에도 앤이 능동적이고 명랑함을 이어가며 희망을 가꾸는 과정이 담겨있다.

역사유적이나 세계유산급 절경이 있는 곳은 아니어도, 소설이 유명세를 탔고, 읽는 이에게 감명을 주었으니, 이곳을 여행할 때엔 그녀의 집 외관과 내부, 마을의 풀섶들, 손 때묻지 않은 기쁨의 하얀길, 빛나는 호수, 멀리 보이는 바다풍경 등을 접하는 감동은 배가되겠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이곳은 미식의 고을이라고 캐나다관광청은 설명한다. 대서양을 접한 땅끝마을이라기에 미식천국이리라 예상은 했는데,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한국의 땅끝마을 해남과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 중 하나인 스페인 서쪽 땅끝마을 피(니)스테라, 남극과 마주하는 호주 빅토리아주 사우스포인트가 모두 미식의 고장인데다 입맛도 비슷했으니.

빨간머리앤의 무대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는 풍부한 해산물 요리와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고 신선한 로컬 맥주까지 들이키는 곳이다. 다음은 캐나다관광청이 추천하는 빨간머리 앤 마을의 미식여행 콘텐츠.

랍스터 한상

▶샬럿타운= PEI에 왔다면 최소한 한 끼는 특산물인 랍스터를 맛봐야 한다. 이곳에서 잡아올려 더할 나위 없이 싱싱할 뿐 아니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장소가 많다. 특히 샬럿타운에서 위치한 ‘랍스터 온 더 워프(Lobster on the Wharf)’는 크림소스와 감자튀김을 곁들인 랍스터 푸틴과 랍스터 맥앤치즈 까르보나라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고소한 까르보나라 소스가 촉촉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랍스터를 만나 입안을 가득 메우고 있노라면 어느새 미소 짓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퀘벡도 같은 랍스터인데, 가격이 참 착하다.

1983년 오픈한 ‘카우스 크리머리(Cows Creamery)’는 캐나다 전역에 지점을 보유한 캐나다 최고의 수제 아이스크림 매장이다.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로 만들어져 아이스크림이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아이스크림 이외에도 소를 테마로 한 식료품과 잡화를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카우스 크리머리의 대표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와 굿즈가 인기 만점이다.

자동 생성된 설명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로컬 맥주다. 2013년에 설립된 ‘PEI 브루잉 컴퍼니(PEI Brewing Co.)’는 지역 농가와 컬래버레이션한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가한 블루베리 에일과 빅 돈 커피 스타우드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으니 꼭 맛보도록 하자.

와인과 페어링

▶이스트 해안 드라이브= 둘째 날은 조지타운에 위치한 ‘마룬 피그 아트 갤러리&스위트 숍(Maroon Pig Art Gallery & Sweet Shop)’에서 출발한다. 이곳에서는 갓 볶아 더욱 향긋한 공정 무역 커피와 촉촉한 브라우니, 컵케이크 등 다양한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달콤한 먹거리가 진열대에 가득하다. 또한 키친 팟파이와 샌드위치 등 런치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출출함을 달래기에도 좋다.

‘미리아드 뷰 디스틸러리(Myriad View Distillery)’는 2006년에 설립된 양조장으로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브랜디, 진, 보드카를 생산하고 있다. 섬에서 자란 허브들을 증류해 제조한 더 피시케스 가든 진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술이다.

그린 게이블스 비어

▶센트럴 그린 게이블스 쇼어= 빨간 머리 앤의 탄생지이자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향인 그린 게이블스 인근에 위치한 ‘듄스 스튜디오 갤러리 & 카페(The Dunes Studio Gallery & Café)’는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과 로컬 식재료로 사용한 훌륭한 요리를 제공한다. 식사와 더불어 커피, 칵테일, 와인, 맥주 등을 다양한 음료를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노스 러스티코 하버에 위치해 있는 ‘블루 머슬 카페(Blue Mussel Cafe)’는 당일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선보이면서 잊지 못할 PEI 미식 체험을 선사한다. 현지에서 조달한 랍스터와 굴, 대구, 넙치 등의 향연 속에서 캐나다인 특유의 친절함이 더해지면서 저렴한 가격으로도 가장 감각적인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PEI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인 만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블루머슬카페 나무반상 한상

▶센트럴 레드 샌즈 쇼어= 빅토리아 플레이 하우스 건너편에 위치한 ‘랜드마크 오이스터 하우스(Landmark Oyster House)’는 가벼운 한 끼를 원할 때 방문하면 된다.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며 캐주얼한 음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레드샌즈와 푸른 파도, 흰 포말의 삼색 조화가 미식여행을 풍성하게 한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킨코라의 ‘오쉐스 펍 앤 이터리(O’Shea’s Pub & Eatery)’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간단한 요리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곳이다. 매주 금요일에는 라이브 음악과 퀴즈쇼가 열리는데,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이리시 펍 특유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채소가 듬뿍 얹어진 샐러드, 샌드위치, 햄버거, 피시 앤 칩스 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웨스트_ 노스 케이프 해안= 아브람 빌리지의 센터 엑스포 페스티벌 지역에 위치한 ‘라 트라페 레스토랑 & 바(La Trappe)’는 집밥같이 편안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현지 농산물을 사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선보인다. 다양한 해산물 요리는 물론 홈메이드 스타일 디저트도 마련되어 있다.

PEI에서의 푸드 트립은 로드 밀 리버 리조트에 있는 칼라그한 (Callaghan’s)에서 마무리하면 완벽하다.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캐나다산 해산물 코스요리를 즐긴다.

내가 희망을 노래하던 ‘빨간 머리 앤’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은 덤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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