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속세율 90%?…보수·진보 경계없이 “상속세 강화” 외쳤던 이유는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6. 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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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유족들이 상속세를 회사 지분으로 물납하면서 정부가 넥슨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최대 60%를 넘나드는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율을 놓고 다시 한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인 15%의 4배에 달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죠.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상속세를 완화하는 ‘유산취득세’ 공약을 내세웠던 바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정책현안들에 밀려 별다른 진전이 없는새 윤석열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기업의 2대주주로 등극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상속세를 놓고 역대 대통령들이 어떤 발언들을 내놨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흔히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상속세에 대한 입장이 갈릴 것으로 예상하실텐데요. 의외로 이념성향과 달리 상속세에 대한 입장이 유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고 상속세율 이승만 90%, 박정희 75%…박정희 “국세청 신설해 세무행정 강화”
1950년 한국이 상속세법을 입법하면서 도입한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90%에 달했다고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기에도 최고세율이 75%에 이르렀구요.

이 시절의 상속세율이 이토록 높았던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연설문이 하나 있는데요. 196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조세증가액 72억500만원은 국세청 신설에 의한 세무행정의 강화와 경제성장에 의한 자연증수 등으로 추가세원을 확보케 된 것입니다”라며 상속세 역시 1억원이 증액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세정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고 하죠. 기본적으로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못할 것을 가정해두고 잡아둔 세율이었던 셈입니다.

참여정부 평가포럼 대통령 특별강연1(2007)
노태우·김영삼도 “엄정한 과세”…노무현은 “미국에서는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 혐오”
상속세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이후 정부들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보수진영 대통령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지만 1988년 ‘한국일보 창간 34돌 기념 특별회견’에서 “상속세의 과세체제를 현실화하고 재산과세를 강화할 것이며 기업에 대한 과세를 형평에 맞게 바로잡을 것입니다”라 밝혔으며, 1990년 ‘6·29선언 3주년 기념 국민과의대화’에서도 “올가을 세제개혁을 통해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줄이는 대신, 땀흘리지 않고 번 소득과 상속재산 등에 대하여는 세금이 무겁게 부과되도록 하겠습니다”라 강조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는 1995년 ‘세계일보 특별회견’에서 “정부는 대기업의 경쟁력 집중을 억제하고 소유분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자한도의 축소, 상속세 등의 엄격한 적용 등 공정거래법과 관련세법을 보강해 나갈 것입니다”라 밝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속세에 관한 발언은 아직까지도 가끔 회자되는데요.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감세공약을 쏟아내자 “옛날에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상속세를 폐지하겠다고 하니까 미국의 엄청난 부자가 참 혐오스럽다, 이렇게 말했다지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부자가 있기를 바랍니다”라 외쳤습니다.

박근혜 “200년 명문장수기업 나올 수 있게 할 것”
상속세에 대한 기류가 바뀐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부터입니다. 아무래도 오랜기간 발전해 온 국세청의 세무행정 능력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의 상속세 논의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 시기부터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 강소기업들이 상속세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일이 집중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출범식’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7,200여개가 있고, 일본에는 3천여개, 독일에는 1,500여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6개뿐입니다”라며 “앞으로 우리 중견기업의 가업이 원활하게 상속되어 100년, 200년을 이어가는 명문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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