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근무? 자부심이죠" 이채연 애니메이터의 '엘리멘탈'[★FULL인터뷰]

김노을 기자 2023. 6.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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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노을 기자]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애니메이터 이채연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애니메이터 이채연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 개봉을 앞두고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돼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채연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버즈 라이트이어'에 이어 '엘리멘탈'에 합류, 작품 속 3D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이날 스타뉴스와 만난 이채연은 '엘리멘탈'이 오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에 대해 "영화가 이민자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저에게도 좀 더 특별하다. 한국에서 홍보를 하는 게 설레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 한국계 이민자의 손으로 그려낸 '엘리멘탈' 속 다양성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엘리멘탈'은 한국계 이민자 2세인 손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스며든 영화다. 영화 속 앰버가 사는 파이어 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설정은 손 감독이 뉴욕에서 자라며 받은 차별과 외국인 혐오 등의 경험이 녹아 있다.

손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민자로 살아온 이채연은 "한국에서 게임 애니메이터로 일을 하다가 디즈니, 픽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유학을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이민자로서 여전히 미국에 적응하며 사는 중이라 '엘리멘탈' 속 이민 1세대인 인물들에게 더 감정을 이입하며 작업했다. 저의 경우는 캐나다로 유학을 가 10년 정도 있다가 픽사로 옮기게 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엘리멘탈' 팀은 이민자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더욱 똘똘 뭉치게 됐다. 이채연은 손 감독과의 작업기를 묻자 "(손 감독이) 자신과 부모님 간 경험담을 공유해줬고, 그걸 들은 우리는 더욱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 사람들끼리 짜장면을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감독님께서 '인종차별을 겪어본 적이 없냐'고 묻기도 하셨다. 그런 식으로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좀 더 감독님에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 픽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그 자체로 자부심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채연은 한국에서 게임 애니메이터로 근무하다 2021년 픽사에 입사했다. 그는 "픽사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곳"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애니메이터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한국인으로서 픽사에서 일하는 건 큰 자부심이다. 특히 이번 영화는 한국계 감독님이 만드신 거라 더욱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채연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버즈 라이트이어'에 이어 '엘리멘탈'에 합류, 작품 속 3D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특히 전작 '버즈 라이트이어'를 마친 직후 '엘리멘탈'에 합류해 고충이 컸다.

그는 "'버즈 라이트이어'를 마치고 바로 이번 작품에 투입돼 몇 달 정도는 적응해 나가는 시간을 거쳤다"며 "아무래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할 때와는 약간 다른 것 같다. 마블 영화의 경우는 그들이 원하는 뚜렷한 비전이 있기 때문에 저의 샷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 '내 것이 아닌 그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인으로서 픽사에서 근무하며 체감한 재미있는 일화도 전했다. 이채연은 "외국인들이 한국 애니메이터에게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볼 때 한국인들은 얌전하고 조용한데 작업물을 보면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이니까 그걸 흥미롭게 생각하더라. 그들은 '너희가 보는 K-드라마 때문이냐'고 묻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지닌 센스나 코드 같은 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좀 다른 것 같긴 하다"고 밝히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면서 "제 생각엔 어릴 적부터 봐온 드라마, 문화, 유행에 빨리 적응하는 것 등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예전만 못한 픽사? 지친 어른들을 위로하는 건 여전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채연은 자신이 직접 참여한 '엘리멘탈', 게다가 이민자인 자신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한국을 찾자 가족들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채연은 "제가 작품을 들고 한국에 오니 가족들이 신기해 하더라. 마치 '네가?' 이런 느낌"이라며 웃은 뒤 "특히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동생이 자랑스러워 한다.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이런 모습을 볼 때 굉장히 뿌듯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채연의 차기작은 '엘리오'(Elio)다. '엘리오'는 픽사의 2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내년 개봉 예정이다. 이렇듯 매년 탄탄한 라인업을 공개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픽사이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픽사가 내놓는 영화들이 과거의 영광을 따라가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채연은 "픽사는 언제나 다양한 시도를 하기 때문에 모든 게 잘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것이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사 영화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만을 위한 만화 영화가 아니라 지친 어른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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