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인간을 향한 미술…英 내셔널갤러리 명화展

김일창 기자 2023. 6.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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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보티첼리·라파엘로·렘브란트·고흐·고갱 등 르네상스~인상주의…10월9일까지
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성 제노비오의 세가지 기적'을 살펴보고 있다. 2023.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접어드는 르네상스부터 본격적인 인간 중심의 세계가 펼쳐지는 인상주의까지의 회화를 한눈에 살펴보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9일까지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 중 일부를 전시하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개최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고중세 미술을 다루는 루브르 박물관과 근대미술을 다루는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현대미술을 다루는 퐁피두 센터가 있다. 이 세 미술관을 '정독'하는 것만으로도 서양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영국 런던에도 이런 미술관들이 있다. 방대한 그리스·로마, 이집트 미술품을 소장해 루브르와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대영박물관과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의 주요 회화를 소장한 내셔널갤러리,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현대미술 성지인 테이트 모던이 그곳이다.

대영박물관과 테이트모던을 잇는 내셔널갤러리는 1824년 런던에서 왕실과 귀족만이 아닌 영국민 모두를 위한 미술관을 모토로 개관했다. 은행가인 존 줄리어스 앵거스타인이 소장한 작품 38점을 구입해 그의 집에서 전시한 것이 시초이다.

1838년 현재의 트라팔가 광장에 건물을 지어 이사한 후 지금까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 유물을 대피시킨 상황에서도 '한 점 전시회'를 개최하며 공공미술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하지 않은 곳이다.

이번 전시는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을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것으로 '종교와 신'에 집중된 시대에서 '사람과 일상'에 대한 주제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거장의 시선을 따라 조명한다.

산드로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티치아노와 카라바조, 니콜라 푸생과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와 렘브란트,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 클로드 모네와 에두아르 마네,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서양미술 거장 50명의 작품 52점이 공개된다.

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안토니 반 다이크의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를 비롯한 전시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3.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미술은 시대를 반영한다. '다시 태어남'이란 뜻의 르네상스(Renaissance)는 종교와 신의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잊혔었던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꺼내 탐구하며 더 발달시킨 시대이다.

미술에서는 그래서 원근법으로 공간감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화가들은 사람의 몸을 그리는 데 이상적인 비례를 중요하게 여겨 해부학을, 영감을 얻으려고 고전을 탐구한다. 예수와 성모는 여전히 그림의 주요 소재였으나 이전의 기독교적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그 모습을 감정이 담긴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전시 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등 거장의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며 발표한 '95개조 반박문'에서 시작한 종교개혁은 가톨릭을 위협했다. 개혁과 변화의 길을 찾기 시작한 가톨릭은 미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신앙심을 높이고자 했고, 이를 위해 전달하려는 내용이 확실하고 사실적이며 감정에 호소하는 그림을 선호했다.

특히 참회 의식인 고해성사나 명상 등 개인적인 종교 활동을 권장해 기도하는 성모나 참회하는 성인 도상이 유행했다.

2부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에서는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신앙을 북돋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술의 역할에 주목한 가톨릭 국가의 미술과 종교 미술 대신 사람과 그 주변 일상으로 관심을 옮긴 프로테스탄트 국가의 미술을 보여준다.

이어진 17세기, 유럽에 퍼진 계몽주의는 또다른 미술의 등장을 불러온다. 개인의 자유에 주목한 계몽주의는 그동안 절대적이던 교회와 국가의 권위를 위협했고, 18세기에 들어서자 절대 왕정이 쇠락하면서 교회의 힘은 더 약해졌다.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이런 변화에 속도를 더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고, 그림도 종교와 사상보다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기 시작했다.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에서는 반 다이크와 카날레토, 토머스 로렌스, 존 컨스터블 등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변화를 조망한다.

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를 살펴보고 있다. 2023.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1826년 사진이 등장하면서 화가는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튜브 물감이 발명되면서 '실내'에서 해방된 화가는 스스로 선택한 현실 속 순간을 주관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더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주제에 집착하는 것'이 중요치 않게 된 것이다.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에서는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모네와 마네, 고흐와 고갱 등의 작품을 통해 완전히 인간 중심의 회화로 들어선 서양미술사를 살핀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거장이 그린 명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 경향을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을 향해 가는 화가의 시선을 따라 예술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료관람.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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