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기 시장 독무대 기회 얻은 FA-50… 남은 과제 만만치 않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입력 2023. 6. 4. 06:05 수정 2023. 6. 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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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FA-50 경공격기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와 FA-50M 18대를 9억2000만달러(약 1조2069억원)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앞서 폴란드와 수출 계약을 맺은 KAI는 이집트에 대한 수출 협상을 진행중이다. 2~3년 안으로 본격화할 미군 훈련기 사업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가 훈련을 위해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FA-50 등 T-50 계열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높일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기회를 잡으려면 구매 대상국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세심한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FA-50PL 체계통합, 잠재적 리스크 발생할까

지난해 폴란드와 체결한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FA-50 48대 수출 계약에 따라 KAI는 FA-50GF 12대를 올해 안에, FA-50PL 36대를 2025~2028년 공급할 계획이다.

FA-50GF는 한국 공군 전술입문기인 TA-50 블록2다. FA-50을 토대로 KAI가 2년에 걸쳐 개발한 기종으로 기총과 공대공 및 공대지 무장을 쓴다. 제한적인 공중전과 지상공격이 가능하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고정익동에서 KAI 직원들이 TA-50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FA-50PL은 폴란드 요구사항을 반영해서 제작한다. 기존에 FA-50 블록20으로 알려졌던 모델을 기반으로 할 예정이다.

미국 레이시온이 만든 팬텀 스트라이크 능동전자주사(AESA)레이더와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록히드마틴 스나이퍼 포드 표적추적장치, 레이저 유도폭탄, 공중급유장치 등을 장착한다. 기존 FA-50보다 탐지 및 타격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동시 교전 능력도 향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달 폴란드에 스나이퍼 포드 34대를 1억2470만 달러(약 1650억 원)에 파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DSCA는 “이번 판매는 폴란드가 한국에서 구매하는 FA-50 전투기의 표적 식별, 추적 및 원거리 교전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IM-9X를 비롯한 미국산 항공무장은 폴란드 공군 F-16, F-35A에도 쓰이는 것이 다수다. 폴란드가 자체적으로 미국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폴란드 요구사항이 반영된 FA-50PL 상상도. KAI 제공
문제는 체계통합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첨단 장비와 무장을 효율적으로 통합, 조종사가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운용할 수 있어야 전투기가 실질적인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AESA 레이더와 탐지장비 및 항공무장 간 체계통합이 필수다.

레이더를 비롯한 전투기의 체계통합은 탑재장비와 기체 특성 등에 따라 소요비용과 시간, 기술적 난도가 달라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된 장비와 항공무장을 사용하려는 기조가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수의 사용실적을 지닌 장비 간 체계통합은 어떨까. 한국 공군은 미국 등에서 널리 사용된 F-15의 한국형인 F-15K에 독일에서 성능을 검증, 타이푼 등에 장착했던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을 체계통합한 바 있다. 

레이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 체계통합에는 3년간 800억원 이상이 소요됐고, 2017년 9월 첫 시험발사를 통해 F-15K와 타우러스 미사일 간의 체계통합과 안전 분리 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따로 거쳤다. 

이미 검증된 장비를 체계통합하는데도 수년의 시간과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 것을 감안하면, 새로 개발한 장비를 체계통합할 경우 잠재적 리스크나 사전에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 일정과 비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FA-50PL에 탑재될 팬텀 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는 새롭게 만든 것으로, 사용실적이 아직까지 없다. 체계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소요시간, 비용 등에 대한 사전 식별이나 전망, 계산, 계획수립 등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일정이 지연된다면 FA-50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T-50을 개발한 KAI와 미 록히드마틴과의 협력 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체계통합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구영 KAI 사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2월 호주에서 열린 아발론 국제에어쇼에서 호주 공군 항공전투단장 피트 로빈슨 준장(왼쪽 다섯번째)에게 FA-50을 소개하고 있다. KAI 제공
◆FA-50M 탑재될 레이더는

이같은 상황에서 KAI가 말레이시아에 판매할 FA-50M의 모습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FA-50M은 KAI가 기존에 공개했던 FA-50의 개량형인 FA-50 블록 20이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FA-50PL과 유사하다.

강구영 KAI 사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국영 통신사 베르나마(Bernama)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부터 말레이시아 공군이 FA-50M을 인도받을 것이며, 첫 4대는 한국에서 제작하고 나머지 14대는 말레이시아와 한국 간 긴밀한 기술 조율을 통해 현지 조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FA-50M에는 첨단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지만, 기종은 아직 공개된 바 없다. 

FA-50PL에는 미 레이시온이 개발한 팬텀 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가 탑재된다. 하지만 FA-50M에도 쓰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말레이시아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팬텀 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를 FA-50M에 사용하려면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이 필요한데, 미국은 이슬람 국가에 첨단 항공 관련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꺼리는 기류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다. 레이더는 물론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스나이퍼 포드 등 관련 장비 판매 심사도 폴란드 등의 사례보다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산 SU-30MKM 전투기 18대를 운용중인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튀르키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는 2014년 5월 F-35 도입을 결정하고 F-35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S-400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자 미국은 2019년 7월 튀르키예를 F-35 공동개발 프로그램에서 퇴출하고 판매를 금지했다. 

F-35와 S-400을 함께 운용하면 F-35의 비밀 정보가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미국이 첨단 항공 기술 정보 보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수출 승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FA-50이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산 레이더 탑재한 FA-50 수출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FA-50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더 높일 기회를 놓쳤으므로, 말레이시아에서 이를 만회할 방법을 찾는 것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공군이 FA-50을 늘리는데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은 FA-50에 필수다. 

수출에서 성과를 얻으려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품 국산화와 무장 및 전자장비 옵션을 늘려야 한다. 이는 미국 정부 수출 승인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FA-50은 첫 등장 이후 KAI 직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에 힘입어 국산화율을 높이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다른 국내 방산업체들도 FA-50에 적용 가능한 기술과 장비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미국산 이외에 유럽 제품을 탑재하는 방안도 계속 거론됐다.

하지만 FA-50PL의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 이같은 기조는 후퇴한 모양새다. 체계통합은 미 록히드마틴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탑재장비와 무장도 폴란드군이 쓰는 미국산이 많다. 

국내 방산업체가 만든 레이더를 비롯한 국산 항공전자장비 또는 영국산 아스람처럼 AIM-9X보다 사거리나 정확도, 속도 등에서 우수한 제3국 항공무장 장착 등을 제시, 폴란드와 협상을 벌여 성능과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미군 훈련기 사업을 위해서는 록히드마틴 등 미국 내 이해당사자들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감안하면 국산이나 제3국 구성품을 고집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 과정에서의 수익성 증대와 첨단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려는 정부 기조 등을 고려하면,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 폴란드 측과 국산 또는 제3국 장비 맟 기술 적용에 대한 심도깊은 협상을 통해 이를 관철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폴란드 이외의 FA-50 수출과 관련, 국산 AESA 레이더 탑재 여부가 주목을 받는다.

LIG 넥스원이 개발한 ESR-500A 능동전자주사(AESA)레이더. LIG 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은 FA-50 탑재 ESR-500A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당시 AESA 레이더 탐색개발과 시제품 제작 경험을 토대로 LIG넥스원이 자체 투자 및 KAI와의 협력을 통해 2020년부터 개발해온 ESR-500A은 TA-50, FA-50 탑재 레이더 대체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팬텀 스트라이크처럼 공랭식 냉각체계를 사용한다. 수랭식은 기체를 대규모로 개조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공랭식은 큰 개조 없이도 탑재가 가능하다.

기존 FA-50에 탑재된 이스라엘산 EL/M-2023 레이더와 같은 수준의 전력 및 공기를 제공받으면서도 첨단 AESA 기술에 힘입어 탐지거리가 더 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과 냉각용 공기 공급이 늘어나면 탐지거리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FA-50은 추가 수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AI에 따르면, 현재 이집트와 FA-50 36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물량은 최대 100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집트도 말레이시아처럼 러시아산 전투기와 헬기를 운용하며, 프랑스 등에서도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산 최신 전자장비 수출 승인이 제때 이뤄질 것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말레이시아와 이집트 등 이슬람 국가나 제3세계 국가에 대한 FA-50 블록 20 수출 시 국산 AESA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나 유럽산 항공무장 등을 사용하는 또다른 형태의 블록 20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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