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컴백 준비 이상 무’ 허훈x송교창의 군대 썰! 예썰!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5월 16일 진행됐습니다.
허훈, 송교창이 훈련소 썰 푼다
허훈과 송교창은 2022년 5월 16일 입소했다. KBL에서 정규리그 MVP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었던 만큼, 이들은 훈련소에서 며칠 지나지 않아 대표팀에 차출됐다. 함께 입소한 동기들이 일찌감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후 상무에 배치된 것과 달리, 이들은 대표팀 일정을 마친 후 훈련소로 돌아와 못다 한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만큼 이들이 털어놓은 훈련소 얘기도 많았다.
어느덧 입대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혹시 훈련소에서의 첫날 기억나나요?
송교창(이하 교창)_기상하면 나팔 소리가 울려요. 이튿날 아침에 그걸 처음 듣는데 정말 최악이더라고요. 남자들끼리 장난삼아 몇억 주면 훈련소 다시 갈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10억 준다고 해도 안 갑니다. (저는 20살로 돌아갈 수만 있어도 군대 다시 갈 수 있어요)
허훈(이하 훈)_에이…. 진짜요? 전 훈련소만 안 간다면 돌아갈 수 있어요. 저희는 입소하고 며칠 안 지나서 대표팀에 차출됐거든요. 그래서 8월에 다시 훈련소로 돌아왔는데 지옥이었어요. 살다 살다 그런 생지옥은…. 농담입니다(웃음). 훈련소에서 배운 것도 있지만, 단체생활은 해봤어도 또 다른 단체생활이다 보니 힘들었어요. 그래도 다들 하는 거니까요. 상무에 대해선 얘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자대 배치받은 후 적응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어요.
훈련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훈_훈련소에 돌아온 후 첫 훈련이 방독면 착용이었는데 그날 마침 폭우가 내렸어요. 그냥 비 말고 엄청 쏟아지는 폭우요. 그런데 중대장님이 훈련병들을 다 데리고 훈련하러 나가시더라고요. 조교도 군화에 이렇게 물 찬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판초 우의 쓰고 훈련하러 가는데 이게 사람이 할 짓이 맞나 싶기도 하고….
교창_코로나19가 한창 확산 중일 때라 화생방에 들어가진 않아서 다행이었죠. 훈련소 생활을 며칠 한 후 대표팀 차출됐으니까 돌아가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잘 알잖아요. ‘내가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에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허)훈이 형이랑 같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정말 많은데 여기서 밝히긴 곤란해서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웃음).
사격 실력은 어땠나요?
훈_저는 진짜 잘했어요. 20발 중 11발 맞췄어요. 10발 이상이면 PX 이용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군대 있을 때에 비하면 커트라인이 낮은데요?)아, 저희가 사격할 때는 8월이어서 풀때기가 무지막지하게 자라 있었어요. 표적을 가릴 정도였죠. 제 시력이 2.0인데도 안 보였어요. 그거 감안하면 많이 맞춘 거였죠. 100m는 거의 다 맞췄고요. (사격 자세를 취하며)북한군이었으면 헤드샷, 아니다. 인중도 맞췄을 거예요.
교창_어휴, 훈이 형 참군인이네. 10발 이상만 몇 발 맞췄는지 알려줬는데 저는 안 알려주더라고요. 10발 이하였던 걸로….
수류탄은 안 던졌나요?
교창_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진짜 수류탄은 못 던져봤어요. 연습용으로 소리만 나는 거 있잖아요. 그것만 던졌는데 그날이 마침 훈이 형 생일이었어요.
훈_기억난다. 제 생일인데 그날 또 폭우가 내렸어요. 아니, 무슨 훈련만 나갔다 하면 폭우가 내려요. 그런데 교육대장님이 FM이셔서 폭우고 뭐고 항상 훈련을 나가셨어요. 29년 살면서 겪은 최악의 생일이었죠(웃음).
코로나19 여파로 훈련에 제약이 많았네요.
교창_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축구도 못하게 했어요. 원래 조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거기도 못 썼죠. 저희는 대표팀 차출 갔다 온 후에 격리까지 했었어요. 4일 정도였나? 격리 들어가면 할 게 없으니까 책을 갖고 들어갔는데 책 안 읽는 훈이 형도 책을 읽더라고요.
훈_그때 책 처음 읽어봤습니다(웃음).
곧 있으면 첫 후임을 맞이하게 됩니다. 설레지 않나요?
훈_어제 입소했다고 들었어요. 전투식량, 육개장 많이 먹고 있겠네. (박)지원이랑 입소 전 통화할 때 팁을 알려줬어요. “훈련소 들어가면 가방 검사 안 하니까 과자랑 커피 챙겨가라. 그게 네가 살 길이다”라고 말해주니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후임들이 어떤 썰 들려줄지 벌써 궁금해요.
교창_경험 안 해보면 몰라요. 다들 해봐야 알지. (변)준형이, (전)현우가 친구예요. 현우는 조금 늦게 입소하게 됐지만, (조)한진이는 삼일중 동창이고요. 친구들과 오랜만에 같은 팀에서 운동할 수 있게 돼 기분이 남달라요.
훈_별다를 건 없어요. 아침점호 똑같이 하고 일과시간에 훈련 대신 운동하는 거죠. 일과시간 끝나면 대장님께 허락받아서 배구부랑 발야구, 축구도 하고요. 배구선수들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교창_아침점호 받으려면 연병장까지 내려갔다 와야 하는데 멀어요. 아침점호 끝나면 2km 뛰고 올라와야 하죠. 그리고 상무 야간운동이 은근히 힘들어요.
훈_밤길 조심해야지.
영화 ‘리바운드’는 봤나요?
교창_저는 시간이 안 돼 아직도 못 봤어요.
훈_재밌게 봤죠. 농구선수로서 농구 영화가 나오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농구 영화가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원래 인생 영화는 ‘국가대표’였는데 이번에 바뀌었을 정도예요. ‘슬램덩크’도 재미없어서 보다 잤는데 ‘리바운드’ 볼 때는 안 졸았어요.
교창_진짜 훈이 형 ‘슬램덩크’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됐는데 침 흘리면서 자고 있더라고요.
훈_그만큼 ‘리바운드’가 재밌었다는 거지. 저는 배우들이랑 회식도 같이 했는데 옆에 웬 아저씨가 와있더라고요. 회식 끝날 때까지 ‘이분은 누구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안재홍 배우였더라고요. 안재홍 배우가~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서 영화가 살았죠. 나중에 팔로우도 했어요(웃음).
허훈 선수에게 당시 협회장기 결승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훈_너무 옛날이라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냥 평소처럼 30~40점 차로 이긴 경기였죠. 그런데 경기 끝나고 보니 기사는 중앙고가 더 많이 나오더라고요(웃음). ‘리바운드’에서 제 역할을 했던 배우도 선수 출신이더라고요. 촬영하는 날 신들린 것처럼 농구가 더 잘 됐다고 들었어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라고 했던가. 본지에서 훈련소에 입소하는 이들을 취재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허훈, 송교창은 상병이 됐다. 전역까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다. 다시 말해 프로농구선수 허훈, 송교창의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복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허훈과 송교창은 다가오는 시즌에 각각 수원 KT, 전주 KCC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송교창 선수는 입대 전 마지막 시즌 치르다 손가락을 크게 다쳤잖아요.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교창_가끔 진료받긴 하는데 치료는 다 끝난 상태예요. 완전히 구부러지진 않아요. (수술했던 손가락을 구부리며)이 정도까지만 되고 있어요.
훈_너 나중에 아들 낳으면 할 얘기 많겠다. “아빠가 말이야. 이게 영광의 상처야~”라면서 자랑하면 아들이 ‘나도 저런 아빠가 되어야지’ 생각하지 않겠어?
허재 감독도 현역 시절 비슷한 부상을 당해서 손가락이 다 구부러지지 않을 텐데?
훈_맞아요. 나중에 수술받긴 했는데 그게 잘못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다치자마자 수술받아야 하는데 수술 대신 회식을 가셔서…(웃음).
전반적인 몸 상태는 어떤가요?
훈_슬슬 복귀 시즌에 맞춰서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아요. 운동은 꾸준히 해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 아무래도 지금은 경기가 없는 시기다 보니 경기감각 유지하는 데에 한계가 있죠. 환경 자체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연습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교창_손가락 외에 잔부상은 딱히 없어요. 농구선수다 보니 발목이 안 좋긴 한데 그래도 운동량 자체는 팀(KCC) 있을 때 비하면 덜해서 몸이 받는 부담도 적은 것 같아요. 상무에서 좋은 습관도 생겼어요. 10시에 소등하면 훈이 형은 곧바로 곯아떨어져요. 그래서 저까지 덩달아 일찍 잠들게 돼요. 원래 새벽 1~2시는 되어야 잤거든요.
훈_밖에서도 일찍 자는 편이긴 했는데 휴가 나가면 또 달라요. 새벽까지 골프 치다 들어오거든요(웃음). 저도 발목이 안 좋긴 해요. ‘수술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재활하는 쪽으로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선수들은 몸에 칼을 대는 걸 피하고 싶어 하잖아요. 제대 후에도 꾸준히 재활하며 관리할 생각이에요. 팀(KT) 트레이너와 연락도 하고 있고요.
허훈 선수는 하윤기와 함께 SK, KCC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직관하러 갔던데?
훈_형(허웅)의 경기이기도 하고, 휴가 때 시간도 남고, (최)준용 형이 쉬고 있으니 같이 경기나 보자고 해서 셋이 나란히 앉았죠. SK 벤치 뒤였지만 아무래도 형이 있다 보니 KCC 응원하면서 봤어요. KCC가 이길 줄 알았는데….
교창_앤드류 니콜슨이 원래 블록슛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날따라 블록슛을 시도하는 바람에….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처음이었죠. 뼈가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부상 자체보단 심리적인 타격이 컸던 것 같아요. 트라우마가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완벽히 떨쳐낸 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형 정규리그 우승한 거 아니었어요?
훈_막판에 2위로 내려갔어. 아쉽지. 4강에서도 1승밖에 못 하고…. 정규리그 우승할 수 있었는데 2위로 밀리고, 4강에서도 떨어지는 거 보면서 ‘안 되나 보다’ 싶었어요. 멤버도 좋았기 때문에 진짜 아쉬웠죠.
두 선수 모두 입대 전과 비교하면 달라진 전력의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기대도 클 것 같은데?
훈_저희 팀이 이번 FA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합니다. 제발….
교창_제가 돌아간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KCC가 지난 시즌은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생각했는데 운이 안 따랐던 것 같아요. 올 시즌은 선수들끼리 호흡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다음 시즌 KT가 참 기대됩니다.
훈_긍정적인 면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개인기는 한국 선수들이 보고 배울만하다고 보는데 한편으로는 아시아쿼터의 대우가 너무 좋아요. FA 취득할 수 있는 기간도 저희보다 짧잖아요. 이선 알바노,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의 개인기는 확실히 놀랍더라고요. 같이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챔피언결정전 보니까 (김)선형이 형이 너무 잘하더라고요.
교창_선형이 형이 원탑인 것 같아요.
훈_아니, 나이 35살 넘어가면 농구를 더 잘하게 되는 거예요? 선형이 형도 그렇고, (오)세근이 형도 그렇고. 관중 많이 들어온 챔피언결정전 뛴다는 것도 부럽더라고요.
교창_(최)준용이 형은 벌써 우승 반지가 2개예요.
훈_아…. 진짜 부럽다. 이제 은퇴해도 되는 거 아냐? 나는 언제 챔피언결정전 뛸 수 있을까?
KT에서 함께 뛰게 될 데이브 일데폰소는 별명이 ‘필리핀의 허훈’인데?
교창_저는 제대로 못 봤어요. 누구예요?
훈_비 닮은 애 있어. 비. 그래서 필리핀에서 인기 많았던 거라고 하던데? 나도 어느 정도인가 하고 봤는데 정지훈이 아니라 정진욱인 줄 알았다(웃음).
훈_장기레이스를 치러야 하니까 운동에 매진해야죠. 곧 있으면 대표팀도 가야 하고요. 지금까지 많이 쉬었거든요. 사람이면 운동해야죠.
교창_그동안 사람이길 포기했던 거야?(웃음). 저도 운동에 더 매진하려고요. 프로선수들은 이제 막 시즌이 끝났지만, 저희는 지금이 운동해야 할 시기거든요. 복귀에 대비해 몸 만드는 데에 주력하려고요.
훈_입대 전까지 KBL에서 4시즌을 치렀는데 치고받는 승부를 많이 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머리도 빠졌었어요.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심적으로 편해요. 강박관념도 없고요. 이제부터는 마음먹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운동해야 할 것 같아요. 상무에서 기량이 발전해서 전역한다? 이건 사실 말이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스킬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스스로 몸 관리 잘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꾸준히 하며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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