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나 내일부터 SK맨”… 민간기업 택하는 공무원들

세종=전준범 기자 입력 2023. 6.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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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외 변수가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를 불확실이란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2021~2022년 2년 동안 민간기업을 택한 산업부 공무원이 20여명에 달할 만큼 이탈이 잦다는 점인데요.

어떤 이는 서울 자택과 세종정부청사를 매일 왕복해야 하는 고통에서 탈출하고자, 어떤 이는 민간기업의 고액 연봉에 끌려 이직을 결정했겠죠.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할 경제 관료를 영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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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조직 허리 과장들 대거 기업행
환경부·공정위 등 타 부처 상황도 비슷
정부·기업 소통 개선 기회될 수 있지만
핵심 간부 유출 따른 정책 부실 우려도

미·중 헤게모니 다툼과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공급망 재편 시도에 따른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세계화의 종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세계 경제 둔화…

수많은 대외 변수가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를 불확실이란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리스크는 바깥에만 있지 않죠. 내부적으로는 제조업 인력난과 생산성 정체, 고령화 등의 이슈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기업 홀로 이런 위기를 헤쳐나가긴 역부족일 겁니다. 정부 경제정책의 정교한 설계와 힘 있는 추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공직사회 간부들의 민간기업 이직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 / 뉴스1

그런데 이 엄중한 시기에 우리나라의 수출·에너지·공급망 등 실물경제 관련 정책을 이끄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다른 일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2021~2022년 2년 동안 민간기업을 택한 산업부 공무원이 20여명에 달할 만큼 이탈이 잦다는 점인데요. 특히 이직자의 절반가량은 조직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과장급 공무원입니다.

일례로 산업부에서 혁신행정담당관으로 일하던 송용식 전 과장은 한화에너지로 옮겼고, 배성준 전 신남방통상과장은 SK에코플랜트로 갔습니다. 또 박훈 전 에너지기술과장은 SK하이닉스로, 권혁우 전 석유산업과장은 삼성전자로 각각 이직했습니다. 에너지 부문에서 근무해온 과장급 직원도 이달 중 현대자동차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직원은 최근 산업부에 사표를 냈습니다.

정든 조직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저마다 다를 겁니다. 어떤 이는 서울 자택과 세종정부청사를 매일 왕복해야 하는 고통에서 탈출하고자, 어떤 이는 민간기업의 고액 연봉에 끌려 이직을 결정했겠죠. 더 역동적인 기업 현장에서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정책의 정치 도구화 기조에 질려버렸을지 모릅니다.

사실 산업부는 기업과 접촉이 잦아 과거에도 민간 진출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렇긴 해도 동료가 떠날 때마다 세종에 남은 공무원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부의 국장급 직원 A씨는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선·후배가 사표를 내고 짐을 싸는 모습을 자주 보는 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라며 “조직 관점에선 해당 퇴직자가 축적해온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할 기회를 잃는다”고 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물론 순기능도 있습니다. 관료 출신이 기업에 많아질수록 양측 간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기업이 힘을 합쳐 미·중 패권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축해야만 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럴 겁니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할 경제 관료를 영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사실 민간 이직이 산업부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환경부에서는 조석훈 전 물환경정책과장과 오종훈 전 생활폐기물과장이 SK에코플랜트로 이직했고, 황인목 전 교통환경과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숭규 전 카르텔총괄과장이 지난해 쿠팡으로 넘어갔습니다.

공무원의 탈공무원 행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승인·가능 판정을 받은 퇴직 공직자 수가 2021년 448명에서 지난해 498명으로 1년 새 50명 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5월까지 취업 승인·가능 판정을 받은 이는 벌써 356명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시대에 따른 가치관 변화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보면 관료의 기업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핵심 간부의 잦은 유출이 공직사회 전반의 역량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됩니다. 정교한 정책 마련뿐 아니라 경쟁국 정책에 관한 민첩한 대응력까지 키워야 하는 한국 정부가 떠나가는 인재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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