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싸움닭 이정효 감독…마법사 김기동 감독 잡다

김세훈 기자 2023. 6. 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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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안영규가 3일 프로축구 포항전에서 쐐기포를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독사’ ‘싸움닭’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전에 앞서 강한 각오를 밝혔다.

“지저분하게, 거칠게 밀어붙이라고 했다. 기세에 절대 눌려서는 안 된다. 감독처럼.”

지난 4월 포항 원정에서 0-2로 패한 걸 설욕하고 싶었다. 당시 광주는 이렇다할 장면조치 만들지 못한채 완패했다. 이 감독은 포항 김기동 감독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술에 당했다. 이 감독은 “내가 부족한 걸 너무 많이 느낀 경기였다. 내가 정확한 코칭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설욕하기 위해 좋은 정보를 많이 선수들에게 줬다”며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설렌다”고 말했다.

3일 포항을 맞은 광주는 물러설 줄 몰랐다. 모든 선수들이 한결같이 공격적으로 싸웠다. 너나할 거 없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몸부림은 일촉즉발 상황에 여러차례 이를 뻔했다. 그런 불굴의 투쟁심, 포기를 모르는 투혼이 대어를 낚았다.

광주는 이날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1부리그 포항전에서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도 4-2 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홈경기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 고리를 끊은 시즌 6승째(3무7패)를 거뒀다.

광주는 1-1로 전반을 마친 뒤 후반 3골을 몰아쳤다. 두현석의 중거리포, 엄지성의 침착한 골, 주장 겸 지난해 2부리그 MVP 안영규의 쐐기포다. 두현석의 중거리포는 시원했다. 송곳같은 엄지성의 골을 도운 아사니의 스루패스는 절묘했다. 막판 코너킥을 이은 안영규 헤더는 통렬했다. 수문장 이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도 기가 막혔다.

주전 김경민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광주 선수들은 대부분 그라운드에 그대로 널부러졌다.

이 감독은 골이 터질수록 세리머니가 커졌다. 첫 골에는 크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골이 나올수록 크게 기뻐했다. 마치 어린이처럼 경기장에서 팔짝팔짝 뛰면서 포효했다.

광주의 이번 시즌 두번째 2연승. 경기 전 “연승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다시 패하는 위기가 될지 모른다”고 말한 이 감독은 뛰어난 조직력과 개인기를 갖춘 포항을 화끈하게 잡으며 전망도 밝혔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우리가 실수한 게 실점으로 연결됐지만 광주가 그런 기회를 잘 살렸다”며 “이정효 감독이 1부리그로 올라와서도 자기 축구 철학을 계속 보여주는 데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가운데)이 3일 포항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이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작전대로 잘 해줬다”며 “홈 팬들에게 면이 섰다. 오늘 같은 축구를 계속하면 시민이 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배 감독이며 바법사라는 별명을 가진 김기동 포항 감독을 꺾은 데 대해 “김기동 감독을 따라가기에는 나는 아직 멀었다”며 “나는 아직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올시즌 최고 경기를 했다’는 질문에 “이제 6승했을 뿐”이라며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경기 전 각오를 밝히면서 “감독처럼”이라는 표현을 붙였다. 이 감독은 “나는 싸움닭처럼 강하게 말하는데 선수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채근했다”며 “다음 경기도 준비 잘해서 오늘처럼 이기자고 떠나는 선수들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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