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모어 "인디 게임 데모판이 이 정도로 재미있다고?"
인디 게임은 개발자가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좋습니다.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와 독특한 게임성을 보고 있으면 "이런 게 인디 게임의 맛이지"라며 어느새 빠져 들기 마련이죠. 반면 인디 게임은 점점 기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이미 다양한 인디 게임을 경험해 봤고 유저를 만족시키는 사례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요.
최근 웹젠이 인디게임 개발사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르모어: 인페스티드 킹덤'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데모판을 플레이해 봤는데, 정말 괜찮은 게임이었어요. 데모판은 '복수', '고통', 절망' 난도 중 복수와 고통만 고를 수 있습니다.
게임 기본 난도로 표시한 고통으로 플레이해도 50분 만에 끝날 만큼 분량은 적었어요. 짧은 시간인데도 "우리 이런 게임이야, 재밌겠지"라는 어필이 충분했습니다. 독특한 게임성과 다양한 변수, 절망적인 현 상황에서 전략을 통해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식 출시가 기다려지는 게임입니다.
■ 무거운 세계관을 픽셀 그래픽으로 비교적 가볍게
어느 날 어둠 속에서 나타난 괴물들로 인해 인류가 전멸한 위기에 처한 상태로 게임은 시작합니다. '르모어' 전역을 헤집는 괴물들에 의해 세계는 멸망 직전까지 몰렸지만 생존자도 존재했죠. 그 생존자끼리 살아남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윌리엄'도 아내를 잃은 상태로 시작합니다. "이 세계관엔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듯했습니다. 게임 플레이 도중 맵 여기저기에 시체가 보입니다.
보기 불쾌할 정도로 현실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픽셀 그래픽으로 인해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어요. 절망적인 세계관이지만 '현실'이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는 밸런스를 잃지 않습니다.
물론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힘들 수 있습니다. 픽셀 그래픽이어도 포인트는 전부 묘사가 되어있거든요. 애초에 멸망 직전인 인류를 다루고 있는 스토리이다 보니 어느 정도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해두었습니다. 그래픽은 둥글둥글 귀여워도, 마주칠 적들은 자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 "턴제+행동 포인트+타일 활용 전투=이거 재미있네?"
이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독특한 게임성입니다. 플레이어는 화면에 보이는 캐릭터들을 조종할 수 있는데, 각각 '무기 행동력(WP)', '체력(HP)', '전술 행동력(TP)'이라는 자원이 있어요. 세 자원을 적절히 관리하며 전투와 탐색을 진행하고 안전하게 탈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안전하게 탈출'이라는 단어가 어디까지 허용되냐고 물으신다면 "파티에 참여한 캐릭터 중 단 한 명도 사망하지 않는다"가 기준입니다. 절대 만만한 과정이 아니에요.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한 명이라도 사망한다면 그 즉시 게임오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맵 요소를 활용할 수 있게끔 타일과 탐색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맵은 각각 1x1 모양의 직사각형 타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캐릭터의 공격 범위, 이동 가능 범위를 잘 계산하며 전투와 탐색을 진행해야 하죠.
캐릭터마다 특색이 다릅니다. 캐릭터가 장착할 수 있는 무기도 다르며, 장착한 무기에 따라 사용 가능한 스킬도 변경되죠. 무기 스킬에 따라 공격 가능한 타일 범위가 정해져 있기에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합니다. 여기까지 모두 이해했다면 이제 이 과정을 턴마다 반복하게 됩니다.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지형지물을 활용해 효율적인 배치, 스킬 사용으로 절망적인 상황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포인트입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엔 "답이 없네, 이걸 어떻게 깨란 거지"라는 절망을 느끼는데, 턴 제한 시간도 없고 전멸한다 하더라도 직전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기에 부담도 없어요.
전투에 익숙해져도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기 스킬을 사용해도 대미지 기댓값이 달랐어요. 특정 스킬은 사거리가 긴 대신 2~6 대미지를 가하고, 어떤 스킬을 사거리가 짧은 대신 3~8 대미지를 가했습니다. 여기에 치명타 확률은 별도입니다. 기본 몬스터인 '크나워' 체력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2대 때린다고 얘가 죽을까"하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행운으로 상황을 풀어나갈 수는 있지만 일시적일 뿐입니다. 언제까지고 행운에 기대면 분명 큰코 다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행운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추가적인 변수를 배제할 수 있게끔 확실한 상황 판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개발자 노트에서도 '불확실성으로 인한 재미를 추구하되 그 요소가 불쾌함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최소화한다'를 목표를 밝혔어요. 게이머 시선으로 봤을 때 '불쾌함'보다는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더 많았기에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 생존을 위해서는 식사, 탐색, 전력 증강은 필수
등장인물들은 초인이 아닙니다. 멸망하는 세계관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에요. 따라서 보통 사람들처럼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전력을 증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스테이지를 진행할 때 상자를 탐색하며 재료를 획득하고, 그를 통해 스테이지 종료 후 정비하는 시간으로 담아냈습니다.
식사를 통해 허기를 채우지 않으면 활동에 지장을 받습니다. 스테이지에서 깎인 체력은 자동으로 회복되지도 않죠. 무기를 수리하지 않으면 내구도가 다했을 때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무기가 파괴되기라도 한다면 매우 곤란합니다. 미리 사용할 아이템과 무기를 스테이지 시작 전 추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템을 너무 많이 들고 가는 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스테이지에서 다량의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최소한의 아이템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무기는 대장간에서 제작이나 수리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요구하는 재료는 스테이지 탐색을 통해 얻을 수 있기에 플레이 도중 많은 위치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생존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하나 더 들고 가야 합니다.
캐릭터는 레벨업을 하면 '특전'을 선택할 수 있는데 패시브 스킬 개념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콘셉트에 어울리는 다양한 특전을 선택할 수 있어요. 레벨마다 준비된 2가지 특전 중 하나만 선택이 가능하기에 고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망주
데모판으로 짧게 즐겨본 르모어 : 인페스티드 킹덤은 생각보다도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게임이 아니라 실제 괴물들과도 싸우면 당연히 이런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짜여 있는 구성을 보여줬어요.
턴제와 타일, 행동 포인트라는 제한된 자원과 무한정으로 사용 불가능한 아이템까지 존재하기에 "플레이어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은 초반부라 속단할 수 없지만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기에 긴장감을 주는 요소로 다가왔어요.
초반부에서 보여준 설계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분명 플레이어들에게 호평을 들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르모어 : 인페스티드 킹덤이 앞으로 보여줄 다양한 콘텐츠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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