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띄엄띄엄 봤나?...운명 걸린 2년 ‘외톨이 애플’의 선택은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6. 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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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폴더폰 이어 ‘폴더블폰 경쟁’ 시작
삼성, 갤럭시 시리즈 앞세워 선두주자 나서
中 최대 스마트폰 기업 ‘오포’ 등 기술 맹추격
‘아이폰’ 애플은 홀로 여유…시장 77% 장악
전문가들 “너무 안심하면 생존경쟁서 밀릴수도”
애플 로고 [ AP = 연합뉴스]
2000년대 초반 처음 나온 ‘접는 휴대전화’ 폴더폰은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상단에 화면, 하단에는 키패드가 위치한 폴더폰은 전화를 받고 끊을 때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새로운 구조로 소비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대표적인 폴더폰 모델은 모토로라(Motorola)의 ‘레이저(RAZR)’였습니다. 슬림한 디자인에 날렵한 금속 마감이 어우러진 레이저는 당시 트렌드 세터들 사이에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적으로 1억3000만 대 이상 팔리며 역대 최다 판매 모델 중 하나로 거듭났습니다.

승승장구했던 폴더폰의 영광은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나온 지 16년이 지난 지금, 폴더폰으로부터 시작됐던 ‘접는 전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배경은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왔습니다. 이번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는 바로 ‘폴더블폰’입니다. 바야흐로 폴더폰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접어야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 선두주자는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입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를 공개하며 접는 스마트폰 영역 개척에 나섰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순차적으로 갤럭시 폴드와 플립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압도적인 선두주자로 치고 나갔습니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폴더블폰 글로벌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높은 내구성과 얇은 설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폴더블폰 시장의 선두주자 삼성전자는 기술력 확보를 위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반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은 오히려 폴더블폰과 관련해선 감감무소식입니다. 삼성전자, 구글 등 주요 제조사 중 애플은 폴더블폰이 없는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이미 수년 전 폴더블폰 출시를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한 애플이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향후 수백억달러 가치를 창출할 시장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애플의 ‘느림보 전략’이 완전히 생소한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지금까지 다른 경쟁사들이 신기술 개발·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치열한 전장에서도 매번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완벽한 품질과 혁신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지난 2007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아이폰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은 또 이미 자사 주력 제품인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다른 경쟁사처럼 신기술로 무장한 추가 라인업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애플이 신제품 라인업 구축보다는 아이폰-아이패드-맥북-애플워치 등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를 더 확장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갤럭시Z 폴드4와 플립4 [사진 출처 = 삼성전자]
애플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주력 모델 아이폰은 실제로 매년 애플이 내는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943억달러(약 527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52%는 아이폰 판매가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은 2억3200만대, 아이패드는 6100만대, 맥북은 2600만대(맥 포함)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폴더블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지난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약 77%를 장악한 애플을 위협하지 못한다는 것이 애플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닙니다. 경쟁자들의 추격 속도가 빠른 만큼 역전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이 언제 아이폰의 자리를 꿰찰지 모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폴더블폰이 조만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 주요 제품으로 자리 잡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으로는 폴더블폰이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더 도약시킬 필수 제품이 될 거란 분석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를 사로잡을 폴더블폰 개발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높은 내구성과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정교한 첨단 설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침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폴더블폰을 필두로 하는 ‘제품 차별화 및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기업 오포(OPPO)가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도 샤오미·화웨이·비보 등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폴더블폰 제품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확고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를 장려해도 굳건한 ‘애플 생태계’와 달리 안드로이드 제품군은 매번 매혹적인 신기술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폴더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폴더블폰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나서야 하는 애플에 대한 전망은 아직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너무 안심할 경우 생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소속 닐 모스턴 디렉터는 “미래 폴더블폰 산업을 조성하거나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애플이 결국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만약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이 수백억달러 규모로 커질 2025년까지 폴더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선보이지 않는다면 슬슬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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