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이자장사” 은행 때린 尹, 원스톱 대환대출이 해법될까 [김도형의 돈의 뒷면]
돈, 오카네, 머니. 세상 그 누가 돈에서 자유로울까요. 동전도 지폐도. 돈은 뒤집어서 봐도 돈일 뿐입니다. 그래도 돈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그리고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돈의 행간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
대환 혹은 대환대출이라는 말은 기존의 대출을 조건이 더 좋은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말하는데요.
지난달 31일부터 국내에서는 10억 원 이하 신용대출은 금융사 지점을 직접 찾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대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습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고금리 이자장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들 간의 금리 경쟁을 강화하는 좋은 방법으로 주목하면서 인프라 마련에 속력을 내왔습니다.
시스템 개통 이후 사흘 동안 총 1541억 원, 하루 평균 500억 원 이상의 대환이 순조롭게 이뤄진 상황인데요.
금융권에서는 손쉬운 저금리 대환 사례가 쌓이면, 은행들 간의 금리 경쟁을 상당히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도 은행들 간의 경쟁 강화 방안 가운데서 이번 시스템 구축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인데요.
금융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결합한 이런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금융권의 영업 관행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도 주목됩니다.
● 53개 금융사의 대출, 스마트폰으로 15분 만에 갈아타
지난달 31일 운영이 시작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털사에서 받은 기존 신용대출 정보를 조회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기존에도 대출 상품을 비교하는 플랫폼이 여럿 존재했지만 이번에는 신규 대출로 이동할 때 기존 대출이 자동 상환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것이 큰 특징인데요.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사 지점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15분이면 대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옮길 수 있는 기존 대출은 시중은행 등 53개 금융사에서 받은 10억 원 이하의 신용대출로 직장인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보증 및 담보가 없는 상품인데요.
이 53개 금융사에는 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의 은행 19곳이 모두 포함됩니다.
또 주요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탈사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인 신용대출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와 대부업체의 대출은 빠져있습니다.
● 대출 비교 플랫폼과 기존 금융사 앱에서 대환 가능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앱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네이버페이,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KB국민카드, 웰컴저축은행 등이 이미 구축한 대출 비교 플랫폼 앱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개별 금융사 앱인데요.
대출 비교 플랫폼 앱에서는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선택한 금융사 앱으로 이동해 대출을 갈아탈 수 있습니다.
개별 금융사 앱에서는 다른 금융사에서 받은 기존 대출을 확인한 뒤 해당 금융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데요.
기존 대출을 갚을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 수수료와 대환으로 아낄 수 있는 이자를 비교해 대환 여부와 갈아탈 상품을 살펴보는 것인데요.
실제로 더 유리한 대출을 찾았다면 이 대출을 선택한 뒤에 해당 금융사 앱에서 실제 대출 계약을 진행하면 됩니다.
계약이 완료되면 기존 대출금은 대출 이동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상환됩니다.
● 연 14.8%→6.5%, 19.9% → 14.4%… 사흘 동안 1541억 원 대환
대환대출 인프라는 은행 영업시간인 매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회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요.
상당한 관심 속에서 시작된 이번 서비스를 통해 사흘 동안 총 1792건, 1541억 원의 대출에 대한 대환이 실제로 이뤄졌습니다.
금융당국이 소개하는 사례를 보면 저축은행에서 받은 연 14.8% 금리의 일반 신용대출 4800만 원을 6.5%의 은행 대출 상품으로 갈아탄 경우, 저축은행의 19.9% 금리 일반 신용대출을 카드사의 14.4% 신용대출로 대환한 경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첫날 이뤄진 약 474억 원의 대출을 기준으로 보면 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한 경우가 90% 이상(이용건수 기준 95.7%, 이동금액 기준 90.5%)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아무래도 고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것처럼 큰 폭의 금리 인하 비중은 크지 않을 수 있는 셈입니다.
● 윤 대통령 호통에 탄력 붙은 대환대출 인프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은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 증진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이미 준비하고 있던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준비 속도와 금융사 참여 폭 등에서는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호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 대통령이 1월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한 데 이어 은행의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는 점까지 지적하면서 은행 간의 경쟁을 강화해 금리 부담을 낮추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달 말쯤 논의 결과를 공개한 계획인 이 TF에서는 새로운 은행업 허가를 내줘서 경쟁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사실 국내에는 이미 20곳의 은행이 영업 중입니다.
개인 영업을 기준으로 보자면 수출입은행 같은 특수은행은 제외하더라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의 5대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에 3곳의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경쟁을 하고 있는 구도인데요.
이미 숫자가 많은 은행을 더 늘리는 논의가 아니라 이들 은행들 간의 실질적인 경쟁을 얼마나 더 키울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대환대출 인프라와 같은 방안이 실효적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 IT발 금융 지각변동 가능할까
물론, IT 기술로 대출 상품의 치열한 금리 경쟁을 유도하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IT발 금융 지각변동까지 불러올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는데요.
금융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인프라가 등장한다고 해서 대출 시장이 한순간에 완전 경쟁 시장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존의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도 주요 시중은행들은 자신들의 대출 상품을 플랫폼에 태우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시작된 첫날, 저도 한 대출비교 플랫폼 앱에서 신용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해봤습니다만…
역시나 연 5.72%인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을 15% 안팎의 저축은행, 캐피탈사 대출로 갈아타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개별 금융사 앱에서 대환을 시도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당일 대환 한도가 끝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대출조건을 조회한 결과, 낮은 금리의 상품이 뜨지 않거나, 오히려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이 추천된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고신용자가 기존에 충분히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경우 △현재 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비율을 초과하는 대출을 보유해 금융회사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대출비교 플랫폼에 입점한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대출조건 조회결과를 전송하는 데 지연 또는 오류가 발생한 경우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요 금융사들이 이 대환대출 시장에 얼마나 낮은 금리로 얼마나 많은 한도를 공급할 것이냐는 문제가 중요하겠습니다.
● 올 12월에는 아파트 담보대출까지 확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프라는 은행들의 경쟁 압력을 높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신용대출보다 훨씬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국내 가계대출은 3월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이 1017조9000억 원, 기타대출이 721조6000억 원 규모)의 가세까지 미리 예고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앞으로 금융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계속 살펴보면서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https://www.fsc.go.kr/no010101/80064?srchCtgry=&curPage=2&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를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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