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캐는 금광이라는 숏폼’…수익화 모델에 힘주는 SNS 플랫폼
최근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반려동물 계정을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에 반려인이 많기 때문인데요.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순간을 기록하고자 SNS 계정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유튜브 ‘쇼츠(Shorts)’나 인스타그램 ‘릴스(Reels)’처럼 호흡이 짧은 영상이 유행하면서 제작 부담을 덜고 손쉽게 영상을 올리는 추세입니다. 반려동물 관련 숏폼이 전보다 더 자주 눈에 띄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필자도 인스타그램에서 반려동물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릴스도 종종 올리는데요. 일반적인 유튜브 영상처럼 수준급 편집 수준을 요구하지 않고, 제작도 쉬워 일상을 기록하기 좋더라고요. 반려동물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에 배경음악을 입혀서 담아내기도 좋고요.
올린 영상 중 하나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는지, '조회수'와 '좋아요'가 모두 폭발적으로 늘기도 했어요. 조금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애 예쁜 거 알아주니 좋다’는 마음에 뿌듯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최근 유튜브나 틱톡에서 숏폼 수익화 모델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원래 짧은 영상은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이제 이런 틀이 깨진 겁니다.
순간 순수한 마음으로 영상을 올릴 때는 하지 않았던 달콤한 상상에 빠져보기도 했어요. 눈 앞에 놓인 엄청난 조회수와 좋아요, 늘어나는 팔로워. 만약 인스타그램 릴스도 수익 창출 도구가 있다면, 현재 내 영상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까. 물론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요. 아주 잠시, 단순한 호기심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SNS 플랫폼별로 수익화 모델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한 번 비교해봤습니다.
숏폼 원조는 ‘나야 나’…틱톡이 틱톡커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방법
틱톡은 지난 2016년 등장해, 무려 5년 만에 전 세계 10억 명의 사용자를 달성한 인기 숏폼 플랫폼입니다. 인기가 날로 커지면서, 플랫폼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틱톡커’들도 생겨났죠. 그러자 이들 사이에서는 영상 조회수 대비, 수익성이 거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미국에서 ‘틱톡 펄스’를 도입해 일부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했어요. 틱톡 펄스는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게 아니라, 광고 브랜드와 협업 기회를 확대하고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틱톡 펄스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겁니다. 팔로워 수가 10만 명 이상이어야 하고, 한 달에 최소 5개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해야 합니다. 게다가 크리에이터가 올린 콘텐츠 중에서 최상위 4%에 해당하는 영상만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조건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실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창작자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많았죠. 게다가 아직 미국과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라 한국 사용자들에겐 사실상 의미 없는 제도예요.
이를 인식한 듯, 틱톡은 올해 2월, 미국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터 수익화 도구 ‘크리에이티비티 프로그램(Creativity Program)’을 발표했습니다. 크리에이티비티 프로그램은 기존 수익화 도구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의 피드백을 반영해 새롭게 출시한 프로그램이에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틱톡이 정한 최소 팔로워 수와 영상 조회수를 충족해야 합니다.
틱톡은 충족해야 하는 기준 팔로워 수와 영상 조회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추측돼요. 앞서 IT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틱톡이 기존의 크리에이터 수익화 프로그램을 개편해서 출시한다고 보도했는데요. 매체는 당시 틱톡이 1만 명의 팔로워와 조회수 10만 건을 달성한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배분한다고 전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전보다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작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요.
지난 3월에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프리미엄 콘텐츠로 판매할 수 있는 ‘시리즈’ 기능을 출시했어요. 틱톡은 우선 선별된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기능을 테스트하고 앞으로 몇 달 안에 기능을 확장하겠다고 말했죠. 시리즈 기능은 최대 80개의 영상을 묶음 판매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해당 기능을 통해 틱톡은 고품질의 콘텐츠를 수급하고, 크리에이터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늘리는 거예요.
전면에 내세운 것치고는 너무 빈약한 수익화 모델…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앞세워 틱톡을 가장 활발히 견제하는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플랫폼 인터페이스를 릴스에 최적화되도록 전면 개편해 틱톡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릴스 창작자에 대한 보상은 빈약하다는 느낌 컸어요.
지난 2021년 12월, 인스타그램은 '릴스 플레이 보너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조회수 기준을 충족한 크리에이터에게 매월 최소 600달러(약 74만원)에서 최대 3만 5000달러(약 42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점점 세력을 넓히는 틱톡을 견제하고자 더 많은 숏폼 크리에이터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죠. 회사가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의 규모를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최근까지도 미국에서만 시범 운영했고, 지급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4월에는 메타가 크리에이터들의 릴스 지원금을 대폭 줄였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급된 자금이 최대 70%가량 줄었다고 해요.
동시에 지원금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회수는 기존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고 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은 메타로부터 변경된 지급액과 조회수 기준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어요. 반발이 너무 거셌던 걸까요. 결국 지난 3월, 회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광고 확대를 통한 수익 공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크리에이터 수익화 모델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에요.
‘틱톡커 대거 쇼츠로 이동할 수도’…가장 파격적인 모델 꺼낸 유튜브
지난해 7월, 글로벌 모바일 앱마켓 분석 사이트 데이터에이아이(data.ai)는 전 세계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1인당 앱별 사용시간을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분기 기준, 틱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3.6시간으로, 유튜브의 23.2시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동안 SNS 앱 중에서 절대 강자로 꼽히던 유튜브로선 이런 결과가 달갑진 않았을 거예요.
최근 유튜브는 틱톡을 견제하고자 쇼츠를 플랫폼 전면에 내세우며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숏폼 플랫폼 중 가장 파격적인 모델을 내놓은 것도 바로 유튜브입니다. 지난 2월, 유튜브는 기존 수익 창출 프로그램인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대상에 쇼츠 창작자를 포함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난 12개월간 공개 영상 유효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 구독자 수 1000명을 넘어야 합니다.
한눈에 봐도 틱톡보다는 기준이 덜 까다로운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창작자에게 수익을 배분한다는 걸까요. 유튜브는 쇼츠 영상에 광고를 삽입해 이를 통한 광고 수익 중 무려 45%를 창작자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수익 절반 가까이를 나누겠다고 결정한 셈이죠.
그뿐만 아니라, 기존 유튜브에만 적용했던 창작자 후원 프로그램 ‘슈퍼 땡스(Super Thanks)’를 기능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쇼츠 제작자도 후원받을 수 있게 됐어요.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유튜브의 다소 파격적인 숏폼 수익 창출 정책에 틱톡 크리에이터가 대거 쇼츠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유튜브의 새로운 수익화 전략은 크리에이터들을 사로잡기에 매력적인 조건임은 분명해요.
왜 이렇게 다들 난리야? 플랫폼들이 숏폼 수익화 모델에 힘 주는 이유
이처럼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SNS 기업들이 너도나도 숏폼 수익화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숏폼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지난 2월, 글로벌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콜랩아시아가 1500여개의 유튜브 채널의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조회수의 88.2%가 유튜브 쇼츠에서 나왔다고 해요. 그만큼 긴 영상보다 짧은 영상을 소비하는 추세가 확대된 건 사실이에요.
게다가 SNS를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주 소비층인 MZ세대 사이에선 숏폼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어요. 지난해 7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81.2%가 숏폼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죠. 심지어 10대 후반~20대 중반에 해당하는 Z세대 중 절반 이상이 매일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응답할 정도였습니다. SNS 기업 입장에서 이용자를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하려면, 주 소비층이 즐기는 콘텐츠가 많은 게 좋겠죠. 그래서 숏폼 수익화 모델에 힘을 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숏폼을 필두로 한 SNS 플랫폼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콘텐츠를 하나라도 더 수급하고자 크리에이터를 위한 보상 체계도 하나둘 마련되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으로썬 유튜브 쇼츠가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매력적인 수익 정책을 갖춘 것으로 분석됩니다. 틱톡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인스타그램은 아예 뾰족한 수조차 없는 걸 보니 많이 분발해야 될듯싶습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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