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누가 올렸나 봤더니…초소형 아파트의 반란 [부동산360]
서울 초소형 아파트 0.08%, 상승폭 가장 커
‘강남4구’ 동남권, ‘양천·강서’ 서남권 상승 주도
매물 희소성·빌라 기피 현상·하방경직성 작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2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 초소형 아파트값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주 수도권에선 초소형 아파트가 모든 규모 중 유일하게 가격이 올랐고, 특히 서울에선 가장 많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파트값 변동률에 대해 초소형 매물의 희소성, 빌라 기피 현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3년 5월 5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규모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의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0.05% 상승했다. 전용 40~60㎡와 전용 85~102㎡는 -0.03%, 전용 102~135㎡는 -0.01%, 전용 60~85㎡·135㎡ 초과는 0%의 변동률을 기록했는데, 초소형만 아파트값이 올랐다.
서울만 놓고 보면, 초소형 아파트는 0.08% 올라 전체 면적 유형 중 상승률 1위였다. 135㎡ 초과가 0.07%, 102~135㎡ 0.06%, 60~85㎡ 0.04%, 40~60㎡ 0.03% 순으로 뒤를 이었고, 85~102㎡는 0.09% 하락했다.
특히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가 속한 동남권과 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 상승률이 서울 전체의 초소형 아파트값 변동폭을 끌어올린 양상이다. 이번주 서남권 초소형 아파트는 0.13% 상승했고, 동남권의 경우 0.22% 올랐다.
실제 수도권 일대에서 거래된 초소형 아파트 중에서도 몇 개월 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사례도 다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전용 33㎡는 지난달 20일 9억4500만원에 팔렸는데, 올해 1월 초 8억1700만원→1월 말 8억5000만원→2월 중순 8억9900만원→4월 중순 9억500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같은 단지의 전용 39㎡ 또한 지난 1월 9억7000만원에 팔려 10억선이 무너졌지만 2월 초 10억1000만원으로 회복한 뒤 지난달 초 11억원에 팔렸다.
영등포구 ‘당산디오빌’ 전용 29㎡는 지난해 12월 2억8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9일 3억5000만원에 팔려 6500만원 올랐다. 송파구 ‘한화오벨리스크’ 전용 33㎡는 지난달 5일 2억38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경기 일산동구 ‘현대그린’ 전용 38㎡는 지난달 초 9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는데 1월 7600만원, 3월 8300만원 등 거래가가 차츰 상승했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도센트리움’ 전용 39㎡는 2021년 4월(2억1000만원) 이후 약 2년 만에 거래됐는데 2억2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렇듯 초소형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배경으로 희소성이 지목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초소형 매물 자체가 서울에 많이 남아있지 않다”며 “요즘은 초소형도 재건축을 하게 되면 중소형으로 바뀌기 때문에 매물의 희소성에 기댄 변동폭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본 자체가 적기 때문에 거래가 일어나면 변동폭이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최근 들어 초소형 공급물량이 적은 편”이라며 “초소형 아파트 공급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대형 아파트의 집값 상승 추세가 반영됐고, 빌라 기피 현상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고 원장은 “초소형이 오르기 이전에 중대형 고가아파트들이 올랐다”며 “고소득층도 움직였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중저소득층도 함께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소형 아파트 수요는 빌라 수요와 겹치는데 전세사기 문제와 깡통전세 등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보니 갭투자를 하더라도 아파트가 안전하다고 보는 시각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초소형 아파트의 경우 다른 면적에 비해 구매부담이 덜하고 임대운용률이 높아 이 같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 초소형 아파트의 거래 비율이 최근 들어 줄고 있긴 하지만 상승폭이 큰 건 가격적으로 구매부담이 덜해 하방경직성이 있고, 도심에는 1~2인 가구가 많아 임대 회전율이 높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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