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병상 부족한데'…경찰, 주취자 의식 있어도 응급실행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주취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며 관리 소홀 논란이 있었던 경찰이 주취자에 대한 내부 규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선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TF’ 회의를 갖고 주취자 보호조치 매뉴얼을 개정했다. 개정한 매뉴얼을 살펴보면 ‘보호조치 필요 주취자’ 개념을 신설했다. 의식이 있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의사능력이 없는 주취자는 응급의료센터 등 보건·의료기관으로 인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경찰은 기존 매뉴얼에 따라 단순 주취자와 의식 없는 만취자로 구분해 무의식이거나 외상이 있는 등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주취자만 응급의료센터로 보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이같이 개정된 매뉴얼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병상 부족 등의 이유로 주취자를 거절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도내 한 지역 경찰은 “개정된 매뉴얼에 따르면 단순히 술에 취해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 주취자도 응급의료센터를 데려가야 하는 셈”이라며 “지금도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주취자를 꺼려하는데 경찰의 매뉴얼에 응급센터가 이를 수긍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센터에 주취자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보호자가 연락이 안되거나 신원조회가 안되는 경우면 더욱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 보호 문제는 인지, 보호, 치료 등 복합적이라 경찰의 단독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경찰 내부적으로 매뉴얼만 바꾼다면 결국 경찰에게 책임을 넘기는 꼴”이라며 “현장 경찰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자체와 병원 등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뒤 보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찰은 각 지역 내 병원과 응급의료센터 신설을 협의하고 지자체에 주취자 보호시설 설치를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뉴얼에 대해 수정사항이 많아 추가적인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병원과 지자체, 현장의 의견을 더욱 수렴한 뒤 확정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3년간 도내 주취자 신고 건수는 2020년 8만7천629건, 2021년 7만1천597건, 2022년 9만6천308건으로 하루 평균 233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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