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겨누다 부러진 文 정부 ‘규제 칼날’…尹 정부도 집어들었다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6.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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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타다 무죄’ 원심 유지
‘불법’ 딱지 붙였지만 무죄 확정
타다 금지법은 이미 시행 중
尹 정부도 ‘플랫폼 규제’ 박차
“플랫폼 규제 완화, 우리만 역행”
타다 자동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타다는 여객자동차법에 근거한 지극히 합법적 차량 대여 및 기사 알선 서비스인 것이 검찰에서 다시 한 번 밝혀질 것입니다. (택시업계의) 고발에 업무방해와 무고로 강력히 법적 대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2019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4년이 넘게 흐른 지난 1일 이 전 대표는 대법원에서 ‘타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습니다.”

‘불친절·난폭 택시’ 대안 떠올랐던 타다
타다는 ‘불친절·승차거부’ 딱지를 떼지 못한 기존 택시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불편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됐고 편안한 노래와 기분 좋은 향기로 승객이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했다.

타다의 핵심 서비스는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주는 것이었다. 타다 운영사인 VCNC가 쏘카에서 자동차를 빌리고 이를 운전기사와 함께 고객에게 빌려주는 구조였다.

어깃장을 놓은 건 택시업계와 정치권이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면서 타다를 불법으로 몰았다.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하고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할 경우 이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없다는 여객자동차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었다.

타다는 승차정원이 11~15인승인 승합차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 여객자동차법 조항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도 택시업계를 대변한 일부 의원들이 타다를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관광 목적이나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인 경우 등에 한해서만 타다와 같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타다금지법’을 발의했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법안이 통과되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전 이사장과 전·현직 택시조합 간부 9명이 이 전 대표를 여객자동차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전 대표와 박재욱 전 VCNC 대표, 쏘카·VCNC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택시업계의 입김은 강력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민정 연구원과 이광호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기술혁신학회지>에서 “(플랫폼 택시 규제 과정은) 택시단체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고 정치적 흐름의 높은 영향 하에 대안이 산출됐다”며 “정치적 흐름의 영향이 높았고 규제 도입 과정의 갈등 양상에서 택시단체에 편익이 돌아가게 됐다”고 분석했다.

택시업계·정치권 압박…법원은 ‘타다 판정승’
법원은 1, 2, 3심 모두 타다를 ‘무죄’라고 봤다. 1심은 여객자동차법의 개정 흐름에 주목했다. 여객자동차법이 차량공유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타다 요금이 택시보다 비싸게 책정되고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위법성 등을 포함한 부정적 논의나 행정지도가 없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내는데도 혼자 타다를 호출하는 이용자가 증가하는 현상도 시장의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1심은 “승차공유가 자본주의, 공산·사회주의 등 경제체제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우버 사건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피고인들이 모빌리티 사업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법령을 검토·분석해 차량 공유경제보다 낮은 수준으로 플랫폼을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정만으로 법 조항을 회피하거나 잠탈하기 위해 공모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은 “쏘카는 타다 서비스를 이용한 회원에게 승합차(기사 알선 포함)를 대여해주고 대여료를 받는 것이고 VCNC는 타다 회원에게 타다 플랫폼을 제공하고 계약서 작성·결제 및 정산 대행 등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라며 “타다는 기사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에 해당하고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별다른 추가 판단을 제시하지 않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카카오T 블루택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플랫폼 규제 흐름, 현 정부서도 ‘그대로’
타다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타다금지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대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저의 혁신은 멈췄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혁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다를 겨누던 검찰의 칼날은 부러졌지만 현 정부의 최근 기조는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전 정부의 부러진 칼날을 현 정부가 다시 집어드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T다. 국회에서는 최근 플랫폼이 택시기사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리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혁신벤처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목적지 미표시는 이미 여러 기업이 시도했다 실패한 것이 검증되었고 택시기사는 목적지가 미표시된 호출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한다는 명목의 규제 입법도 급물살을 타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금지법 제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자국 플랫폼 산업을 살려야 된다는 흐름이 뚜렷한데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규제하려고 한다”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다른 국가)규제의 본질은 안 보고 껍데기만 가져와 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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