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김종진, 국내 음악 전문 채널 개척한 '레전드 PD'
前 CJ뮤직‧엠넷미디어‧예당엔터테인먼트 대표
MBC PD로 사회 첫 발
KMTV 개국과 함께 인기 절정 음악프로 제작
‘엠카운트다운’ 전신인 엠넷 ‘쇼킹엠’ 론칭
MMF(엠넷뮤비페스티벌) 선봬…‘MAMA’ 토대 마련
“CJ는 K팝 확산에 어마어마하게 기여”
“이수만도 모든 한류의 일등공신”
SM‧YG 소속 당대 슈퍼스타들 콘서트 총연출까지
2012년 4대 종편 개국쇼도 총괄
후학 양성에 깊은 관심…現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
MBC ‘토토즐’,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와 결혼
2男 모두 글로벌 금융가…런던 EBRD, 홍콩 오크트리 캐피탈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성공한 사람'이란 표현엔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된', '안정적 직장(대기업) 생활', '권력을 손에 쥔', '자식 농사 잘 지은' 등등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엔 이런 여러 의미 중 한두 개만 이룬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종진(63) PD‧교수는 '성공한 사람'의 여러 의미를 가장 많이 갖춘 인물이다.
그는 외국어대(터키어) 졸업에 이어 MBC 프로듀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채널 TV가 개국하던 시점엔 KMTV에서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들과 음악프로의 한 획을 긋는 방송을 제작했고 그 역량은 엠넷으로 이어졌다. 1990~2000년대 국내 음악계를 쥐락펴락한 음악 방송계의 지존인 셈이다. CJ뮤직‧엠넷미디어‧예당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거쳐 IHQ 총괄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후학양성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서울예술직업전문학교 학장(2012), 서종예(서울종합예술학교) 부학장/홍보처장(2015년)에 이어 2020년부터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김종진 프로듀서‧교수는 잘나가던 MBC '토토즐' 유영진 작가와 결혼해 슬하에 2남을 뒀다. 두 아들 모두 세계적인 금융가다. 첫째 아들은 런던 EBRD(유럽부흥개발은행)에서 둘째는 하워드 막스의 홍콩 오크트리 캐피탈에 근무하고 있다.
이것만 해도 '성공한 사람'의 기준 여러 개를 충족시키고도 남는 것인데, 여기에 40대와 맞짱 떠도 이길 것 같은 건강까지 갖췄다. 그는 꼿꼿하게 허리를 편 자세를 유지하며 에너지 넘치는 어투로 2시간 넘는 인터뷰를 소화했다.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아내 유영진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김종진 교수의 말투가 너무 상냥해 좀 놀랐다. 10년 차 이상의 한국 부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너무 다른 풍경이랄까. 올해가 결혼 35주년이 되는 해임에도 여전히 신혼 같은 '달달한' 부부금슬이었다.
김종진 교수는 1959년 서울에서 2남1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경기도 지방 공무원,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1984년 MBC에 입사해 예능 TV 제작2부에서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MBC 간판 음악 예능 프로그램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AD로 활동하다가 89년 말 '가요비디오'로 첫 연출을 맡게 된다. '가요비디오'는 MBC 최초의 5분짜리 프로로 오후 7시55분에서 8시 사이에 편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가요비디오' 발령받는 순간 그는 사표를 쓰려고 했다. MBC에서 제일 잘나가던 인기프로 '토토즐' PD는 연예/음악 분야에선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AD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만큼 '다음이 보장된' 꿀 보직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김종진 또한 AD에서 '토토즐' PD로 직행할 거로 알고 있었는데, 겨우 5분짜리 프로를 맡게 된 거니만큼 그로선 '좌천'이라 생각한 것이다.
낙담한 김종진에게 당시 MBC 선배인 송창의 PD가 데리고 나와서 술을 사주며 "빨리 가지 말고 천천히 가라. 모든 건 단계가 있는 거야. 비록 네가 4년 넘게 AD 생활했지만 만약 너한테 60분짜리 프로를 주면 네가 해낼 자신이 있을 거 같니?"라고 했다. 그리곤 "너보다 먼저 간다고 생각하는 얘들 부러워하지 말고 부담 없이 이 5분짜리 프로 그냥 해라. 그러다 조금 있으면 좋은 프로그램 갈 거야"라고 위로해주며.
송창의 PD의 조언에 마음을 다진 그는 열심히 '가요비디오'를 제작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종진은 91년 '토토즐' PD로 발령받았다. MBC로선 파격 인사였다. 당시 '토토즐'은 최고 인기‧간판 프로그램인 만큼 MBC 내 차장 부장급 PD들이 하던 방송이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AD를 떼고 5분짜리 프로를 맡던 '초보 PD'에게 지휘를 맡긴 것이었다.
김종진 교수는 91년부터 94년 말까지 '토토즐' 연출을 맡으며 당대의 슈퍼스타들과 함께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심신X강수지 결혼 발표도 '토토즐'을 통해서 했다.
"어느 날 심신과 강수지가 손잡고 우리 집엘 찾아와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어요. 당시 심신 제작자인 양승국(한밭기획 대표) 회장이 완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그의 허락을 받아달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김종진 PD는 양승국 회장을 만나러 대전에 내려갔다. 처음엔 극렬히 반대했지만 밤새 술을 마시며 집요하게 설득하는 김종진에게 결국 양회장은 "그래, 나는 모르는 걸로 할게"로 마무리 지었다. 설득에 성공한 것이다.
이외에도 김종진 연출의 '토토즐'은 많은 화제를 남기며 PD로서의 존재감을 드높이게 된다. 94년 5~6월부터 이곳저곳에서 김종진을 찾는 '러브콜'이 들어왔다, 당시 여러 기업이 케이블 방송 개국을 앞둔 상태라서 적임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변대윤 예당엔터테인먼트 회장도 찾아올 정도였다. 10월 무렵엔 여기저기에서 본격적으로 관계자들이 그를 직접 찾아왔다.
"제 방송 롤모델은 MTV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이런 음악 전문 케이블이 생긴다는 얘길 듣고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그는 95년 2월 KMTV로 이직해 3월 1일 조용필 쇼로 화려하게 개국 방송했다. "용필이 형이 회사를 옮긴 제게 선물 하나를 크게 준 것이죠."
김종진은 KMTV에서 '쇼!뮤직탱크'란 음악프로를 만들었다. 논현동 현 '삼익악기' 건물 내 삼익악기 홀에서 방송 촬영했다. 삼익악기홀은 당시 460명 규모였는데, 매주 6~700명 이상이 입장하고 그 이상이 들어올 때 통로와 계단까지 앉힐 정도로 녹화가 있는 화요일은 아침부터 삼익악기 건물 주변이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쇼!뮤직탱크' 방송 첫 회는 박진영이 출연했고 이후 H.O.T가 출연하며 프로그램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 당시 H.O.T.는 최고 인기의 아이돌인 만큼 출연부터 시청률이 평정될 정도였다.
이후 국내의 모든 연예기획사 화이트보드엔 '화요일 김종진 선생님의 쇼!뮤직탱크'가 쓰여 있었을 정도였다. 아직 섭외가 오지 않았어도 혹시나 연락이 오면 즉시 OK하기 위해 화요일은 비워두고 있던 것. 그만큼 이 프로는 국내 음악방송의 인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H.O.T.에 이어 베이비복스, 엔알지 등 당대의 아이돌들이 출연하며 10~20대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당시 R.ef 인기도 대단했다. KBS2TV 인기 쇼 프로그램 '슈퍼선데이'에서 R.ef 출연 요청을 했는데, R.ef는 "저희는 화요일은 안됩니다. 김종진 선생님 프로 때문에요"라고 거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BS 출연 제의를 거절한 건 당시 R.ef 매니저 김영진이었다. 뿐만 아니다. 김종진은 H.O.T.에게 "이번 주는 너희 나오지 마라"고 하면 "감독님, 그래도 될까요?"라고 하곤 그때서야 3사 방송국 스케줄을 잡을 정도였다. 김종진이 지상파보다도 더 섭외력이 좋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KMTV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김종진은 2000년 4월 엠넷으로 옮긴다. 97년부터 엠넷에서 러브콜이 왔고 엠넷 사장까지 찾아올 정도로 엠넷은 김종진에 대해 러브콜을 계속했던 것이다. KMTV와 계약 만료를 앞둔 99년 SBS에서도 러브콜이 왔지만 김종진은 엠넷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임원(상무)이 됐고, 2005년엔 엠넷 미디어 대표로 승승장구했다.
엠넷에 입사하며 그는 경영진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엠넷은 당시 1층에 60평 규모의 홀이 있었지만 그거론 부족했다. 따라서 스튜디오 공개홀부터 갖춰야 한다고 했고, PD들 미국 연수(6개월) 등 직원 교육 투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당연히 엠넷은 그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김종진은 엠넷에서 '쇼킹엠'이란 프로를 론칭했다. 현재까지 방영 중인 '엠카운트다운'의 전신 프로그램이다. 또한 그는 MMF(엠넷뮤직비디오페스티벌)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현 'MAMA'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초석이 됐다. 2005년엔 '배틀신화'란 오디션 프로그램도 론칭했다. 1등에게 1억을 주는 파격적인 오디션 프로였다.
"'배틀신화'는 '아메리칸 아이돌'에게서 영향받아 제작한 것으로, 당시 제일 잘 나가던 '신화' 주니어를 뽑는 오디션이었어요. 이게 슈퍼스타K란 이름으로 다시 시작됐죠.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가는 엠넷입니다."
"엠넷은 젊은 세대의 감성에 가장 잘 맞는 방송사입니다. 쇼 프로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도 엠넷이 최고라고 봅니다."
2007년에 엠넷 퇴사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애정과 관심은 각별하다.
엠넷에 대한 아쉬움, 바람
"이제 저 정도의 맷집이 됐으면 더욱 자신감을 갖고 음악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어요. 여전히 1318쪽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2530세대까지 더 넓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엠넷에 있으며 KMTV도 인수·합병했어요. 따라서 채널이 두 개가 됐죠. 그래서 엠넷은 젊은 세대(1318), KMTV는 기성세대를 위한 트로트/성인 채널로 가자고 제의 했었어요. 그런데 트로트를 다루려면 하나하나 제작해야 했던 관계로 초반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기존 뮤직비디오를 보유하고 있던 엠넷은 제작을 적게 해도 이런 뮤비를 틀며 편성에 여유가 있던 것이지만, 트로트/성인 채널을 만들면 모든 걸 새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죠."
"2005년 LA에서 '할리우드볼 대축제'도 개최했어요. 오늘날 '케이콘' 전신이 되는 셈이죠. 이미경 부회장이 제게 '우리도 미국가서 공연할 수 없어요?'라고 제안했는데, 저는 '제작비만 주면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 이걸 실행에 옮긴 겁니다. 그래서 당시 최고 스타들을 총출동시켜 성황리에 마친 게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랜 기간 PD 생활하며 가장 존경하고 제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분이 바로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입니다. 두 분은 제게 가장 많은 좋은 기회를 주셨죠.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줬고 오늘날 한류의 기본이 되는 마인드를 세팅해 준 장본인입니다. 이미경 부회장님은 '미국에서 래퍼는 시인'이라며 우리도 이렇게 멋진 래퍼가 나올 수 있게 만들어보자고도 하셨죠. 이재현 회장님도 놀 땐 참 재미있게 잘 노는 분입니다. 힙합도 잘 부르시고."
"CJ는 K팝 확산에 어마어마하게 기여했습니다. 마마, 케이콘 등등. 현재까지도 CJ는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선 '온리원'같은 존재로 향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김종진 교수는 이수만 前 SM 회장과도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진영과 와와' 초기부터 급속하게 친해졌으며, 이후 SM 아티스트들 콘서트 때에도 그가 공연 연출을 총괄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SM을 일군 이수만은 모든 한류의 일등 공신입니다."
김종진 교수는 아이돌 최초 H.O.T의 잠실주경기장 공연, 그리고 2000년 H.O.T의 베이징 공인체육관 공연, 이외에 젝스키스‧SES‧핑클‧신화‧조성모‧김건모‧유승준‧신승훈 '애이불비'‧원타임‧휘성‧렉시‧빅마마 등등 많은 콘서트 총연출을 했다. 방송(스튜디오) 연출 외에 콘서트라는 현장 연출에서도 그의 역량을 증명한 사례들이다.
김종진 교수는 서종예(서울종합예술학교) 부학장, 홍제동 서울예술전문학교 학장에 이어 현재 인덕대 방송연예과 전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인덕대에서 대중예술의 생태계, 네트워크, 해외 글로벌시장에서의 한류 등등 전공생에게 필요한 교양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인덕대는 1학년 땐 전공 불문하고 공통 과목을 듣게 하고 있어 음악 전공생도 연기 수업을 듣고 연기 전공생도 음악 수업받아요. 인덕대학만의 공통의 소양을 견지하게 하는 커리큘럼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인덕대 캠퍼스도 엄청나게 커 자연환경이 매우 좋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죠."
김종진 교수는 한국 외국어대 출신 동문 중에선 대중 음악방송 분야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인물 중 하나다.
"보아가 대학에 입학할 때가 됐을 때 처음으로 외대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당시 고대, 경희대, 외대 등 여러 대학에서 보아를 데려가려고 난리가 났었는데, 이때 외대에서 저한테 보아가 외대로 올 수 있게 힘 좀 써달란 부탁을 해왔어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웃음)"
2012년엔 JTBC‧TV조선‧MBN‧채널A 4대 종편 개국 쇼도 총괄했다. 개인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이룬 성과다.
김종진 교수의 결혼스토리도 남다르다. 그는 88년 당시 MBC '토토즐' 작가 유영진과 결혼했다. MBC 재직 시절 첫 사수였던 심상수 부장이 김종진에게 "저 친구(유영진) 괜찮지? 한번 사귀어봐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토토즐' AD를 하던 동기에게 뒤풀이 장소를 물어보고 당일 반포 '한신포차'를 찾아가 본격적으로 대쉬했다. 김종진과 유영진은 6년 차이였다.
둘은 4월에 만나 8월에 약혼, 10월 결혼으로 이어졌다. 겨우 3~4번 만난 후의 초스피드 진행이었다. 김종진 교수는 당시 "죄송하지만 내가 계속 이렇게 만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우리 결혼할 거면 계속 만나고 아니면 관둡시다"라고 했는데, 뜻밖에도 이러한 태도가 싫지 않았던지 OK를 받은 것이다. 아내는 결혼 후 TV 작가에서 라디오 작가로 전향했다. 그래서 맡은 프로가 MBC '이수만의 음악캠프' 작가였다. 이후 이 프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바뀌었고 아내는 '음악캠프' 작가로서 8년을 일했다.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라지는 그의 발걸음은 경쾌하고 에너지 넘쳤다. 김종진은 여전히 변치 않는 현역이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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