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가 손잡고 술맛 차별화… 거품 물은 K-비어 ‘펀’한 변신 [S스토리]
주세법 개정·코로나 영향 수제 돌풍
곰표밀맥주 3년간 5850만캔 대히트
부산 와일드웨이브 세계시장 진출도
일상회복 후 고성장 날개 꺾일 위기
상장 1호 제주맥주, 적자 40% 증가
미래 성장 본 군산, 옛 어판장 개조
양조인력 키우고 양조장·시음장 선봬
16일엔 수제맥주·블루스 축제 개최
대구도 지역양조 지원 향토 술 개발
“제도 개선·정체성 유지 노력 필요해”
6월이 되면서 맥주를 주제로 한 ‘시원한’ 축제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전북 군산시가 16일부터 사흘 동안 근대역사박물관에서 맥주축제를 열기로 하는 등 유쾌한 조짐은 이미 고양되고 있다. 군산시의 ‘군산 수제맥주 & 블루스 페스티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다. 올해 축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문객은 3만명이다. 소도시 축제치고는 많은 숫자이다. 지난해엔 1만7000명이 다녀갔다.
무엇보다 엔데믹 이후 외식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 일본 맥주 소비가 늘고 있고, 와인·위스키·하이볼 등 주류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1980∼2000년 출생)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어온 편의점 수제맥주 매출의 하락세가 포착되고 있다. 수제맥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맛·향 차별화… 맥주 본고장도 ‘엄지척’
세븐브로이는 수제맥주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03년 독일 블루마스터를 영입해 서울역 근처의 작은 맥주 전문점에서 출발해 2012년 최초로 달콤하면서도 과일향이 나는 국산 에일 캔맥주를 출시했다. 때마침 외부 유통을 할 수 있는 일반면허를 최초로 취득하면서 국내 ‘수제맥주 1호’ 기업이 된 이후 20여년간 수제맥주의 다양성과 매력을 알려왔다.
2015년 부산 광안리에서 출발한 와일드웨이브는 국내 최초 사우어 맥주로 이름난 곳이다. 일대 펍을 중심으로 파트너 양조장과 협력해 집시 브루잉 프로젝트를 진행해 첫 수제맥주로 ‘설레임’을 출시했다. 설레임은 수제맥주 본연의 깊은 풍미와 함께 신김치나 동치미, 레몬, 열대과일에서 풍기는 산미를 느낄 수 있어 출시와 동시에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입맛을 사로잡아 지역과 대한민국을 넘어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삼다도의 고장인 제주도의 제주맥주는 ‘위트에일’, ‘페일에일’ 등으로 대표하는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제주 특색을 담은 제품과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구축하며 국내 수제맥주 1위로 떠오르더니, 창업 7년 만인 2021년에는 국내 동종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제주 기업 가운데는 제주반도체 이후 두 번째 상장기업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업체는 면허수를 기준으로 2017년 101개에서 지난해 171개로 5년 새 70% 증가했다.
지자체들도 수제맥주 시장 성장에 주목해 제품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지역축제를 개최하는 등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원도심인 금암동 째보선창(죽성포구)에 방치된 옛 수협어판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군산비어포트’라는 수제맥주 체험관으로 탈바꿈시키고 청년 창업가들을 양조 전문인력으로 육성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비어포트에는 맥주보리로 싹 틔운 맥아를 직접 발효시켜 연간 18종의 맥주 130t을 생산할 수 있는 공동양조장과 200석 규모의 시음장,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체험판매관 등을 갖췄다.
이곳 수제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맥아 원료 이외 알코올 발효를 위한 전분, 당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100% 곡물 맥주라는 점이다. 거품이 풍부하고 맥아향이 진해 입안 가득 정통 맥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맥아도 국내 양조장 중 유일하게 수입산 대신 이 지역 농가와 계약 재배한 보리를 전량 이용하고 있다.
대구시도 2021년 지역 수제맥주 업체인 대경맥주와 대도양조를 지원해 지역을 대표하는 수제맥주로 ‘대구 탄 비어’, ‘세븐 락 비어’, ‘80 맥주’ 등 3종을 개발했다. ‘대구산맥’이라는 공동 브랜드와 6종의 상표도 특허청에 출원했다. 대구시는 대구테크노파크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비 1억원을 들여 수제맥주산업 기반을 확보하고 아카데미를 운영해 저변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수제맥주산업 활성화 사업’을 편다.
◆팬데믹 ‘특수’ 이어 엔데믹으로 ‘위기’
코로나19 엔데믹 도래로 상황은 또다시 역전됐다. 위스키·와인 등 고급양주류, 원소주 같은 전통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수제맥주업계 상장 1호이자 상표권 기간 만료로 대한사료와 함께 ‘곰표밀맥주’를 재생산 중인 제주맥주는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20억56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당 수치는 2022년 1분기 영업손실 14억7600만원과 견줘 적자가 39.3%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위축되고 있다”며 “맥주 제조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업계도 수제맥주 정체성을 유지해 차별화된 맛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주·부산=김동욱·오성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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