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다 계획이 있었다

정재웅 2023. 6.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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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M&A·투자로 약점 보완…시너지 극대화 전략
한화오션 인수로 적극적 행보…주력사업 육성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잘 짜여진 계획이 있다

기업은 계획 없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경영 환경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해야 할 일에 대해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둡니다. 계획이 틀어졌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만들어두기도 합니다. 

최근 한화가 그렇습니다. 한화는 방산, 에너지, 금융, 유통을 축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필요시 과감한 M&A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웁니다. 현재보다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특히 계열사 시너지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화를 주목해서 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한화는 최근 오랜 숙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사명도 '한화오션'으로 바꿨습니다. 한화는 한화오션 출범과 동시에 재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 방산업체 인수도 타진 중입니다. 해외 업체 M&A를 위한 준비도 마쳤습니다.

한화가 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시너지를 위해서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기존 계열사들과의 접목을 통해 그룹의 4대 축을 튼실하게 하기 위한 작업들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모두 큰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을 세워두고 각 사업별로 짜인 시표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한화오션, 마지막 퍼즐 맞췄다

그동안 한화는 방산 분야 투자를 지속해 왔습니다. 방산은 그룹의 모태였기에 더욱 공을 들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군함 등 해상 부문에선 늘 아쉬움이 컸습니다. 군함 등 특수선에 장착할 장비 기술은 갖췄지만 정작 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15년이 지난 후 한화는 결국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해상 분야에 진출할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한화오션은 한화에게 있어 단순히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계기를 만든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방산은 물론 에너지 부문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한화가 최근 2차전지 수명을 연장하는 정밀나노코팅(nano-coating) 기술 보유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를 통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물론 잠수함, 민간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동력체계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한화오션은 여러모로 한화의 보폭을 넓혀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오션을 정상화시킨다면 그룹 이미지는 물론 위상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임무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방산과 에너지 부문에서 성과를 거둬왔습니다. 한화오션 정상화까지 완료하면 그룹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됩니다. 

보폭을 넓히다

현재 한화의 시선은 해외로 향해있습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은 미국 법인인 한화퓨처프루프(Hanhwa Futureproof)에 1조300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한화퓨처프루프는 한화가 지난 3월 미국에 설립한 투자 법인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은 한화퓨처프루프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방산과 에너지 분야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의미입니다.

한화퓨처프루프에 대규모 실탄을 장전한 것은 한화가 향후 미국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실제로 한화는 최근 호주의 방산업체인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주체는 한화퓨처프루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오스탈은 미국 해군의 전투함 등을 건조하는 곳입니다. 여기에 한화의 방산 기술과 선박 건조 기술을 접목할 수 있습니다. '시너지'의 좋은 사례입니다.

/ 사진=오스탈 홈페이지 캡처

오스탈은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군함은 물론 핵잠수함도 건조합니다. 그동안 미국 육군과는 접점이 상당히 많았지만 미국 해군과는 접점이 없어 늘 고심해왔던 한화로서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스탈이 미국 해군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미국을 시작으로 여타 다른 국가의 방위산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한화퓨처프루프를 기반으로 미국 내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 확장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한화가 한화퓨처프루프에 넉넉한 실탄을 장전해 준 이유입니다. 한화퓨처프루프를 통해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를 한화의 계열사들이 잡아 성과를 내는 것이 한화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입니다. 

공통적인 패턴

한화의 공격적인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해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입니다. 현재 한화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대동소이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화의 수소사업입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을 통해 미국의 수소 탱크 업체 시마론을 인수했습니다. 한화임팩트는 수소 혼소 발전기술을 보유한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슨 에너지를 인수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기업 젤리 인수를 통해 통합 전력 거래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패널 시공업체인 쉬네르헤틱 홀딩스의 지분 60%와 자회사 3곳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해외 태양광 사업에 속도를 내는 기폭제로 삼았습니다. 현재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해외에서 주목받는 신사업으로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 사진제공=한화그룹

항공·우주분야에서도 같은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 전문기업인 세트릭아이 지분 인수와 한화시스템의 영국 우주 기업 원엡 지분투자, 안테나 기술을 보유한 페이지솔루션과 카이메타 지분 투자가 대표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그룹의 각 분야별 잘 짜인 계획하에 스텝바이스텝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너지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진행 과정에서 재무적 부담은 불가피하다"면서 "이를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지가 한화가 그린 큰 그림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화가 그려 놓은 계획은 과연 어떤 성과를 낼까요. 궁금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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