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 방해 말라"-"사죄 먼저 하라"…물리적 충돌까지

이영주 기자 2023. 6. 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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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회 국립5·18묘지 참배에 갈등 격화
몸싸움에 참배 불발…입장 차이만 재확인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임성록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 광주지부 고문이 시민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경찰을 향해 길을 열어달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 2023.06.0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가 '진정한 사죄를 먼저 하라'는 시민 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고성 등 물리력을 동반한 충돌이 빚어진 가운데 서로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와 5·18부상자회, 공로자회, 특전사회,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회원 등 50여 명은 3일 오전 11시 5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5월 단체와 특전사회는 민주의 문 앞에 모여 참배를 막아선 대책위 소속 100여명과 맞딱뜨렸다. 5월 단체 등은 대책위를 향해 "참배를 막을 자격이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고 이에 대책위도 "진정한 사죄를 먼저 하라"며 맞섰다.

두 단체가 충돌할 기미가 보이자 경찰은 곧장 기동대를 투입해 인간벽을 세웠다. 이에 5월 단체 회원들이 참배를 가로막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5월 단체 회원들은 막아선 기동대를 밀거나 당기면서 길을 트려고 했다.

5월 단체와 동행한 고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는 기동대원들을 설득하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임성록 특전사회 광주지부 고문도 막아선 기동대를 향해 무릎을 꿇거나 절을 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경찰력을 뚫지 못한 5월 단체 일부 회원은 단체장들의 주도 아래 민주의 문 밖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실랑이는 계속됐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실랑이 끝에야 5월 단체와 특전사회가 물러나면서 상황이 끝났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특전사회의 민주묘지 참배를 두고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023.06.03. leeyj2578@newsis.com

참배에 앞서 특전사회와 대책위는 서로의 입장을 발표했다. 특전사회는 사죄에 따른 참배를 막지 말라며, 대책위는 진정한 사죄 태도를 보인 뒤 참배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완고한 입장 차이는 민주묘지 참배를 강행하고 막아서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특전사회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월 단체와 함께 '특전사회와 5월 어머니의 만남' 행사를 갖고 5·18 사죄 의사를 밝히며 민주묘지 참배 뜻을 완강히 했다.

임 고문은 행사 자리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원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후배 특전사들은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부상당한 분들과 유족, 민주화를 열망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난 2월 19일 5월 단체와 발표한 대국민 공동선언문을 통해 화해와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자각하고 5·18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공유, 진심어린 사죄와 위로를 드리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화해 연구 프로그램을 실천, 5월 단체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같은 진정성을 갖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하는데 방해를 하는 세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특전사회는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가 없고 사주또한 받지 않았다"라며 "(우리의) 참배를 방해하지 말라. 참배 방해 행위야 말로 5·18 역사를 왜곡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도 이날 오전 특전사회의 사죄 없는 참배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특전사회와 부상자회 등은 지난 2월 19일 대국민 공동선언 발표 이후 광주·전남 시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행보를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죄, 실체적 증언 없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5월 정신을 바로 세우자는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세 단체는 어떤 사죄도 없이 오월 영령들을 우롱하는 행태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다"며 "심지어는 대책위를 폄훼·훼손하고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등 묵과할 수 없는 만행마저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만적인 대국민 공동선언 폐기와 광주·전남 시도민에게 진실한 사죄 없이 특전사회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는 것을 결단코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임성록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 광주지부 고문이 시민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진을 친 경찰을 향해 길을 열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2023.06.03.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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