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팠던 풋살 경기 복기…패배는 더 아팠다 [ESC]

한겨레 입력 2023. 6. 3. 14:05 수정 2023. 6. 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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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운동]오늘하루운동 풋살
대회 3일 전 친선경기 뒤 ‘복습’
지난 4월엔 준우승…우승팀과 한조
조별리그 1승2패, 첫 예선 탈락
지난 5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풋살 대회에서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필자가 속한 알레그리아 에프에스(fs) 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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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경기 리뷰하고 갈까?” 지난 24일 밤 10시, 친선경기를 끝내고 우리 팀 주장 은비가 슬며시 운을 뗐다.

우리는 3일 뒤 대회를 앞두고 있었고 그날이 대회 전 마지막 훈련 날이었다. 게다가 바로 직전 대회인 4월 전국 생활체육대축전에서 만나 우리를 준우승에 머물게 한 우승팀이 이번 대회에도 조별 예선에 같은 조로 배치돼 모두 전의에 불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니 주장 은비의 물음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오케이’를 외칠 수밖에! 친선경기가 있던 서울 노원구에서 훈련장이 있는 광진구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함께 돌아왔고, 야식과 맥주까지 탁자 위에 든든히 챙겨두고 모니터 앞에 둘러앉았다.

호기롭게 모여 앉았지만,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경기 리뷰(복기)를 할 때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팀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실수가 낱낱이 드러나고 분석 당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4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른 나는 감독님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떨고 있었다.

4개월 공백…눈으로 확인한 ‘어리바리’

그도 그럴 것이 4개월 만에 복귀해서 만난 팀 동료들은 볼 컨트롤과 움직임이 정말 많이 향상돼 있었다. 좁은 피치 위, 공간을 창출해 내는 움직임이 너무나도 중요한 풋살에서 내가 없는 사이 합이 잘 맞춰진 움직임에 어떻게 발을 맞춰 함께할 수 있을지, 잃어버린 내 감각과 덩달아 좁아진 시야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경기 전부터 긴장감이 몰려왔다. 다행히 우리 팀 동료들이 공격을 잘 풀어나간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이길 수 있었지만, 막상 피치 위에서 내 플레이는 어땠는지, 잘해낸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리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어리바리한 내 모습이 딱 걸렸다. “은선이 지금 수비 위치 보고 있어? 공 받기 전에 수비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 팀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지! 그래야 컨트롤을 어느 쪽으로 할지 정할 수 있어. 지금 아무것도 못 보니까 수비 있는 쪽으로 컨트롤하잖아. 풋살은 한 걸음 차이가 엄청 커. 이러면 벌써 패스 경로는 차단되고 공을 뺏기는 거야.”

감독님 말씀이 맞다. 솔직히 아무것도 안 보였다. 일단 볼을 잘 받아야 한단 생각에 수비수를 따돌리는 컨트롤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 내 볼 컨트롤에 자신이 없어지고 시야가 좁아진 상태라 상대가 압박해올 때면 정신을 못 차렸다. 피치 밖에서 “은선아! 왼쪽으로 컨트롤해야지!” 외치는 감독님의 소리가 들려도, 마음이 급해 상대 수비수를 향해 돌진하듯 컨트롤을 반복했다. 어휴.

앞서 감독님이 인정한 내 장점은 볼 컨트롤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로 최종 수비수인 픽소 역할을 맡았다. 픽소는 골키퍼 바로 앞, 우리 팀 동료들을 다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경기를 넓게 보면서 볼을 뿌려주고 상대가 공격해 올 때 전력으로 수비해야 한다. 수 개월 동안 픽소를 맡으면서 상대 공격수를 막아야 하는 수비 상황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 5월24일 풋살 대회를 앞두고 친선 경기가 끝난 뒤 알레그리아 에프에스 팀원들이 모두 모여 경기 복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공격을 차근차근 전개하는 빌드업이 문제였다. 풋살은 필드 플레이어 4명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픽소도 우리 팀 동료와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하고 패스를 적재적소에 찔러주고 타이밍에 맞춰 빈 공간으로 나가야 한다. 내가 움직여야 상대편 수비수를 유인해 더 큰 공간이 만들어지고, 만일 수비수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빈 공간에서 직접 패스를 받아 공격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움직이기 전에 시야를 스스로 좁히며 몇 번의 불필요한 터치를 반복하면 상대는 바로 달려오고 그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실점 기회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릴 때 더 긴장되고 머리가 하얘진다.

모니터 속 경기 후반에는 픽소 자리에서 옆으로 패스를 주고 괜찮은 타이밍에 가운데 빈 공간으로 뛰어가는 장면이 몇 번 있었는데,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너무 빠르게 달려나간 탓에 오히려 패스가 여려운 사각지대를 만든 것이다. 내가 빈 공간을 지나치는 시점에 맞춰 감독님이 탁!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자 봐봐, 무작정 뛰어나가는 게 아니야. 상대 수비가 없는 쪽을 찾아가야지. 뛰어가다가 패스받을 각이 나오면 거기 멈춰서 공을 받아야 해.” 내가 너무 열심히 튀어나간 덕에 패스는 내 뒤로 흘렀고 상대편에게 공을 내주게 된 상황이었다. “네….” 하고 대답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일단 움직임을 가져간 스스로가 기특했다. 자신 있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비에 쌓여 고립되는 것보다 그래도 한 발짝 나아간 플레이를 했으니까.

혼자 복기하며 맷집부터 키우리

지난 5월27일 제천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풋살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필자가 골키퍼를 맡았다.

이날의 리뷰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개별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이 주를 이뤘지만 핵심은 결국 기본이었다. 첫째, 내가 편한 패스가 아니라 동료가 받기 편한 패스를 할 것. 둘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넓게 서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것. 셋째, 수비할 때 빠른 소통으로 각자 막을 상대를 확실히 정할 것.

대망의 대회 날.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대회라 우리는 여느 때보다 서둘러 아침 일찍부터 버스터미널에 모였다. 그런데 웬걸.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그런지 교통체증이 엄청났다. 예상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려 제천 터미널에 도착했고 시내버스를 탔지만, 경기장 가는 길에 퍼져버린 다른 버스 탓에 길은 또 막혔다. 온 세상이 우리의 출전을 막는 듯한 억지스러운 상황 속에 우리는 경기 시작 10분 전에 겨우 대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정신없이 첫 경기를 치렀다. 직접 차를 운전하고 오기로 한 팀원들이 도착하지 못한 바람에 나는 골키퍼 장갑을 껴야 했다. 다행히 대승(8대 1)을 거뒀지만 몸이 풀릴 새도 없이 승리한 우리는 왠지 어안이 벙벙했다.

어수선한 마음은 계속됐고 1시간 뒤 이어진 두번째 경기에선 0대 1로 졌다. 벼르고 별렀던 지난 대회 우승팀과의 세번째 경기에서도 0대 1로 지고 말았다. 조별리그 1승 2패, 예선 탈락이었다. 우리 팀 사상 최초의 예선 탈락! 지난 대회 준우승팀으로서 충격적인 결과였다.

기대와 달리 대회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엉망진창, 어리둥절했던 하루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이 충격을 어떻게 흡수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한 번 모니터 앞에 앉아야 한다. 모두 모여 경기 리뷰를 하기 전에 혼자 영상을 보며 맷집을 좀 키워야겠다. 하, 쓰라리다!

글·사진 장은선 다큐멘터리 감독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숏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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