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보유, 이러면 가능”...‘북한 미사일 공포’ 한방에 끝낸다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6. 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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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2]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의 발사체 도발 이후 서울역에서 뉴스를 확인중인 시민들.
“북 미사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안일함 일깨우는데 도움이 될 것”

지난 31일 북한이 정찰위성이라 주장한 발사체를 쏜 뒤 일어난 경보 소동에 대해, 한 서울 거주 외국인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워싱턴 선언’ 이후 핵보유론은 크게 수그러들었지만 미국이 약속한 확정억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 될수록 확장억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핵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에게 계속 무시당할 것이고 북핵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이라며 “핵 보유 옵션을 완전히 포기 말고 긴호흡으로 단계적 핵 보유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의 반대로 불가능하고 북한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핵공격을 실제로 단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반론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Q.핵무기 사용은 미국의 보복을 부를텐데, 북한이 그런 자살행위를 할까?
A: 북한이 핵을 쏜다면 다양한 시나리오와 형태가 있습니다. 예컨데, 북한이 핵으로 서울을 공격하면 미국이 평양을 핵으로 공격해줘야 하죠. 그런데 북한이 전술핵으로 지방 군사시설이나 항만, 공항 같은 곳을 타격했을때 미국이 그렇게 할까요?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핵 보복을 해줄 거라고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나이브한 태도라고 봅니다.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은 한국에 크게 열세죠.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북한에겐 핵밖에 없습니다. 지금 북한이 남한을 핵 공격하는 훈련과 연습을 실제로 하고 있는데 그냥 허풍으로 볼 수만은 없습니다. 무조건 김정은 정권 종말을 가져올 것이기에 핵공격은 일어날 리 없다는건 어떻게 보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거라고 봅니다.

이제 북핵은 미국한테만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핵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이지만, 미국에겐 수십가지 사안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지금 미국 북핵 특별대표도 겸임 직책이잖아요. 중국, 러시아 문제에 비해 중요성이 작다보니 북핵 해결을 위해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겁니다.

Q. 한국이 핵무장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A: 현재 기술적 장애물은 거의 없지만 제도적 장애물이 큽니다. 일단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먼저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일본과 같은 수준의 잠재력을 확보해야하고, 이후 NPT 탈퇴도 필요 합니다. IAEA가 물샐틈 없이 감시하고 있어서 NPT 탈퇴없이 핵 개발은 불가능해요.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 핵개발에 들어갔다 가정하면 1~2년안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2년 정도 뒤에는 본격적인 양산과 기술 고도화가 가능합니다. 핵무기 관련 연구를 해온 핵공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그렇습니다.

Q.일본도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지난 1월 일본 시민들이 일본의 핵무기 금지조약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 일본은 플라자 합의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관련해 상당한 양보를 받아냈습니다. 그러면서 핵무기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티늄은 이미 확보하고 있죠.

2차대전때 미국이 앞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일본도 당시 핵무기를 개발중이었거든요. 이미 핵무기 개발 역사와 경험이 있고 기술자들도 있어서 사실 준비는 다 돼있는거죠. 수주 내지 수개월 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국민들의 반핵 정서가 매우 강합니다. 일부 우익 정치인들은 핵을 보유하고 싶어하지만 섣불리 핵무장을 주장했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죠.

다만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 되는데요.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그때는 일본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만일 일본이 핵무장 하려 했을때 지금 상태로는 한국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전혀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에요.

Q. 핵무장을 추진하면 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에 직면할텐데?
A: 미국이 지금 당장은 반대하죠. 민주당 행정부 하에서 한국이 핵개발로 나아가려고 하면 많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정 기간 아주 강력한 제재는 아니더라도 피해를 볼 수 있고요.

그런데 2016년 미 대선때 트럼프는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내년 대선때 트럼프나 그와 비슷한 성향의 정치인이 당선된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보는 미국의 시각도 바뀔 수 있다는 거죠.

현재 핵무장론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 당장 하자는 게 아닙니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니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척시켜 나가자는 겁니다. 일단 핵 잠재력부터 확보해 놓고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면 그때 미국을 설득하자는 거죠.

저는 결론적으로 한국이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일단 과거와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대도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어서 안보리 제재 채택이 안 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을 갖겠다 하면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제재하려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경우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겁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왼쪽)과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이건 근거없는 추정이 아니라 미국내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미국에서 한국의 핵보유를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거든요. 그가 작년 12월에 한국의 핵보유 추진시 미국이 안보리 제재안이 채택되는 걸 막아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 제재안을 채택하려하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고 봤고요.

다른 국가들이 핵확산을 우려해 반대할 수도 있겠죠. 그럴땐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조건부 핵무장론을 내세울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핵에 대한 제재는 항상 미국이 주도 해왔고 영국, 프랑스 같은 다른 상임 이사국들이 따라오는 형국이었습니다. 이런 전례에 비춰봤을때 미국이 거부하는데 다른 서방국가들이 한국을 제재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낮습니다.

Q.그래도 독자 핵무장은 한미 동맹을 위험에 빠뜨릴것 같다.
A: 로버트 아인혼 같은 인사들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큰 이유가 한미동맹 약화죠. 한국이 핵을 갖게 되면 지금처럼 많은 미군이 한국에 배치될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또 어떤 미국인들은 핵을 갖게 된 한국이 중국쪽에 기울 것을 우려 합니다.

이런 우려는 핵보유와 함께 한미일 상호방위 협정 체결을 통해 불식시킬수 있습니다. 한미일 상호방위협정 체결은 미국이 지금까지 가장 원해왔던 건데요. 이걸 수용한다면 미국도 핵 보유 한국이 중국쪽으로 기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신뢰할 수 있을 겁니다. 역사문제와 여론 때문에 한국이 일본과 방위 동맹을 맺기는 어렵죠. 하지만 양자가 아닌 다자틀에서 한다면 지금 보다 반대 수위가 훨씬 덜해질 거라고 봅니다.

지금 세계가 진영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죠. 이 흐름에서 한국이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때문에 원하든 원치않든 일본과의 협력 강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자율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현재 한미 동맹은 한국이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다보니 비대칭적입니다. 한국이 핵을 갖게 되면 발언권도 세지고 동맹도 보다 균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핵보유와 함께 한미일 삼각동맹을 같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Q.핵무장 하면 남북간 핵군비 경쟁이 초래되지 않을까?
A: 초기에는 그럴수 있죠. 그런데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물질로는 한국을 따라올 수가 없어요. 한국이 갖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로 핵무기를 만들면 4천개 이상도 만들 수 있습니다. 군비경쟁이 시작돼도 얼마 안가 북한은 멈추고 싶어할 겁니다. 그래서 핵감축 협상으로 넘어갈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핵감축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핵균형을 이루면 됩니다.

핵감축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게 한국이 미국과 협의해서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거고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까지 갈 수도 있는 거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진보세력들이 그토록 원하는 남북교류협력도 재개될 수 있겠고요. 장기적으로 북미,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면 동북아 정세도 안정될 수 있고, 그러면 한국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겁니다.

다음 회에선 중국통 이철 박사의 ‘중국의 대만 침공이 북한의 남한 공격 부르는 이유’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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