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 우려 커지는데…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작년 재탕
올해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이 지난해와 흡사
시장 상황에 수익률 좌우돼도 큰 변화는 지양
물론 지난해 80조원 손실 대부분 만회했지만
향후 시장 상황 대비할 포트폴리오 개편 필요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지난해 80조원의 손실을 내 수익률 제고 방안을 내놓겠다던 국민연금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수익률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인데, 지난해 발표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재탕했기 때문이다. 9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가 가득한 모습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달 31일 열린 2023년도 제2차 회의에서 ‘2024~202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했다. 중기자산배분안은 5년 단위 기금운용 전략으로 향후 대내외 경제전망과 자산군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금의 목표수익률 및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을 5.6%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2028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했다.
올해 국민연금이 발표한 5년 단위 중기자산배분안은 지난해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기금위가 제시한 오는 2027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 역시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였다. 물론 자산군별 세부 목표 비중은 국민연금법 제103조2에 따라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마이너스(-) 8.22%라는 수익률로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내면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상황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자 업계에서도 쓴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려면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과거부터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해나가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포트폴리오에선 작년 내용과 많이 달라진 부분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문가들을 모아 포럼과 토론회를 수차례 열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기준 포트폴리오 등 운용 제도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기금위에서 발표된 중장기자산배분안은 이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미 보건복지부도 이르면 지난 4월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올 1분기 6.3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손실액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지난해 평가손실액이 약 80조원이었지만, 1분기 벌어들인 수익금이 58조4000억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비중이 많은 만큼 지난해처럼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수익률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서라도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이유다.
국민연금의 지난 3월 말 기준 전통자산과 대체자산 비중은 각각 84%와 16%다. 자산군 비중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채권이 33.6%(320조2000억원)를 차지하며 가장 많고, △해외주식 27.9%(266조3000억원) △국내주식 14.7%(140조3000억원) △대체투자 16.0%(152조5000억원) △해외채권 7.2%(68조7000억원) △단기자금 0.4%(3조6000억원) 순이다.
국민연금은 자산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포트폴리오에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어떤 시장 상황에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려면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 공제회 CIO는 “기관투자가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가장 먼저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자산군 비중을 조정한다”며 “물론 국민연금이 자금규모가 커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겠지만, 국민들의 기금고갈 우려가 큰 만큼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에 따라 자산배분안을 조정하는 것이 향후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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