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사이렌에 놀란 가슴…'진짜 전쟁 난다면?'

윤도진 2023. 6. 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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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험은 면책' 원칙…손보서는 보장 안해
직접원인 아니면 따져볼 만…생보는 '통상 보장'

지난 주 수요일(5월31일) 아침에 놀라신 분들 많으셨죠?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서울에 경계경보가 발령되고 위급재난문자가 발송됐죠. 갑작스러운 사이렌은 서울에만 울렸지만 그와 동시에 검색 포털까지 잠시 마비되는 일이 벌어져 충격과 혼란은 전국구로 번졌죠. 

재난대비용가방이나 생존키트를 꾸리는 법, 지역별 대피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의 인터넷 주소(URL)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기도 했죠. 가정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입니다만, 이번 일은 '정말 전쟁이 일어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렇다면 보험은 전쟁처럼 거대한 위험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보험의 본질인데 말이죠. 전쟁이 나더라도 내가 계약한 보험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피해나 손해를 보상할 수 있을까요? 

일단 상법 제660조는 '전쟁위험 등으로 인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에는 '보험사고가 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쓰여 있죠. 

이는 원칙적으로 전쟁은 보험으로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 아니라고 본다는 겁니다. 전쟁 같은 큰 사고는 위험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의 사고가 아니고, 또 보험료로 인수할 수 있는 위험 규모가 아니라는 거죠. 전쟁을 보장하게 되면 보험사가 줄파산하는 것은 물론 보험제도 자체도 위태로울 수 있단 얘깁니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일 뿐이죠. 상황이나 상품에 따라 보험금이나 일부 금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출근하다 경보를 접한 이들이 많았다던데, 자동차보험부터 볼까요? 차보험의 경우 전쟁으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이 피해를 입었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면책사유로도 명시해 두고 있죠.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공시를 보면 대인배상Ⅰ(책임보험)을 제외한 △대인배상Ⅱ(임의가입)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자기차량손해 등의 담보에서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및 이와 유사한 사태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타인의 피해를 보상해 주는 배상책임보험 역시 전쟁으로 일어난 손해였다고 판단되면 배상하지 않죠. 이 밖에도 질병·상해보험과 재물보험 등 손보사가 취급하는 대부분 상품은 전쟁으로 발생한 손해에 보험금을 주지 않습니다. 실손보험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전쟁이 보험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면 이런 보험에서도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 전쟁 상황과 별개로 일이 났을 때죠.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전쟁 소식을 듣고 위급하게 주행하다 사고가 난 경우, 피난을 준비하는 일상 중에 다치거나 물건이 부서진 경우 등은 면책 적용이 애매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손보에는 해상(海上)보험 등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보상 특약이 있긴 한데요, 이런 상품은 전쟁이나 분쟁중인 해역을 지나는 기업(상선) 등을 위한 것이지 일반인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전쟁 발발 시 시민 이용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역 플랫폼(사진은 2020년 설연휴, 기사와 무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렇다면 전쟁 중 가족이 사망한 경우엔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종신보험 같은 생명보험회사의 사망 보장 상품은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손보 상품에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게 통상적이지만요. 이는 보장하는 사망(일반·재해·상해 등)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죠.▷관련기사: [보푸라기]코로나 2급 감염병 되면…사망보험금 '절반'(2022년 4월23일)

특히 종신보험은 보장기간이 '평생(종신)'인 사망보험 상품인데요. 어떠한 경우로 사망하더라도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상법 면책 규정(660조)에 '다른 약정이 없다면'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종신보험 같은 약정을 말하는 겁니다.

생보 상품은 대부분 이런 약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 전쟁 중 다쳤을 때도 보험금을 줍니다. 과거에는 전쟁 등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지급 보험금이 다소 감액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2010년 표준약관이 개정된 뒤로는 보험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답니다. 

또 보험 계약자가 전쟁 때 실종이 된 경우에도 1년이 지나면 사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요. 군인의 경우도 전사하게 되면 국방부 복지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게 돼 있습니다.

면책 때문에 보험금을 못 받는다면 아쉽고 화도 나겠죠? 생보든 손보든 보험사가 전쟁을 이유로 면책을 받은 경우, 해당 보험료 적립금을 돌려받도록 돼 있는 것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이버 보험에서 전쟁 면책 조항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기도 합니다. 해킹 같은 사이버 공격이 대체로 북한 등 국가를 배후에 두고 있어서죠. 이를 전쟁 행위로 보게 되면 면책사유가 되는데, 그렇다면 사이버 보험이 무슨 효용이 있냐는 게 문제라고 하네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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