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스테로이드를 맞았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정미경기자 2023. 6.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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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스테로이드를 맞았다?
경고 날린 챗GPT 개발자

미국 청문회 왜 재미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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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청문회에 출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상원 홈페이지


AI will be like photoshop on steroids.”
(인공지능은 강력한 포토샵처럼 될 것이다)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청문회였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이전에 열린 정보기술(IT) 청문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올트먼 CEO가 AI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하자 의원들은 환영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은 AI의 미래를 포토샵에 비유했습니다. 이미지를 편집할 수 기능의 포토샵이 처음 개발됐을 때 실제보다 보기 좋게 수정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탄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뽀샵’이 과장된 이미지라는 것을 압니다. AI도 마찬가지로 혼란의 기간을 거치면서 적절한 활용법을 터득해나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steroid’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테로이드를 말합니다. ‘on steroids’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강력하다’라는 뜻입니다. ‘처럼’이라는 뜻의 ‘like’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Al가 미치는 영향력은 포토샵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훨씬 셀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의회는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엽니다. 상원, 하원, 상하원 합동으로 위원회별로 열렵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주재한 이번 청문회는 AI와 관련해 처음 열리는 청문회라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문회 출석자들은 의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즉각 답변을 해야 하므로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예상 밖의 발언으로 ‘청문회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미국 역사상 유명한 청문회들을 알아봤습니다.

2013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상원 홈페이지


What difference at this point does it make?”
(이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


벵가지 사태는 2012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습격해 미국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벵가지 지역의 반미 시위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전에 대처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책임자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3년 상원 외교위원회 주재로 열린 벵가지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벵가지 사태 자체보다 반미 시위의 원인에 질문을 집중시키자 클린턴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벵가지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what difference does it make’는 ’그게 무슨 차이를 만드느냐‘ ’그래서 뭐가 달라지느냐‘라고 상대의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의문문입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의 발언만큼 외모도 화제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청문회장에 나타났습니다. ‘힐러리 시력’이 인터넷 화제어로 오를 정도였습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994년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7명의 담배회사 최고경영자들. 하원 홈페이지


The difference between cigarettes and Twinkies is death.”
(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다)


1994년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 대형 담배회사 CEO 7명이 단체로 참석했습니다.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법정에 불려나온 7명의 CEO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해서 ‘7명의 난쟁이들’(seven dwarfs)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들고 “진실만을 말하겠다”라고 선서하는 장면은 다음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카멜 브랜드를 생산하는 RJ레이놀즈의 제임스 존스턴 CEO와 청문회를 주최한 헨리 왁스먼 보건환경 소위원회 위원장 사이에 오간 ‘트윙키스’ 대화가 유명합니다. 존스턴 CEO는 “담배는 커피, 차, 트윙키스보다 중독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왁스먼 위원장은 “트윙키스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라고 하자 청문회장은 숙연해졌습니다.

트윙키스는 크림이 들어있는 카스텔라 스낵입니다. 1930년부터 생산된 미국의 국민스낵이라 얘깃거리도 많습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의 성소수자 운동가 하비 밀크를 죽인 범인이 트윙키스를 많이 먹어 우울증에 걸린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변호 전략을 생각해낸 이후로 ‘트윙키 변호’(Twinkie defense)는 설득력 없는 변호를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1987년 상하원 합동 이란 콘트라 청문회에 출석한 올리버 노스 중령. 상원 홈페이지


I came here to tell you the truth, the good, the bad, the ugly.”
(나는 좋고 나쁘고 추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좌파 정부 전복을 위해 우익 콘트라 반군을 돕다가 발각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올리버 노스 중령이라는 청문회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1987년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노스 중령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 영화 ‘the Good, the Bad, the Ugly’(한국명 석양의 무법자)를 거론하며 “진실은 좋고 나쁘고 추악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추악한 범죄 행위지만 애국심에서 벌인 일이라는 뜻입니다. 청문회장을 나서는 노스 중령에게 야유 대신 박수가 터졌습니다. 이후 ‘the good, the bad, the ugly’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의 부제목처럼 여기저기서 쓰이게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지명자 상원 인사 청문회에 출석한 아니타 힐 교수. 상원 홈페이지
1991년 아니타 힐 오클라호마 법대 교수는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서 토머스 지명자가 과거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힐 교수가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자청한 것은 아니고 다른 경로로 성추행 의혹을 접수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출석을 요청받았습니다.

TV로 생중계된 청문회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성추행 의혹의 강도입니다. 토머스 지명자의 과거 언행을 말하는 과정에서 힐 교수의 입에서 높은 수위의 성적(性的) 단어들이 마구 등장했습니다. 웬만한 성적 묘사에 꿈쩍도 않는 미국인들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둘째, 질문을 던진 의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전원 백인 남성인 의원 12명은 힐 교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성추행 주장은 불안한 정신상태의 여성이 만들어낸 ‘fantasy’(공상)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힐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I am not given to fantasy.”
(나는 공상하는 버릇이 없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be given to’는 ‘어떤 쪽으로 주어지다,’ 즉 ‘어떤 습관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힐 교수는 자신이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이어 “자신이 하려는 말에 완전한 확신이 없이는 여기는 나올만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의원들은 더는 ‘공상’ 이론을 펴지 않았습니다.

토머스 지명자는 인준 표결을 통과해 대법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힐 교수의 증언은 많은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남성 의원들의 낮은 성인식지수에 충격을 받은 여성들은 대거 의회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청문회 위원장으로 힐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공식 사과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2021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경영자와 함께 AI에 대한 책을 펴낼 정도로 조예가 깊은 키신저 장관은 “세계는 아직 AI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쟁 상황에서 AI 무기들이 인간의 명령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We may well wind up destroying ourselves.”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wind’는 명사로 ‘바람’이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둥그렇게 감다’ ‘구부러지다’라는 뜻입니다. 발음도 ‘윈드’가 아니라 ‘와인드’가 됩니다. ‘wind up’은 ‘어떤 결과를 낳다’라는 뜻입니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때 자주 씁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 충고할 때 “you are going to wind up in prison”이라고 하면 “그러다가 감옥에 간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0월 2일 소개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캐버노 청문회는 여러 면에서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와 흡사했습니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청문회에 출석해 과거 10대 시절에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2018년 10월 2일자 PDF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1002/92220289/1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 출석한 크리스틴 포드 교수. 상원 홈페이지
요즘 화제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TV로 생중계된 청문회를 지켜봤습니다. 두 주인공인 캐버노 지명자와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I never drank beer to the point of blacking out.”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맥주를 마신 적은 없다)


‘frat boy vs choir bo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교클럽(fraternity) 소년이냐, 성가대(choir) 소년이냐’는 말입니다. 전자는 주로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청년, 후자는 신앙심이 깊고 규율을 잘 따르는 청년을 가리키는 상반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캐버노 지명자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성가대 소년’ 이미지가 강했는데 고교 시절 15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사교클럽 청년’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셨느냐”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캐버노 지명자는 “맥주를 잘 마셨고 지금도 잘 마신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취중 성폭행은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black out’은 정신이나 이성을 잃을 때 씁니다.

I was calculating daily the risk/benefit for me of coming forward.”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


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는 35년 전 일어난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을 공개하는 것을 ‘come forward’(앞으로 나오다)라고 합니다. 의원들은 “왜 오래전의 일을 계속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 밝히기로 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포드 교수는 결정하기까지 겪은 심적 고통을 “jumping in front of a train”(기차 앞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라고 속마음을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구절로 꼽았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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