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단 4-H 훈련농장 보존' 위한 소새마을 향토역사 심포지엄 1일 성료
전후 한국 재건의 산실이었던 한미재단 4-H 훈련농장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모였다.
소새마을 향토역사 심포지엄 ‘한미재단 4-H 훈련농장 보존 의의와 발전방안’이 1일 오후 4시 부천 소사공간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양정숙 부천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신승직 소새마을기획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안운설 소사본동 책임동장 등을 비롯한 50여명이 참석했다.
심포지엄은 6·25 직후 1952년 한국의 재건 도모를 위해 미국에서 설립한 비영리 원조기관인 한미재단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자는 목소리를 한데 모으기 위해 열렸다. 25년간 경제·농업·주택·보건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한미재단을 통한 발전이 이뤄진 만큼, 근대농축산업 발전사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유산이 현재 놓여 있는 상황과 현실을 적극 알리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현재 부천 소사대공원에는 1964년에 건축된 한미재단 4-H 훈련농장의 곡물저장고, 학습동, 기숙사로 추정되는 건물이 남아 있으나 현재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2021년 10월 한미재단 4-H 훈련농장 ‘사일로(사료저장용 축산시설)’ 건물만 경기도등록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가운데, 지정되지 않은 다른 축사 등 건물에 대해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부천시의회 263회 정례회에서 최옥순 의원이 시정질의를 통해 소사대공원 내 한미재단 4-H 훈련농장 건물 보존 및 문화재등록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관련 주제발표를 위해 이창호 한미재단 4-H 동문회 사무총장(㈔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과 양경직 계남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이 대표가 4-H 훈련농장 훈련생의 실제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해당 유산이 내포하는 역사적 의미에 관해 객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표는 1978년에 한미재단 4-H 훈련농장을 장기생 27기로 수료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훈련농장의 축사 건물 앞에서 교육생들과 시간을 보냈던 기억, 실제 교육과정이 진행됐던 모습, 농기계 장비 등이 담긴 구체적인 사진 자료를 통해 당시 경험을 고스란히 객석과 나눴다. 이어 그는 과거 한미재단이 훈련 및 교육기관으로서 한국 재건에 기여했던 이력이 어떻게 미래 가치와 연결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이 대표는 “문화유산을 잘 활용해 부천시민들의 긍지를 높이는 방안이 정말 많다. 미래를 위한 고민들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두 번째 발표에서 양 소장은 4-H 훈련농장 건물의 경기도등록문화재 등록 추진을 위해 밟아온 길, 지역사회에서 해당 유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그간 쌓아온 전문적인 식견을 객석과 공유했다. 그는 원조 기관으로 시작한 한미재단의 역사를 세밀하게 짚어보면서 부천만의 역사가 아닌, 국가가 소중히 지켜내야 할 나라의 역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천향토문화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역임하기도 한 양 소장은 지난 2019년 양정숙 부천시의원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등 한미재단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존에 힘써도 모자랄 판에, 일부 건물만 남겨두고 철거되는 등 미숙한 대처로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사람이 우선이다. 법이 우선이 된다면 우리 지역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가 남아서 계승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발표가 끝난 뒤 열린 질의응답 세션에서도 참여 객석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문객은 자신이 4-H 훈련농장에서 개를 관리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오늘 자리가 뜻 깊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부천시와 협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오기도 했다.
1969년에 전북 군산시 4-H 연합회장 자격으로 한미재단 교육을 수료한 김육진씨는 “이 대표의 발표에서 오랜만에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소중한 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진심이 꼭 전국에 확산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승직 이사장은 이날 행사에 대해 “이런 뜻 깊은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오늘 심포지엄을 여는 이유도 하나의 역사를 남기고 싶었던 마음에서 출발한다. 사라져가는 소새마을의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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