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인생투자 '씨즈캔디'…그리고 좋은 기업, 끔찍한 기업[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버핏은 1972년 씨즈캔디 인수를 통해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담배꽁초 투자(Cigar Butt Investing)의 버핏 1.0시대를 지나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는 버핏 2.0 시대에 진입하게 됩니다.
버핏의 명언 중 하나인 "적당한 회사를 훌륭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훨씬 낫다"도 씨즈캔디를 통해서 깨달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버핏은 2007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위대한 기업, 좋은 기업, 끔찍한 기업(Businesses: The Great, the Good and the Gruesome)'이라는 꼭지를 통해서 훌륭한 기업의 특징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씨즈캔디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물론 씨즈캔디, 가이코, 벌링턴노던산타페(BNSF)처럼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는 주식시장에서 위대한 기업의 지분을 소량 사들이는 것으로도 만족한다고 합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경제적 해자(moat)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버핏은 정말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수익률을 지켜줄 항구적인 해자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어떤 기업이 높은 수익을 내면 자본주의의 역학에 따라 경쟁자들이 그 성을 끊임없이 공격하게 됩니다. 그래서 탁월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이코, 코스트코의 낮은 생산 원가나 코카콜라, 질레트의 전 세계적인 강력한 브랜드처럼 가공할 만한 진입장벽을 가져야 합니다.
버핏은 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견고하게 보이던 해자가 순식간에 사라진 기업들이 넘쳐 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관심 대상에서 탈락시킨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가 사회에는 이롭게 작용하지만, 투자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버핏은 안정적인 산업에 속하면서 장기적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 그리고 만약 이런 기업이 성장성까지 갖췄다면 위대한 기업이 된다고 말하는데요, 바로 씨즈캔디입니다.
1972년 버핏은 씨즈캔디의 매출이 약 3000만달러이고 세전이익은 500만달러에 못 미칠 때 2500만달러를 주고 씨즈캔디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사업에 필요한 자본은 800만달러였기 때문에 회사의 세전 ROIC(Return on Investment Capital·투하자본수익률)은 60%에 달했습니다.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씨즈캔디는 운전자본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는데요. 우선 현금판매를 했으므로 매출채권이 없었고 생산 및 유통 주기가 짧아서 재고자산도 최소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럼, 버핏이 인수한 이후 씨즈캔디의 실적은 어땠을까요? 버핏이 1984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공개한 씨즈캔디의 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1972~1984년 기간 씨즈캔디의 매출액은 3134만달러에서 1억3595만달러로 4배 이상 커졌으며 세후이익은 208만달러에서 1338만달러로 6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매출액이 4배 이상 커졌지만, 판매량은 1695만파운드에서 2476만파운드로 약 46%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대신 1파운드(약 0.45㎏)당 가격은 1.85달러에서 5.49달러로 3배로 올랐습니다. 1974년에는 가격을 17.3%나 올리기도 했는데요, 씨즈캔디는 매년 가격을 10% 올리면서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벌어들입니다. 바로 씨즈캔디의 브랜드와 높은 고객 충성도 때문에 가능했던 건데요, 버핏은 씨즈캔디를 통해서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을 깨우칩니다.
1972~1984년 기간 씨즈캔디의 연간 성장률을 분석해보면 판매량은 매년 3.2%밖에 안 늘었지만, 가격이 거의 10%씩 오르면서 매출액은 13%씩, 세후이익은 16.8%씩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씨즈캔디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완전 자회사라서 최근 실적을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버핏은 2019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우리가 25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씨즈캔디는 그동안 20억달러가 훨씬 넘는 세전 이익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세전이익으로 보면 투자금의 8000%가 넘는 수익을 가져다 준 건데요, 이 돈으로 버핏이 코카콜라에 투자하는 등 씨즈가 벌어다 준 돈은 버크셔의 듬직한 밑천이 됐습니다. 지금은 씨즈캔디의 초콜릿 가격이 파운드당 20달러가 넘습니다. 1972년의 1.85달러에서 10배 넘게 오른 가격이지만, 여전히 없어서 못 판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회사는 이익의 상당 금액을 재투자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1996년 플라이트세이프티를 인수했을 때 세전 영업이익이 1억1100만달러, 고정자산투자가 5억7000만달러였는데, 인수 이후 2008년 2월까지 감가상각비가 9억2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본적 지출(CAPEX)도 16억3500만달러에 달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신형 항공기 모델에 맞는 시뮬레이터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해도 이렇게 끊임없이 투자를 해서는 돈을 많이 벌기 힘듭니다. 버핏이 인수 이후 씨즈캔디에 투자한 금액이 채 4000만달러도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플라이트세이프티는 정말 돈 먹는 하마 같습니다.
버핏은 전력회사 등 유틸리티 기업도 플라이트세이프티와 같은 유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끔찍한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요? 버핏에 따르면 최악의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돈은 거의 벌지 못하는 기업입니다. 버핏이 예로 든 건 항공사인데요.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항공산업은 끝없이 자본을 요구했으며 투자자들은 항공산업의 성장성에 매혹돼 밑 빠진 독에 돈을 쏟아부었다고 버핏은 말합니다.
버핏 역시 1989년 US에어 우선주를 사면서 바보들의 행진에 동참했고 수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주가가 폭락했지만, 1998년 항공산업이 반짝 반등할 때 버핏은 이익을 남기고 우선주를 간신히 팔았습니다. 버핏이 팔고 나서 US에어는 2000년이 되기도 전에 파산했구요.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버핏이라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 같습니다.
버핏은 위에서 말한 기업을 세 가지 저축계좌에 비유했습니다. 위대한 저축계좌는 금리가 이례적으로 높은 데다, 해가 갈수록 금리가 상승합니다. 바로 씨즈캔디입니다. 좋은 저축계좌는 금리가 매력적이고, 추가 예금에도 매력적인 금리를 적용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끔찍한 저축계좌는 금리가 낮을 뿐 아니라, 낮은 금리에 예금을 계속 추가해야 합니다. 금리가 이미 높은 데다 매년 금리가 오르는 저축계좌라니, 정말 찾고 싶은 저축계좌입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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