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뉴 코크가 오리지널 코카콜라를 이길 수 있을까? 디샌티스와 트럼프의 대선 경쟁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2023. 6. 3. 10:03 수정 2023. 6. 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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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미리 보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올해 초만 해도, 이 남자는 미국 차기대선을 앞두고 가장 각광받는 예비후보였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약점 많고 적도 많은 트럼프를 대신해 정권을 되찾아줄 희망으로 꼽히고 있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 출처 : 게티이미지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계기였다. 공화당은 다 이겨놓았다던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에 내주는 사실상의 패배를 당했다. 트럼프가 자질 떨어지는 충성파 후보들을 대거 밀었는데, 그들이 낙선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부정선거' 푸념이나 되풀이하고 막말이나 쏟아내는 트럼프를 이제는 손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화당 내에서도 점차 커지는 듯했다.

디샌티스는 백인 보수 강경파의 이념을 표방하면서도 트럼프식의 선 넘는 언행은 삼간다는 면에서, 트럼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을 받았다. 1978년생 만 44세로, 1946년생 76세인 트럼프보다 30년 이상 젊다.

아내 케이시와 아이오와주 유세장에 들어서는 디샌티스 / 출처 : 게티이미지


미국인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이력도 갖췄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주 가운데 하나인 플로리다에서 주지사에 재선 됐다.

트럼프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메시지 때문에 지지층에서 터미네이터에 비유되곤 한다.

트럼프 지지자용 티셔츠.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4년에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를 새겼다.


그런데 디샌티스가 지난해 연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트럼프가 터미네이터라면 디샌티스는 T-1000'이라는 비유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의 최강 빌런 T-1000. 액체금속으로 만들어진 최첨단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오리지널 터미네이터를 마지막까지 괴롭힌다. / 출처 : 유튜브 트레일러 캡처


그랬던 디샌티스가 반년도 안 돼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공식적으로 2024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전국적 캠페인에 나섰지만, 그가 공화당 후보로 본선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보는 분석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연초만 해도 '트럼프 vs 디샌티스'의 양강구도로 보이던 공화당 내 경선판세가 피라미드 구도로 바뀌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가 확실한 최상위층, 디샌티스는 그 아래층, 나머지 군소후보가 바닥층에 깔려있는 3단 양상이라는 거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국 정치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에선 코카콜라 클래식과 뉴-코크 비유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디샌티스는 어떤 사람일까? 그것부터 알아보자.

트럼프와 달리 '제대로 된' 보수 엘리트?

대중은 엘리트에 대해 묘한 이중적 심리를 보인다. 시기와 질투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선망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나를 이끌어줄 지도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기를 바라는 심리도 있다.

디샌티스의 이력은 엘리트 보수정치인 그 자체다. 예일대 학부와 하버드 법대를 나왔다. 한국 UDT의 모델 격인 최강특수부대 네이비 씰(SEAL)에서 법무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국방의 가치를 숭상하는 정통보수세력에게 이만큼 어필할 수 있는 경력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디샌티스의 대선 캠페인 서사 중에 꽤 중요한 부분이, '하버드 법대를 나와서 변호사로 떼돈을 벌 수 있었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다'는 것이다.

네이비 씰(SEAL) 시절의 디샌티스. 2005년경. / 출처 : 미 해군-가디언-위키피디아

트럼프와 비교하려고 그런 인생을 산 것은 아니겠지만, 디샌티스의 이력은 트럼프와 꽤 비교가 된다. 트럼프는 명문 와튼스쿨을 나오긴 했지만 부자 아빠 찬스로 입학이 가능했던 거라는 수군거림이 따라다녔다. 군대를 가기는커녕 참전용사와 전쟁에서 숨진 군인들을 조롱하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런데... 친구와 카리스마가 없다?

디샌티스에겐 반전매력이 아니라 반전 결점이 있다. 친화력과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샌티스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떠오른 뒤 많은 미국 미디어들이 그에 대해 다뤘는데, 공통적으로 짚는 얘기가 '친한 친구가 없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샌티스의 성격을 묘사할 때 많이 나오는 단어가 'aloof'다. 사전에는 '냉담한, 거리를 두는, 시큰둥한' 등으로 나온다.


미국 대륙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바람몰이를 해야 하는 대선 예비후보에게, 이는 별로 유리한 특징이 아니다. 비슷한 예로 힐러리 클린턴을 들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공식 행사가 끝나면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바빴고, 비공식행사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게 호감을 주기는커녕 싸늘한 인상을 남겨 구설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도전에 실패했다.

반면, 트럼프는 친화력과 카리스마라는 두 가지 특출 난 무기를 갖고 있다. 트럼프는 골프장에서 제멋대로 샷을 날려 앞팀 고객을 다치게 해 놓고도 그들을 친구로 만드는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다. TV리얼리티 쇼에 나와서 "당신 해고야!"를 외치면서도 대중이 사랑하는 스타가 되었다. 군중집회에 나와서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솜씨는 웬만한 인기가수 저리 가라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당시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인 트럼프 / 출처 : 게티 이미지
트럼프 연설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지난 4월 말 뉴햄프셔주 / 출처 : 게티이미지

'누가 나를 위해 복수해 줄 것인가'... 공화당 강성지지자들의 선택은?

공화당 대선후보를 결정할 기층 유권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공장이 많아 한때 잘 살았지만 몰락하게 된 지역의 백인들, 민주당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떼어가고 재정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중상류층, 진보세력의 지나친 'PC(정치적 올바름)' 선동이 미국의 전통 가치를 훼손한다고 느끼는 사회문화적 보수파 등이다. 이들은 트럼프와 디샌티스, 둘 중 누구에게 더 끌릴까. 둘 중 누가 자신들의 진정한 대변자라고 여길까.

트럼프의 정치를 대변하는 단어는 'victimhood(희생자라는 의식)'와 'grievance(부당한 대우에 대한 불평불만)'다. 내가 누리던 것과 누려야 할 것을 부당하게 빼앗겼다는 씁쓸함, 거기에서 나오는 분노 에너지가 트럼프의 정치적 동력이다.

특유의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연설하는 트럼프 / 출처 : 게티이미지, 2022.11


트럼프가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것 가운데는 '대통령직'이 있다. 지난번 대선은 자기가 이긴 건데 부정선거 때문에 바이든에게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아직도 하고 있다. 동조하는 극성 지지자도 많지만 그건 좀 너무 나갔다며 고개를 젓는 공화당원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나도 당신들처럼 뭔가를 빼앗긴 사람" "복수할 것이 있는 피해자이자 아웃사이더"라고 주장할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다.

버젓이 현직대통령 문장을 달고 골프를 치는 트럼프. 지난해 7월 / 출처 : 게티이미지


트럼프는 뉴욕의 부동산재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뉴욕의 주류 부자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부동산 개발로 돈을 좀 번 것처럼 보이지만 빚도 많고 탈세도 많아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게 뉴욕 '찐 부자'들의 인식이다. 게다가, 그간의 언행 때문에 상스러운 졸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트럼프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사회나 뉴욕공립도서관 이사회 같은, 진짜 뉴욕의 최고급 사교계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런 처지에서 오는 박탈감과 모멸감이야말로, 수많은 거짓과 위선으로 똘똘 뭉친 트럼프에게서 '유일하게 진짜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분석한다.(Matter of Opinion 팟캐스트, 5월 18일 자)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은 이심전심으로 이 '빼앗겼음', '모멸감'의 정서를 공유한다. 그리고 이런 정서를 거친 말로 트럼프가 분출할 때 통쾌해한다.

유세장에 입장하는 디샌티스. 바로 뒤의 여성은 그의 아내 케이시 / 출처 : 게티이미지


반면 디샌티스에겐 그런 굴곡, 그런 씁쓸함, 그런 상처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기 PR의 내용도 그렇다. '트럼프와 달리 나는 제대로 공부했어', '나는 트럼프처럼 마구잡이로 돈을 탐하지 않았어.' '나는 포르노배우와 불륜을 저지르고 그걸 입막음하느라 선거자금을 쓰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아'라고 자기를 마케팅한다. 한마디로, 자신은 반듯한 엘리트라는 것이다. 이는 '디샌티스가 트럼프보다 대선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공화당 후보 결정전의 초반 판세를 좌우할 밑바닥 표심을 얻으려면 반(反) 엘리트주의를 표방할 필요가 있는데, 디샌티스의 그런 엘리트 이미지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실패: 코카콜라 레시피를 뭐 하러 바꿔?

워싱턴포스트는 디샌티스가 트럼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면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코카콜라의 실수를 예로 들었다.

1985년, 기존 콜라의 매출이 갈수록 줄고 슈퍼마켓 판매에선 펩시콜라에 밀리는 지경에 이르자, 코카콜라는 99년간 지켜왔던 콜라 레시피를 바꾸는 일대 결단을 한다. 20만 명의 소비자 테스트에서 단맛을 강화한 새로운 레시피에 대해 좋은 반응이 나왔기에 경영진은 레시피 변경을 밀어붙였다.

1985년 출시된 뉴 코크 / 출처 : 코카콜라 코리아 홈페이지


막상 '뉴 코크(New Coke)'를 출시하고 나니, 기존 코카콜라에 애착을 갖고 있던 열성 소비자들은 신상품을 외면하는 정도를 넘어 분노를 쏟아냈다. 코카콜라만의 독특한 맛을 좋아했는데 이젠 기타 음료와 다를 바가 없어졌다, 너무 평범하다, 오리지널 코크의 짜릿하고 톡 쏘는 맛을 돌려달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회사 운영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결국 코카콜라는 뉴 코크 출시 79일 만에 항복한다. 레시피를 원래대로 되돌려 '코카콜라 클래식'을 내놓은 것이다.

디샌티스가 정치 소비자(즉, 유권자)들에게 하는 마케팅은 이런 식이다. "여러분, 저는 '막말, 미치광이짓, 비윤리적-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트럼프예요." 이는 "기존 코카콜라가 너무 톡 쏘지요? 저는 순한 맛 코카콜라예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이다.

남의 노래로 가수왕이 될 수 있을까?... 트럼프의 메시지를 답습하는 한계

트럼프가 오리지널 코카콜라, 디샌티스가 뉴 코크로 비유되는 것은 두 정치인이 내세우는 메시지가 같기 때문이다. 즉, 같은 코카콜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왜 굳이 오리지널 코카콜라를 버리고 뉴 코크를 마셔야 해?"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전하는 입장에서 싸움의 판을 바꾸려면 아예 다른 음료가 되는 게 제일 좋고, 아니면 적어도 다른 회사 브랜드(이를테면 펩시)를 달고 나올 필요가 있다.

왼쪽이 디샌티스, 오른쪽은 트럼프 / 출처 : AP


디샌티스의 출사표는 트럼프가 내세워서 성공한 메시지("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좀 더 세련되게, 더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소비자(공화당 예비경선 유권자)에게 제일 잘 먹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화당 유권자들은 "그거? 트럼프면 되는데 내가 왜 굳이 트럼프를 버리고 디샌티스를?"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런 한계에 부딪힌 디샌티스가 택한 노선은 이념적 선명성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엄격한 제한에 동의한다든지, 학교 교육에서 동성애 관련 언급을 못하게 한다든지, 디즈니가 동성애나 흑인 문제 등을 지나치게 부추긴다는 이유로 문화전쟁을 벌인다든지 하는 행보가 그래서 나온다.

당내경선 초반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중부 아이오와 주에서, 낙태-동성애 등 보수이념 어젠다가 잘 먹힌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공화당 내 대선예비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3월 트럼프 기소 이후 크게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약간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디샌티스의 이런 전략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디샌티스가 주장하는 자신의 장점은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할 본선에서 트럼프보다 중도표를 많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화당 내 보수강경파가 좋아하는 이념적 문화적 어젠다를 강조하다 보니 중도층과 점점 멀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낙태나 디즈니 PC주의 문제를 갖고 트럼프의 표를 빼앗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디샌티스는 정치적 역풍을 맞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 최대의 고용주로서 주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인데, 주지사가 고용을 늘리는 정치를 하지는 못할망정 왜 잠재적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냐는 것이다.

2019년, 좋았던 시절의 트럼프와 디샌티스. 당시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플로리다를 찾아와 주지사인 디샌티스를 격려하는 장면 / 출처 : 게티이미지


디샌티스는 트럼프가 미국정치에 등장시킨 어젠다, 트럼프가 중앙정치로 끌어들인 지지자 집단을 놓고 트럼프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를 직접 공격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디샌티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의 봉쇄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당시에도 자신이 지사를 맡고 있는 플로리다만큼은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운다. 그는 플로리다주의 공립학교가 마스크 의무화를 하지 못하게 했고, 기업이 직원들에게 백신접종을 요구하면 벌금을 물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지휘했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나치라도 되는 양 맹비난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디샌티스가 말하지 않는 게 있다. 파우치 박사의 방역정책을 허락한 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였다는 사실이다.

2020년 4월 백악관의 코로나 대책 브리핑. 발표하는 파우치 박사 곁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서 있다. / 출처 : 게티이미지


파우치가 미국인들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난하려면 그런 정책을 허락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게 맞다. 실제로 공화당 내 일부 강경 보수세력들은 트럼프를 직접 비난하기도 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허가한 건 트럼프라는 거다.

그러나 디샌티스는 트럼프를 직접 겨냥하지 못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지난 3월 뉴욕검찰이 트럼프를 기소했을 때도, 디샌티스는 트럼프를 옹호하고 검찰을 비난하는 성명을 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재 디샌티스가 기대할 수 있는 건 트럼프가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다. 달리기 시합 중에 1등이 엎어지면 2등이 1등 되는 것처럼. 하지만 다수의 미국 정치분석가들은, 현재 구도가 유지되는 한 트럼프가 옥중출마를 하더라도 디샌티스를 꺾을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엔 옥중에서 대통령 출마하는 걸 막는 법이 없다.)

법정 출석을 위해 트럼프타워를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트럼프. 지난 4월. / 출처 : 게티이미지


그렇다면, 디샌티스는 어떤 전략을 택해야 했을까? 가수에 비유하자면, 남의 노래 불러갖고는 오디션프로 우승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수왕이 될 수는 없다. 진정한 스타로서 가요계를 제패하려면 결국 자기 노래가 있어야 한다.

디샌티스가 정말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트럼프와는 다른 어젠다를 들고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주지사를 하고 있는 동안 플로리다는 매우 살기 좋은 주가 되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플로리다는 경제 치안 등 여러 지표에서 미국 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주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인구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디샌티스에 의해 부각된 플로리다의 모습은 인종-종교-동성애-낙태 등의 문제로 밤낮 싸우는 문화전쟁터의 모습이었다. 이게 과연 플로리다의 현직 주지사인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것인지, 분석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게 뺏긴 대중의 주목...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자'의 한계

디샌티스는 지난 5월 24일 공식적으로 대선 출정을 선언했는데, 그 무대로 선택한 게 일론 머스크와 함께 하는 트위터 음성채팅(‘트위터 스페이스’)이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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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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