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알부 “명작(마스터피스)에는 불황이 없다”
“훌륭한 컬렉터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구매한다”
“예술가들은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서로 쉽게 교류한다”
크리스티홍콩 경매에는 고가의 작품 만큼이나 눈에 띄는 인물도 있다.
―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미술 시장은 어떤가?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세상에는 엄청난 부(富)가 있다. 어려운 점은 금리 문제이고, 도전적인 것은 전 세계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다. 그러나 미술 시장은 건재하다. 나는 항상 명작(마스터피스)에는 불황이 없다고 말한다. 위기가 없다. 좋은 예술 작품은 항상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뉴욕에서 판매된 앙리 루소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4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명작은 늘 경합이 붙는다.”
― 컬렉터가 경매에 참석할 땐 이미 사려는 작품이나 예산을 정하고 오는지?
“그들은 무엇에 입찰할지, 어떤 금액대에 응찰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멈출 수 없는 자아경쟁이 일어나 응찰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추정가 5000만 달러짜리 바스키아 작품이 있고, 두 응찰자 사이에 멋진 ‘춤’이 있다고 하자. ‘춤’이라 표현한 것은 두 명의 큰 컬렉터 간 응찰 경합이 마치 춤과 같기 때문이다. 둘 다 그림을 원하기도 하지만 자아나 자존심 때문에 응찰을 한 번 더, 한 번 더 하면서 멈출 수 없게 되기도 한다.”
― 경합을 부추기도 하는가?
“이전 경매 결과, 희소성 등, 복잡하다. 현재 시장 상태, 그 작가의 작품 중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게 몇 점인지, 작가의 퀄리티, 어떤 지역의 작가인지, 작가의 경매 최고가는 얼마인지…. 복합적이다. 이 모든 것을 전부 고려한다.”
― 한국이나 아시안 고객들의 취향은 어떤가? 아시안 작가의 작품을 주로 구매하는가?
“아시아 컬렉터, 유럽 컬렉터, 미주 컬렉터.....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훌륭한 컬렉터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구매한다. 서양 작품, 아시아 작품, 고미술, 옛 거장의 작품, 인상파 작품 등 모두 수집한다. 지난 2년여 동안 나는 동료인 크리스티코리아 이학준 대표와 함께 한국 컬렉터를 발굴했고, 그들의 열정이 국경을 초월하는 것을 보아왔다. 한국과 아시아 컬렉터들은 ‘미술’을 수집하는 것이다.”
― 경매에선 경합이 이뤄지고 기록이 경신된다. 경합을 끌어내는 노하우가 있는가?
“내게 약간의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난 반은 루마니아인, 반은 이탈리아인이기 때문이다. 동시대 작가 중 루마니아 출신의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가 있다. 작년 9월 프리즈 기간에 크리스티가 서울에서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 2인전을 개최하기도 해서 잘 아실거라 생각한다. 비판매 전시회였다. 아드리안 게니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베를린, 클루지, 런던을 오가며 살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6년 10월 6일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에서 게니 작품을 판매했다… 마음속에 무엇인가 남아서 그런지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그의 작품이 보통 10만∼15만 달러 정도였는데, 이 작품은 추정가가 이미 높았다. 100만∼150만 달러였다. 그런데 700만 달러에 판매되어, 2∼3배가 아닌 7배 가격에 판매됐다. 드문 경우다. 다시 말하지만, 당시 시장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아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5명이 응찰했고 500만 달러로 오른 이후부터 2명이 남아 경합했다. 마침내 작품을 획득한 사람은 매우 훌륭한 유럽 컬렉터였는데, 그는 모든 시대를 아우르며 작품을 수집했다. 골동품, 옛 거장, 인상파, 현대 및 동시대를 모두 수집하는데, 항상 최고만을 구매하는 분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한계가 없다. 그는 가격에 관계없이, 게니 작품을 원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그 작품이 작가 최고가로 남았었다. 그 작품에 대해 설명하면… 나는 ‘명작(마스터피스)’은 매우 강한 단어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조심하려 한다. 동시대 작품의 경우 아직 역사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내가 명작이라 여가는 방식은, 걸어가다 그림을 마주했을 때 멈춰지게 하는 것, 멈추고 궁금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만들 때, 그림 앞에서 떠날 수 없을 때 등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게니의 그 작품은 2m x 4m 대형이었고, 영화관에서 나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묘사한 것이었다. 아드리안 게니는 훌륭한 화가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한다. 심리학자이기도 하고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과거로 돌아가 1900년부터 지금까지의 유럽 역사를 들여다본다. 유럽 역사를 바꿔 놓은 악인과 선인들을 탐구하는 것이다. 악인으로는 스탈린, 히틀러, 멩겔 박사 등을, 선인으로는 반 고흐, 뒤샹 등 우리의 생각과 인식을 바꾼, 그런 사람들을 관심 있게 본다. 작품으로 다시 돌아와, 영화관에서 나오는 5∼6명의 사람을 묘사했는데 그들은 얼굴에 파이가 묻은 얼룩진 모습이었다. 그냥 보았을 때는 유머러스한 작품이지만, 묘사된 인물들이 누구인지 아는 순간 생각이 바뀐다... 등장인물은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 엘레나 차우셰스쿠였다. 그래서 루마니아의 어둠과 그들이 가한 지난 세월의 공포, 모든 고통을 보여준 작품이다. 매우 활기차고 테크닉도 훌륭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현실성을 더하면 소름이 돋고 이야기가 추가된다. 그래서 이를 구매한 유럽 컬렉터가 작품에 대한 에세이를 읽어보고 질문하면서 이 작품이 바로 ‘역사’라고 말했다.
“한국은 단색화라는 뛰어난 사조를 갖고 있다. 모노하, 구타이, 프랑스의 엥포르멜, 미국의 미니멀리즘. 박서보, 이우환, 그리고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 등…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나 컬렉터에게 한국인, 일본인, 대만인, 프랑스인, 미국인,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작가는 그처럼 ‘박스’에 갇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계적,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서로 쉽게 교류한다. 이우환과 박서보가 60, 70년대에 파리, 미국으로 자주 다니며 서양 동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젊은 한국 작가인 애나박의 경우 미국 브루클린에 거주하는데, 아시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서울은 이제 중요한 글로벌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프리즈가 서울에서 개최된 것도 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국제적이고 서울에는 이미 해외갤러리가 많이 들어와 있다: 타데우스 로팍, 페이스 등. 한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국제적인 플랫폼에서 홍보하는 것은 미술관, 갤러리, 그리고 컬렉터, 큐레이터, 경매사 등 미술 커뮤니티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함께나서야 한다. 미술계는 연결되어 함께 기능하기 때문에 하나를 뺄 수는 없다.
반 고흐가 말년에 머물렀던 아를에는 반 고흐 미술관이 있다. 그런데 거기서 이우환 미술관을 발견했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중 하나다. 프랑스 남부의 샤토 라 코스트(Chateau La Coste)는 호텔, 와이너리이자 조각 공원 같은 곳인데, 박서보가 이곳에서 전시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는 틀 안에서 생각하지만 예술가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국제적으로 보고, 국제적으로 수집한다. 그래서 한국 작가를 거대한 국제적 플랫폼에 소개하는 것은 미술 커뮤니티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홍콩=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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