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전자’ 최대 장애물은 미국?…“韓, ‘中 퇴출’ 美 마이크론 대체 시 한미동맹 약화”[투자360]

2023. 6. 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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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외교위원장, 美 상무장관에 서한
“韓·日 결집해 중국 보이콧 대응하라”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미국발(發) AI 반도체 관련주 훈풍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반도체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계로부터 강해지고 있는 중국 반도체 때리기에 동참하라는 압박은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대)’ 달성을 향한 흐름에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지만 중국에서 반도체를 계속 생산하려면 사실상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이 잃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서 “상무부는 중국의 금수 조치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국과 동맹국을 결집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이 중국의 부당한 보이콧으로 잃은 매출을 가져가 마이크론을 약화하지 않도록 신속히 일본과 한국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달 21일 보안 위험을 이유로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하자 이를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하고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미국 의회와 학계에서는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를 자사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이용하지 말고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요구가 부상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서한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장영진 1차관을 거론하면서 “하지만 장 차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채우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장 차관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영국 유력 경제지는 한국 정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로 인한 시장의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채워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해 보도하면서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장 차관의 발언은 ‘우리 기업들이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취지였고 한국 정부의 대응 계획을 밝힌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회에서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각이 특히 부담스러운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앞으로도 중국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미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공장 운영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계속 수입하려면 미국 정부에서 수출통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다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내 생산능력을 10년 동안 5% 이상 확장 못 하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문제도 있다.

이런 점을 잘 알 수밖에 없는 양 위원장은 서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허용하면서 동시에 이들 기업에 반도체법 규정 이행과 중국을 겨냥한 특정 수출통제에서 예외를 주는 것은 중국 정부에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우리의 한국과 긴밀한 동맹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은 (일본과 한국의) 카운터파트에게 모든 메모리 반도체 제조시설에서, 그게 중국에 있든 어디에 있든, 미국의 기술이 마이크론을 겨냥한 중국의 제한 조치를 가능하게 하거나 강화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 사태와 관련해 이런 목소리가 의회에서 나온 게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원 외교위원장 입에서 나왔다는 점은 무게가 남다르다.

매콜 위원장의 지역구인 텍사스주 오스틴에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데도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미국 의회에서 마이크론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바라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로비력이 막강한 마이크론이 한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갤러거 위원장은 지난달 23일에도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워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중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장에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한편, 메모리반도체 중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세계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는 당장 국내 반도체 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증권가에선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측이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중국 내 판매 금지 조치를 부담없이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반도체 부족 분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분의 1을 넘는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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