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102세 남궁전 사진작가

송상호 기자 2023. 6. 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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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용인 와우정사에서 만난 남궁전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을 곳을 살펴보고 있다. 송상호기자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은 채 피사체를 물색하고, 수풀과 흙이 옷을 더럽힌다 해도 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굽혀 사진을 찍는다. 한참 어린 동생들보다도 언덕길을 빠르게 오르며 성큼성큼 발을 내딛는다. 얼굴에서 한 뼘이 조금 넘게 떨어뜨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손놀림은 거침없지만 정확하다. 혈기왕성한 어느 30대 젊은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로 102세가 된 남궁전 작가.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뻔하디 뻔한 격언을 다시금 곱씹게 했다. 

남궁 작가는 5월 한 달간 의정부시청 현관에서 열렸던 제14회 노을빛 포토미디어 회원 단체 사진전 ‘노을의 함성’에 참여하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는 김헌수, 임영택, 배용규, 박영희, 배정옥, 양병섭, 이윤우, 이진우, 이화려, 이효상, 한경희, 홍성기, 박영철 등 노을빛 포토미디어 소속 13명의 동료 작가들과 함께 겹겹이 쌓아온 시간의 흔적을 의정부 시민들과 나눴다.

지난달 31일 용인 와우정사에서 만난 남궁전 작가가 사진을 찍고 있다. 송상호기자

남궁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주변 사람들과의 꾸준한 교류 활동이다. 2년 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었던 100세 기념 전시회 이후로도 2년 남짓 남궁 작가는 꾸준히 동료와 소통하고 카메라를 전국 방방곡곡에 들이댔다. 그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가량 사진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출사 여행을 다닌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사진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면 그 사진들이 걸려 있는 장소를 가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따로 시간을 낸다.

지난달 31일 오후 용인 와우정사에서 남궁 작가를 만날 수 있던 이유 역시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와우정사 및 불교사진 초대전’(주최 사진집단 행궁포토, 여성사진동아리 숲)에 참가한 일부 동료 작가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그가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와우정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해외도 많이 나가고 산도 많이 올랐지만, 이제는 단순히 내가 어디를 가고 싶다고 해서 앞장서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기회가 닿는 데까지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면서 인생의 궤적을 남기고 싶어요.” 

5월1~31일 의정부시청 현관에서 열렸던 제14회 노을빛 포토미디어 회원 사진전 ‘노을의 함성’에 참여한 남궁전 작가(오른쪽 두 번째)와 동료 작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영철 작가 제공

100세 넘은 노인은 여전히 지역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지역 내 복지관과 교육기관 등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사진전에 참가하며, 의정부 내 각종행사, 노인정 사진 촬영 등의 봉사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또 사진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기획하는 전시 외에도 2021년 경기북부지역작가초대전 ‘순간의 시간들’ 초대작가 이력도 있다. 여전히 사진 작가로서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곁에서 남궁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회원들도 “선생님은 의정부의 자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쩌면 그의 사진에는 전문 사진 작가의 기교가 아닌,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 자체가 고스란히 담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뷰파인더 너머 그의 눈에 담기는 세상은 어떤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채 한 장의 사진으로 인화되는 걸까.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철학을 가지고 담아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별하게 따지는 게 없어요. 그저 몸이 가는 대로, 눈이 가는 대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지요. 허허, 할 수 있는 데까지 또 몸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많은 풍경들을 이 사진기에 담고 싶네요.”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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