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불처럼 따뜻하고 물처럼 부드럽게 다양성을 포용하는 픽사의 상상력[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픽사의 상상력은 무한대다. 장난감이 모험을 펼치고(토이스토리), 생쥐가 환상적으로 요리하며(라따뚜이), 할아버지와 소년이 풍선에 집을 띄워 파라다이스 폭포를 찾아간다(업).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 로봇과 매력적인 탐사 로봇이 만나고(월-E),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다섯 감정들이 소녀의 머릿속에서 아옹다옹하는가 하면(인사이드 아웃), 소년이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 과거의 비밀과 마주한다(코코). 이제 픽사는 ‘엘리멘탈’에서 불·물·공기·흙의 4원소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서로 다른 존재의 다양성을 보듬는다.
'파이어 랜드' 출신의 불 부부는 살기 어려워진 고향을 떠나 4개 원소들이 다 함께 모여 사는 '엘리멘트 시티'로 이민을 온다. 이들은 용암 커피와 숯콩 그리고 식료품 등을 파는 '파이어 플레이스'를 운영하며 사랑스러운 딸 앰버를 낳는다. 앰버는 가게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하지만 무례한 손님 때문에 가끔씩 분노를 참지 못한다. 이런 앰버에게 어느 날 시청 공무원인 물 성분의 웨이드가 찾아온다. 불법 건축을 놓고 티격태격하던 앰버와 웨이드는 점차 서로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로 이민자들의 갈등과 화해를 뭉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고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차별을 받는 가운데서도 번듯한 성공과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노력하는 1세대와 고생한 부모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은 2세대 사이의 보편적인 갈등을 밑바탕으로 삼은 이 영화는 이민자 사회에서 출신이 다른 상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어울릴 수 있는지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그려낸다. 비단 이민자뿐이겠는가. 더 근본적으로는 ‘나’와 다른 ‘너’를 받아들이는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다.
픽사는 대립하는 이미지를 내세워 독창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내는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사격형의 ‘월-E’와 타원형의 이브를 생각해보라. ‘업’에서 칼 할아버지의 각진 얼굴과 동네꼬마 러셀의 동그란 얼굴은 또 어떠한가. ‘엘리멘탈’에선 심지어 불과 물이다. 앰버는 용암이 솟아오르듯 수직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반면, 웨이드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옆으로 퍼지는 수평적인 모습으로 자주 바뀐다. 불의 따뜻함과 물의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엘리멘탈’은 캐릭터의 이미지로 영화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그에게 헌사를 바쳤다.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테마를 불과 물의 대립을 통해 흥미롭게 녹여냈다.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는 장면부터 존경을 담아 인사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묻어나는 한국적인 정서는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마지막 인사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객의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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