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FIFTY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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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에 발표한 곡 ‘큐피드(Cupid)’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선 19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9위로 안착한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꾸준히 차트 상승을 이어가며 매일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피프티 피프티는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강렬한 팬덤을 구축하기에는 이른 4개월 차 신인 그룹이다. 이 놀라운 성과에 해외 언론에서는 이들을 만들어낸 어벤저스, ‘더 기버스(THE GIVERS)’에 스포트라이트를 쏟았다. ‘더 기버스’는 2019년에 시작된 회사로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다루는 크리에이터 그룹이다. 핑클·이수영·은지원·제이워크·럼블피쉬·엠씨더맥스 등의 음악 작업을 맡았던 베테랑 제작자이자 워너뮤직코리아 제작이사를 맡기도 했던 안성일 대표를 주축으로 업계에 내로라하는 능력자 5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2년 전 신생 기획사 어트랙트의 제안으로 아이돌 탄생 프로젝트에 단순 컨설팅으로 뛰어든 ‘더 기버스’의 멤버들은 연습생 선발부터 커리큘럼,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앨범, 기획, 제작, 음악, 프로모션 등 전 과정을 수행했다. ‘오직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원동력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 이들은 착수 2년 만에 ‘더 기버스’의 파워를 세계 무대에서 증명했다.
‘더 기버스’ 소개를 부탁한다.
성일 음악, 영상, 원문 등 콘텐츠 IP의 가치와 솔루션을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제공자’라는 뜻의 이름으로 뭉친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기획 총괄 파트에는 탁월한 전략가인 백진실 이사, A&R 파트에는 크리에이티브의 끝판왕 이준영 본부장, 해외 비즈니스 파트에는 김지훈 팀장, 그리고 재무·회계·경영을 맡은 이수정 실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월 24일 발매한 ‘큐피드’로 피프티 피프티가 매일매일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진실 오늘, 11일자 기준으로 빌보드 19위에 올랐다.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해 11월에 데뷔했는데 데뷔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핫 100에 진입한 K-팝 여성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더라.
성일 모두 자신들 역량의 300%씩을 더한 것 같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웃음)
‘더 기버스’와 피프티 피프티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성일 2년 전, 신생 기획사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가 아이돌 그룹을 만들겠다며 컨설팅을 부탁했다. 컨설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피프티 피프티를 만들었다.
지훈 보통 대표님이 ‘이 프로젝트 할까?’라고 물어보시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는 별다른 얘기 없이 물 흐르듯 맡게 되었다.
그렇다면 피프티 피프티의 차별점과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훈 일반 기획사에서는 신인 개발팀과 콘텐츠 제작팀이 별도로 존재하고 신인 개발팀에서 틀에 꼭 맞는 맞춤형 신인을 선발한다. 우리는 그 반대로 했다. 우선 임원급인 우리가 모두 오디션에 참여했고 틀을 만들지 않은 단계에서 아티스트를 파악했다. 그러고 보니 연습생부터 데뷔까지 한 친구는 키나가 유일하다. 나머지 멤버들은 새로운 기준으로 선발했다.
준영 그렇다. 가장 큰 차별점은 프레임에 맞는 아티스트를 찾은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를 먼저 찾았다는 점이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떨지, 팀 혹은 개인 활동 시 어떨지, 우리가 기획한 것을 소화할 수 있을지 등 모든 것을 고려하여 결정했다. 필드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이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했다.
진실 선발된 아티스트의 성향에 맞게 새로운 형태의 프레임을 기획했고 여기에 차별화된 전략을 접목했다. 각 멤버가 본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하에 각자의 영역과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리가 경험해온 여러 기획사들의 문제점을 인사이트로 삼아 체계적이고 정교한 커리큘럼을 수립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피프티 피프티의 선발 기준이 궁금하다.
성일 수없이 많은 연습생들을 만났다. 이들의 수준은 이미 상향평준화되어 있어 외모와 실력이 모두 뛰어나다. 25년간 1세대 아이돌부터 4세대 아이돌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경험상, 특정 단계에 도달하면 아티스트가 가진 기본적인 성향과 인성에 따라 성패가 갈리더라. 결국은 진정성 문제다. 아티스트가 성공하는 비결은 본인이 지구력과 인성, 교양을 갖췄는지에 달렸다.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진짜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아티스트를 찾고 있었고, 많은 대화를 통해 기본적인 성향과 가능성을 파악했다. 아란의 경우 연습생이 아니었는데, 특별한 보이스를 듣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타고난 매력과 재능 그 이상의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3년 전부터 데뷔를 준비하던 다른 멤버들에 뒤처지지 않게 트레이닝했고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줬다.
신생 기획사에서 아이돌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특히 언제가 가장 큰 위기였나?
성일 시작부터 위기였다.(웃음) 아티스트는 물론, 아티스트의 가족에게까지 대형 기획사가 아닌 신생 기획사를 소개해야 하는 것도 엄청난 숙제였다. 매일 끊임없이 믿음을 심어줘야 했고 결론적으로는 객관적인 결과로 보여줘야 했다.
준영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프티 피프티 멤버에 대한 책임감으로 끌고 왔다. 회사의 성과가 달린 문제이기도 했다.
왜 한국 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부터 겨냥했나?
성일 음악은 불특정 다수가 좋아해야 뜬다. 국내 플랫폼보다 상대적으로 사용자 수가 많은 해외 플랫폼을 겨냥했다. 그리고 여러 국가의 언어로 해석한 노래 가사를 유튜브 영상에 실어 해외 팬을 공략했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자연스럽게 인정받게 될 거라 판단했고 프로모션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달려갔다.
이 모든 것이 환상적인 팀워크의 결과가 아니겠나. ‘더 기버스’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성일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이다. 모두 나와 오랜 기간 합을 맞춰본 업계 에이스들이다.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파트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뭉쳐서 해결해낸다. 이런 크리에이터 그룹이 많이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그렇다면 좋은 콘텐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준영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우선순위가 명확해지면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창작의 영역을 넓혀줄 수 있다. 그래야만 남들과 똑같지 않은 매력적인 콘텐츠가 탄생한다.
성일 불특정 다수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 아닐까.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억지스럽지 않고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트렌드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트렌드를 따라야 하나 이끌어야 하나?
준영 매스미디어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요즘 대중은 마이크로한 것에 집중하니까. 대중이 열광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에 왜 열광하는지를 따져보게 되더라. 트렌드란 파악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나의 경우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랑 대화를 나누면서 해답을 얻는 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남과 같은 것에 피로를 느끼고 ‘나는 그걸 안 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그렇다고 대세 콘텐츠와 완전히 다른 온도와 결을 제안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니 ‘조금 다른 것’에 포인트를 두고 만들려고 노력한다. 아주 약간만 달라도 신선하게 보일 수 있다.
지훈 트렌드라는 것은 눈치챈 순간 진부해진 흐름이 된다. 하지만 놓칠 수는 없어서 공부는 하고 있다. ‘큐피드’는 요즘에 나오지 않는 형태의 음악이다. 즐길 수 있는 음악에 포인트를 두었더니 챌린지가 생기고 알아서 바이럴이 되었다. 복잡할 때에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역시 답이다.
진실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나는 창의성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이성적인 편이다. 우리가 아이돌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나는 아이돌에 국한되지 않은 다른 분야로 시선을 돌려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했다. 사회가 돌아가는 기본 메커니즘은 비슷하더라. 다른 시각으로 우리가 만드는 것을 보았고 식상하지 않은 노하우를 얻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트렌드를 만드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성일 트렌드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트렌드라는 단어를 뱉는 순간 이분법에 사로잡히게 된다. 비슷한 것을 만들든지 그렇지 않든지. 거듭 이야기하지만 본질에 집중하면 해결되더라. 나의 경우 연도별, 장르별, 요일별로 구분해놓은 플레이리스트와 그 시대에 유행하는 컬러 칩을 구분해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시대별 트렌드 컬러와 히트곡은 요리사의 신선한 채소 같은 셈이다. 유행은 돌고 도니 적절한 것을 적기에 새롭게 믹스하면 신선함과 재미를 줄 수 있다. 트렌드는 감각이 아니다. 타이밍이고 로테이션이다.
그렇다면 ‘더 기버스’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성일 어떤 것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지 분석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IP는 지속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 음악의 경우 음악이 좋으면 되고 영상은 영상이 좋으면 된다. 큐피드를 만들때 우리 타깃은 오직 리스너였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노래, 딱 그거 하나. 요즘 많은 사람들은 본질적인 것보다 부수적인 것을 채워 나가는 데 급급한 것 같다.
‘더 기버스’가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달라.
성일 우리는 여러 장르의 융합을 목표로 한다. 웹툰,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여러 형태의 IP를 전환하고 관리해주며 n차 가공을 통해 저작권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다. 작년 8월부터 교보문고와 함께 콘텐츠 IP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문을 드라마, 영화, 음원 뮤지컬, 캐릭터 등 입체적으로 확장하고 이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일이다. 수많은 원천 IP를 발굴하는 일, 대중성이 돋보이는 콘텐츠를 찾는 일, 이것을 색다른 포맷으로 제작하고 유통하며 가치 있는 ‘슈퍼IP’를 탄생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쉽게 설명해보자면 만화책이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음악과 영상, 배우가 더해져서 멋진 영화로 탄생되지 않았나. SF 장르에 올드한 음악이 더해졌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점은 정말 멋진 일이다. ‘더 기버스’도 이러한 멋진 융합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진실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지훈 틀에 박히지 않은 생각! 그래서 자신만의 유니크함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영 그럴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틀을 깨고 노력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디션장에서는 제발 남들 다 하는 것은 안 했으면.(웃음)
Contents Creator : 조혜나 | Photography : 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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