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식중독 걸렸는데 소송당해…대기업의 '적반하장'

김대호 2023. 6.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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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판매한 오리고기 제품을 먹은 한 가족이 모두 식중독에 걸렸으나 책임이 없다며 보상을 못 하겠다는 업체의 소송에 걸려 이중고를 겪었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 청주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31일 인근 대형마트에서 B사가 판매하는 훈제오리를 한봉지 사서 저녁에 아내, 어린 두 딸 등과 함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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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항의에 책임 없다며 먼저 소송
언론 취재하자 즉시 사과하고 피해 보상
오리고기 먹고 토하는 아이 오리고기를 먹은 일가족이 모두 식중독에 걸린 모습이 홈 CCTV에 담겼다. 동그라미 속 4살 아이가 음식물을 물줄기처럼 토해내고 있다. [제보자 A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대기업이 판매한 오리고기 제품을 먹은 한 가족이 모두 식중독에 걸렸으나 책임이 없다며 보상을 못 하겠다는 업체의 소송에 걸려 이중고를 겪었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 청주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31일 인근 대형마트에서 B사가 판매하는 훈제오리를 한봉지 사서 저녁에 아내, 어린 두 딸 등과 함께 먹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4시부터 첫째 딸(7)이 복통을 호소하며 10차례 이상 토해 인근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했더니 상태가 심해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의사의 얘기를 들었다. 이에 다른 큰 병원 응급실을 찾아 4시간 가까이 치료를 받고 음식물에 의한 감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같은 날 오후 9시쯤 둘째 딸(4)이 갑자기 토하며 첫째 딸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고 이어 A씨 아내와 A씨가 차례대로 복통과 매스꺼움, 근육통에 시달렸다. 전날 저녁 오리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모두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A씨는 맞벌이 부부인 데다 셋째 딸(2)이 어려 병원에 가지 못하고 인근 약국에서 소화제와 해열제 등을 구입해 먹고 치료했다. 증세도 며칠 지나면서 호전됐다.

A씨 일가족이 식중독으로 고통받는 모습은 홈 폐쇄회로(CC)TV에 녹화돼 있다. 특히 둘째 딸이 음식물을 토해내는 모습은 생생하게 잘 촬영돼 있다.

식중독을 진단한 병원 진료 기록 [제보자 A씨 제공]

그러나 업체의 대응은 A씨에게 큰 실망을 주고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판매업체는 하청 제조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제조업체는 보험사로, 보험사는 손해사정사에 일을 처리토록 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와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A씨가 반발하자 제조업체와 보험사는 지난달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요구대로 보상을 못 해주겠다는 취지였다. 법원 사건접수 기록을 보면 A씨와 그의 아내는 물론 7살, 4살 아이들까지 소송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A씨는 첫째 딸 치료에 20만원을 썼고 나머지 가족 약값으로 13만원가량 들었다. 그는 업체의 과실치상을 주장하며 보상비로 1인당 80만원씩 총 32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병원 진료 기록이 있는 첫째 딸만 80만원을 보상해줄 수 있으며 나머지 가족은 보상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보험사와 제조사는 A씨를 블랙컨슈머로 치부하기도 했다.

오리고기 제조업체가 제기한 소송 오리고기 제조업체는 소비자의 피해보상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제보자 A씨 제공]

A씨는 "업체의 과실로 몸이 손상되고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업체가 소송을 걸어 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이 중재에 나설 수 없게 했다. 기업이 조직력을 앞세워 한 개인을 대상으로 보상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횡포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맞벌이와 육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거액의 변호사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꼴이다. 대기업의 무책임하고 치졸한 행태에 큰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번 사건의 주 책임자인 B사의 태도는 급변했다. A씨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함과 동시에 그가 제시한 금액을 즉시 보상해주기로 했다.

앞서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일로 오리고기 제조사의 공장을 조사한 후 생산공정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통과정에서 세균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과거에도 진공 처리된 육가공제품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돼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B사 관계자는 "보상 협의 과정에서 소비자분을 힘들게 만들어 죄송하다. 소송도 보험사, 제조사 등과 협의해 취하토록 하겠다. 소비자분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조사와 보험사의 얘기만 듣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오리고기 제품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통해 제조 유통한 오리고기. [제보자 A씨 제공]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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