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비지니스’로 먹고 사는 도시는 왜 지옥이 되었나···‘메이어 오브 킹스 타운’[오마주]

2023. 6.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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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어 오브 킹스타운>은 ‘감옥 비지니스’로 먹고 사는 미국의 어느 마을인 ‘킹스 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마이크(제레미 레너, 오른쪽)는 죽은 형을 대신해 이곳의 ‘메이어’(시장) 이 된다. 시장은 감옥 안과 밖을 연결하며 마을의 평화를 책임진다. 티빙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테니스 공을 치며 놀고 있는 소년이 있습니다. 매끈한 수트 차림의 한 남성이 소년에게 다가가 20달러지폐와 공 하나를 건넵니다. 소년은 익숙한 듯 돈을 챙기고는 힘껏 스윙을 해 공을 수십m 높이 담 너머로 날려보냅니다. 담장 안에는 죄수복을 입은 남성들이 가득합니다. 이 중 한 명이 공을 줍더니 또다른 재소자에게 가져다주죠. “이걸 흘렸더군.” 이 광경을 본 교도관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갑니다.

16㎞ 반경에 7개 교도소가 자리하고 있는 도시. ‘희망도 미래도 없는’ 재소자 2만명과 그들을 가둠으로써 먹고 사는 10만명의 주민들로 구성된 도시. 주민 상당수가 감옥에 다녀왔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감옥에 있으며 시도때도 없이 총성이 울리는 도시. ‘감옥 비지니스’가 먹여살리는 도시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미국 드라마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은 ‘킹스타운’이라는 미시간주의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킹스타운의 시장(Mayor)이라는 제목을 보고 정치 드라마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시장은 정치가도 행정가도 아닙니다.

킹스타운에는 시장이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시민에 의해 선출된 시의 대표자입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진짜 시장은 따로 있습니다. 벼랑 끝 위태로운 도시의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시즌 1 첫 회에서 맥클러스키 형제 중 둘째인 마이크(제러미 레너)가 총에 맞아 사망한 형 미치(카일 챈들러)에 이어 시장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킹스타운에는 16km 반경 안에 7개의 교도소가 있다. 이곳의 주민 대부분은 교도소 안에 가족이 수감돼있거나, 교도소에서 일을 하는 등 감옥과 깊이 연관돼 있다. 티빙 유뷰브 채널 갈무리

‘균형’은 시장 역할의 시작과 끝입니다. 공권력도 법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여러 집단의 힘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균형이 깨지는 순간 평화도 깨지고 순식간에 피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는 경찰, 검찰, 교도관, 각 조직을 오가며 거래를 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합니다. 그저 선한 방법 만을 써서는 균형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마이크는 때론 희생양을 만들고 제물을 바칩니다. 이런 시스템은 마이크의 아버지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들이 시장을 맡고 있으니 일종의 가업인 셈이죠.

3대 시장인 마이크는 배우 제러미 레너가 맡았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호크 아이’로 유명한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잔혹하면서도 인간적인 인물을 매력적으로 연기합니다.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쓰고 <윈드리버>를 연출한 테일러 셰리든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습니다. 희망이 사라진 거친 세계를 그려온 그가 이번엔 감옥 사업을 하다 도시 전체가 감옥이 되어버린 킹스타운을 탁월하게 창조합니다. 시리즈의 공동 제작자이자 킹스타운 경찰을 연기한 배우 휴 딜런의 실제 경험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딜런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킹스턴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곳 역시 7개 교도소가 있는 도시입니다.

실제 미국의 민영 교도소는 악명이 높습니다. 재소자 간 폭력은 비일비재하고 무기 소지 비율도 공영 교도소보다 높습니다. 식사를 비롯한 재소자 처우는 엉망입니다. 범죄자 교화는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민간 교정회사들의 가장 큰 목표는 ‘더 많은 수익’이니까요. 이런 교도소로 먹고 사는 도시가 멀쩡할 리 없습니다. 둑이 무너진 곳에 오수가 콸콸 쏟아지는 것처럼 킹스타운에는 미국의 모든 병폐가 분출됩니다. 가난, 인종차별, 마약과 총기 등 각종 범죄는 이곳이야말로 희망 한 톨 없는 지옥임을 보여줍니다.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의 두 번째 시즌이 지난 3월 끝났습니다. 인기 시리즈인 만큼 시즌 3 제작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제작자들이 ‘높은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지난 1월 주연인 제러미 레너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제설차에 깔려 뼈 30개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은 것입니다. 그는 두 번의 큰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라고 합니다. 제작이 결정되더라도 촬영은 그의 회복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즌 1, 2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즌 1, 2 모두 10회로 구성되어 있고, 각 회마다 40~50분 안팎입니다.

사약 지수 ★★★★★ 웃음기·달콤함 제로, 쓴맛으로만 끌고 간다

디스토피아 지수 ★★★★ 희망 한 톨 없는 지옥이 있다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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