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치료하면 심장에 피 공급하는 ‘관상동맥’질환 위험↓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위암 예방 효과가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or pylori) 제균치료’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관련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나영‧황인창 서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분당서울대병원)와 김상빈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가 주는 관상동맥 관련 질환 예방효과가 남성은 65세 이하에서, 여성은 65세 이상에서 크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심장은 평생 동안 하루에 약 10만회 박동하며 신체 전반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심장의 막대한 활동량을 뒷받침하려면 심장 근육에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심장 근육에 혈액을 전달하는 세 가닥의 혈관을 ‘관상동맥’이라 부른다.

관상동맥은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질환으로 인해 손상되고,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동맥경화가 진행돼 혈관 내부가 크게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

특히 관상동맥이 대부분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할 때는 ‘심근경색’이 나타나며, 혈액의 흐름이 저해되며 흉통과 함께 ‘협심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상동맥질환은 우리나라에서는 암에 이어 주요 사망원인 2위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흔한 사망원인이다.

연구팀은 제균치료와 관상동맥질환 위험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3~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 7608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4765명과 제균치료를 받은 환자 3783명, 제균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982명의 관상동맥질환 누적 발병 위험을 장기간 추적‧관찰했다.

관상동맥은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질환으로 인해 손상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앞서 연구팀은 수년 전부터,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각종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당뇨병‧고지혈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규명해왔다. 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위암‧위궤양 등 위장관 질환의 예방‧치료법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남녀 모두에서 제균치료를 받아 헬리코박터균이 박멸된 환자들의 관상동맥질환 누적 발병률이 제균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남성은 65세 이하에서, 여성은 65세 이상에서 이러한 예방효과가 컸다.

연구팀은 이러한 남녀 차이에 대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 에스트로겐 수치가 비교적 낮은 65세 이하 남성이나, 65세 이상 여성에서 제균치료로 인한 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해석했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위궤양 등 위장 병변을 유발하는 균으로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전신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비롯해 지질대사장애 유발, 혈관 손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험‧다빈도 질환인 위암과 심근경색을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가 규명된 만큼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된다면 제균치료를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