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지극한 사랑’ 까치·제비 전설 어린 애기똥풀[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6. 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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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자르면 애기똥 닮은 귤색 액즙 나와 애기똥풀
젖풀, 씨아똥, 까치다리…한방에선 ‘백굴채(白屈菜)’
켈리도닌 유독물질 든 독초의 일종…천연염료로도 사용
오월 서울 서대문구 안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어 늦봄과 초여름 산을 노랗게 물들인 애기똥풀꽃. 2021년 5월2일

<에그그 애기똥풀/꽃피어 진노랑 천지네/삼칠일이나 겨우/지났을까 말까한 애기/오로지 엄마 젖만 빨고서도/하늘 청청 고운 울음소리/햇빛 눈부신 웃음소리/만들어낼 줄 아는 우리 애기//올해도 어렵사리 새봄은 찾아와/ 애기 똥물 아낌없이 받아낸 애기 기저귀/들판 가득 풀어 널어 바람에 날리우니/적막한 들판 오로지/늬들 땜에 자랑차누나.>

나태주 시인의 ‘애기똥풀’이다.

늦봄과 초여름 논둑 밭둑, 전국의 산기슭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이 ‘큰금계국’과 ‘애기똥풀’이다. 꽃잎은 진노랑색이다. 줄기를 자르면 귤색, 등황색의 액즙이 나오는데, 갓난아기의 노란 똥과 같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 불린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속이 비어 있으며 식물 전체가 분처럼 흰색을 띠고, 어린 꽃줄기와 꽃봉오리는 흰 털로 덮여 있다.

서울 안산 기슭에 흰 꽃이 진 다음에 진노랑색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5월 26일 촬영

<나 서른 될 때까지/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해마다 어김없이/봄날 돌아올 때마다//그들은 내 얼굴/쳐다보았을 텐데요.//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얼마나 서운했을까요//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저기 걸어간다고//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시를 쓴다고.>

안도현 시인의 ‘애기똥풀꽃’이다.

애기똥풀은 산기슭이나 들에 지천으로 늘려있는데 잡초 취급 받는 탓인지 의외로 이름을 모르고 무심히 지나치기 쉽다. 자세히 보면 꽃이 참 이쁘다. 코딱지 같이 어여쁘고 개성 있게 생겼다. 그러나 워낙 번식이 잘돼 잡초로 취급받는다. 시인의 말처럼, 자신을 몰라주는 애기똥풀이 서운할 법도 하다.

진노랑 애기똥풀은 자세히 보면 어여쁘고 개성있게 생겼다. 서울 안산 2022년 5월1일

애기똥풀은 쌍떡잎식물로 미나리아재비목 양귀비과의 두해살이 초본이다. 애기똥풀은 전세계적으로 2종류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 중 한 종의 변종이 자생한다. 전국의 산기슭이나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몽골, 시베리아 등이 자생지라 한다.

젖풀, 씨아똥, 까치다리라는 별칭이 있다. 꽃은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가지 끝에서 산형꽃차례(꽃대 꼭대기 끝에 여러 개의 꽃이 방사형으로 달림)로 핀다. 꽃받침은 2장이고 꽃잎은 4장이지만 5∼6개도 더러 있다.

하나의 암술대에 여러개의 수술이 있고, 수정이 이뤄지면 수술대가 먼저 떨어져 나간다. 암술대가 길게 자라며 꽃잎이 진다. 열매 모습은 황새 다리를 닮았다는 황새냉이 열매와 많이 닮았다.

서울 안산의 애기똥풀. 2022년 5월 1일

애기똥풀은 귀엽기도 하고 약용으로 널리 사용되지만 독초의 일종이다. 애기똥풀을 많이 먹게 되면 어지럼증이 생기고 두통, 메스꺼움, 사지마비, 혈압 강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독초를 먹었을 때 나는 증상이다.항암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도 있었지만 2009년에 기능식품 사용불가 식물로 지정됐다. 애기똥풀에는 알칼로이드가 풍부한데 , ‘켈리도닌’이라는 유독물질이 포함돼 있어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의 세포분열까지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백굴채(白屈菜)’라고 한다. 위장염과 위궤양으로 인한 복부통증에 진통제로 사용됐다. 무좀 습진 버짐 같은 피부병 치료제로 사용됐다.여름철 모기나 벌레에 물린 자리에 애기똥풀 생초를 짓찧어서 알코올에 담았다가 바르면 가려움증과 통증을 다스릴 수 있다. 애기똥풀은 민간에서는 노란색 천연 염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됐다.

서울 안산의 애기똥풀. 2022년 6월 4일

애기똥풀 꽃말은 ‘몰래한 사랑’‘엄마의 지극한 사랑’이다. 슬픈 꽃말에는 가슴 아픈 전설이 여럿 전해내려온다.

옛날에 제비가 알을 낳아서 부화를 했는데 그중 앞 못보는 아기 제비가 있었다고 한다. 엄마 제비는 애기똥풀의 즙을 눈에 발라주면 낫는다는 말을 듣고 애기똥풀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애기똥풀을 발견했는데 아뿔싸 뱀이 이 꽃을 지키고 있었다. 엄마 제비는 뱀과 싸우다 그만 죽고 말았다고 한다.

또다른 얘기도 있다. 눈을 뜨지 못하는 새끼 까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는 어미 까치의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눈을 뜨게 하려고 밤까지 낮 삼아 지극정성으로 애기똥풀을 물어와 그 즙을 발라 주었다. 새끼 까치는 눈을 떴지만 어미 까치는 그만 기력이 쇠해 죽고 말았다고 한다.

글ㆍ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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