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클리닉] 소형견일수록 심장 판막에 문제 생긴다
사람의 심혈관 질환, 특히 '돌연사'를 불러오는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관상동맥 문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강아지 심장질환은 대부분 심장 '판막' 변성에서 시작한다. 특히 '이첨판' 쪽이다.
문제는 노령견의 1/3이 걸릴 정도로 많다는 것. 말기에 이르면 기침을 하며 각혈을 하거나, 코피를 쏟고, 기절하는 예도 생긴다. 완치가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 분야 전문인 김정현 건국대 수의대 교수에게 물었다.
심장 판막 쪽에 왜 문제가 생기는가?
아쉽지만, 그 이유가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현재의 주된 가설은 유전적 특성 때문에 판막 변성이 잘 일어난다는 정도다. 특히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판막(이첨판, 또는 승모판)에 변성이 잘 생기는 아이들이 있다.
어떤 견종들인가?
치와와, 요크셔테리어, 몰티즈, 미니어처푸들, 파피용, 닥스훈트, 카발리에킹찰스스파니엘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키우는 아이들이다. 특히 '카발리에 킹찰스 스파니엘'은 어린 나이에 발병하고, 진행 속도 또한 빠르다.
언제부터 이상이 생기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이가 가장 큰 이유다. 꼭 특정 견종이 아니더라도 7살, 8살만 넘어가면 심장 판막에 변성이 시작되면서 약 33%가 이 병에 걸린다. 강아지 전체 심장질환 75~80%가 이 질환이라 할 정도로 흔하다.
미리 알아챌 방법은 없는가?
심장이 커지면 주변의 폐와 기관지를 압박하는데, 그러면 기침이 잦아진다. 기침하면 흔히 폐 쪽 문제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심장 쪽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 그런 기침은 더 위험하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잠잘 때 호흡수를 재보는 것도 좋다. 개는 분당 15~20회, 고양이는 20~25회 이하가 정상이다. 하지만 견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호흡수가 평소와 얼마나 달라졌느냐가 포인트다.
판막 변성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오나?
심장 밖으로 피가 잘 돌지 않으니까 뇌도, 몸도 산소가 부족하다. 혀나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는 무기력증이 온다. 갑자기 기절도 한다. 폐수종도 문제다. 폐에 물이 차는 것이다. 숨쉬기가 힘들어 계속 헉헉거리게 된다.
병이 있는지 어떻게 찾아낼 수 있나?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심장박동이 빠르고 잡음까지 들리면,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본다. 판막 기능이 나빠지면 심방에서 심실로, 또 동맥(대동맥, 폐동맥)으로 빠져나가야 할 피가 못 나가고 역류하니 심장이 부푼다.
심전도와 심장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3D 심장 초음파나 심장조직 도플러(Doppler)로 심근 운동 이상까지 관찰하는 정밀검사도 가능하다.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고칠 방법이 없나?
안타깝게도 완치할 수 없다.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수의심장전문의들이 함께 만든 진단 및 치료법. 병을 A~D단계로 나눠 그에 맞춰 치료한다.
심장 수축을 도와주는 강심제, 혈관 압력을 낮춰주는 혈압 강하제, 울혈을 줄여주는 이뇨제 등을 잘 섞어서 사용하게 된다. 특히 노령동물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신부전 등 다른 질환까지 고려한, 다각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판막 문제로 판정이 나면 얼마나 생존할 수 있나?
다른 병 없이 판막질환만 있다면, B 단계는 잘 관리하면 발병하고도 5, 6년 후까지 살 수 있다. 하지만 병이 깊어진 C, D 단계라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더 살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선 병원에 오자마자 사망하는 때도 꽤 있다. 폐수종 같은 합병증도 함께 오기 때문이다.
평생 약 먹는 것보다 수술로 나을 수 있다면….
카테터(catheter)로 인공판막을 삽입하거나, 이첨판(승모판) 성형술 등이 드물게 시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높은 비용, 마취 위험성, 그리고 천차만별인 성공률 등이 아직은 한계다. 특히 심장병 수술을 하자면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아주 위험하다는 것도 문제다.
보호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전적 원인과 노령화가 핵심이기에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 특히 8살이 넘어가면 6개월 단위로 심장 정밀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일단 발병했더라도 잘 관리하며 가는 것이 최선이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덜 고생시키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돕는다는 게 나의 진료 원칙이기도 하다.
평소엔 환자가 흥분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산책, 목욕, 미용 등에 다 적용된다. 호흡수를 주기적으로 기록하며 변화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욕 변화나 체중도 함께 기록해두면 좋다.
고양이도 판막질환 생기나?
고양이도 이 병이 없진 않다. 하지만 고양이는 판막질환보다는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비대성 심근병증'이 더 많다. 고양이 심장병 약 80%가 이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돌연사할 가능성이 큰, 중증질환이다.
한편, 김정현 교수는 건국대에서 2012년, 박사(수의내과학) 학위를 받았다. 잠시 대구동물메디컬센터에 있다 학교로 돌아온 후, 2019년 전임교수가 됐다. 미국수의내과학저널(JVIM)에 퇴행성 판막질환 조기 진단법을 게재하는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70여 편 논문을 실었다.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내과쪽 질환, 그중에서도 심장쪽 질환을 전문적으로 본다. 반려동물 비만세포 암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프로토콜을 특허 출원(2016년)하는 등 표적 항암 치료법도 연구한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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