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벌써 “장마 시작”…우리는?

김민경 입력 2023.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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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제주와 남해안 지역으론 일주일 남짓 비가 이어졌습니다.
제주 산간지역으론 200mm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고, 남해안 지역으로도 100mm 안팎의 비가 왔습니다. 이번 비 왜 이렇게 길게 이어진 걸까요?

■ 장마 같은 이번 비… 원인은 "정체전선"

최근 천리안 2A가 촬영한 한반도 위성영상입니다.

자료: 천리안 2A 위성영상 (5월 30~31일)


며칠째 남해안에 걸쳐 있는 비구름이 마치 장마전선처럼 긴 띠를 이루고 있죠, ‘정체전선’입니다.

정체전선은 일반적으로 성질이 다른 두 공기층이 맞부딪쳐 팽팽히 맞설 때 만들어지는데, 보통 한쪽에서 세력을 소진할 때까지 장시간 머무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마전선’도 정체전선의 일종입니다. 이번엔 이 전선을 기준으로 북쪽에선 차고 건조한 공기, 남쪽에선 이동성 고기압이 맞서며 형성됐는데요, 남해안을 중심으로 걸쳐져 일주일 남짓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정체전선의 끝자락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남부지방까지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자료: NHK 기상정보


이 영향으로 같은 기간 일본 남부지방에서도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일본 기상청은 이 비를 '장맛비'로 봤습니다. 같은 전선 상에서 비가 내렸지만, 우리 기상청은 이를 '정체전선'으로, 일본 기상청은 '장마전선'으로 각각 분석한 셈입니다.

■ 일본 기상청, 이른 "장마 시작" 선언

일본 기상청은 닷새 전, 그러니까 지난달 29일부터 후쿠오카가 있는 규슈 북부와 오사카가 있는 긴키, 시코쿠 등지에서 장마가 시작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시작된 시점입니다.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장마 시작 시기를 보면,

자료: 일본 기상청 (지역별 장마 시작시기)


오키나와를 제외하곤 규슈 등 일본 남부지역은 평년과 비교해 일주일가량 이른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특히 킨키 지역에서 5월에 장마가 시작된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평년 이맘때 일본 남부지방에서 6월 5일 전후 장마가 시작된 것과 비교하면 올 장마가 빠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우리 기상청, "장마 시작 아니다"

같은 전선 상의 비구름이지만 우리 기상청은 장마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장마를 판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상청이 장마를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은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태평양 해역으로 붉게 표시된 기단인데요,

자료: 기상청 장마 백서 (장마 시기 기단의 배치)


우리 기상청은 남쪽 해상에서 확장하는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 차가운 성질의 고기압, '오호츠크해 기단'이나 '대륙성 기단'과의 경계에서 형성되는 정체전선을 '장마전선'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체전선을 형성한 건 앞서 언급한 이동성 고기압입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비가 연속해서 내리는 시기를 중요하게 봅니다. 기단과 상관없이 5~6월 이맘때 정체전선이 형성되고 이 영향으로 비가 계속 이어지면 이를 장마의 시작으로 판단합니다.

올해 일본의 이른 장마는 북상 중인 2호 태풍 '마와르’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자료: 기상청 (2호 태풍 ‘마와르’ 예상경로 6월 2일 16시 기준)


이 태풍이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상해 올라오는 동안, 일본에 형성된 정체전선이 남쪽으로 물러나지 않도록 아래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한 거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전선의 영향을 장기간 받으며 이른 장마의 시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 우리나라 장마, 언제 시작될까?

평년 우리의 장마 시작 시기는 6월 하순인데요. 제주지역에서 6월 19일, 남부지방은 23일, 중부지방은 25일에 시작돼 한 달 정도 이어집니다.

일단 예보의 변동가능성은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이달 13일까지는 뚜렷한 비 예보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2009년 이후 장마의 시작과 종료 시기를 예보하고 있지 않아 현재로선 정확한 시기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신뢰도 있는 예보가 생산되는 다음 주 중후반쯤이면 제주 지역부터 대략적인 장마의 시작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장마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그런데 지금 태풍 '마와르'가 일본 남쪽에서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로 통과하는 중이어서 현재로선 태풍 통과 이후 상황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태풍이 물러난 다음 주 초엔 '북태평양 고기압'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다시 자리를 잡을 텐데요, 이 기압계를 확인한 이후 구체적인 분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

한 달 남짓 장마 기간, 한해 강수량의 30%가 집중됩니다.
그만큼 비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을 앞두고 배수로가 막힌 곳은 없는지, 침수나 산사태 위험지역은 안전한지,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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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inky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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