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칼 빼든 정부… '강대강' 대결 치닫나

최유빈 기자 2023. 6. 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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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노조 불법집회에 멍든 대한민국] ③ 노동계 대규모 시위로 마찰 불가피…정부 '강력대응' 시사

[편집자주]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들의 집회가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집단행동 과정에서 교통체증, 소음, 무단점거, 쓰레기 투기 등 각종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집회 단골 장소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일대 직장인들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거리의 '떼법'(법치를 무시하고 생떼를 쓰며 시위 등의 단체 행동을 벌이는 행위)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고 양회동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추모 문화제에서 경찰들이 조합원을 연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민폐집회에 못 살겠다"… 뿔난 시민들
② 경제 볼모잡고 안전 위협하고… 노조 파업에 '한숨'
③노조에 칼 빼든 정부… '강대강' 대결 치닫나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집회 이후 노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불법 파업에 엄정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양측이 강경한 태도로 맞서는 만큼 올해 하투(夏鬪)가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불법 집회 엄정 대응"…하투(夏鬪) 앞두고 심화하는 노정 갈등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노조 집회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했다. 국민 신뢰를 잃지 않도록 불법 집회에 대해 일관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2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주문에 따라 경찰청은 7월부터 순차적으로 기동대 인력을 증원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2개, 내년 상반기 4개 기동대를 추가 창설한다는 계획이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면책 방안도 추진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건설노조 불법집회에 대한 경찰청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경찰은 7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앞서 집회, 시위에 대비한 전국단위 훈련에 돌입했다. 오는 6월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집회의 해산과 검거 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찰이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 훈련을 재개한 건 2017년 3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훈련에 동원되는 인원은 1만2000여명에 달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경비경찰 동료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문을 통해 "경찰에게 주어진 법률과 권한에 따라 (불법 행위를) 제대로 막아내는 것이 경찰의 사명이며 존재 이유"라며 "국민들이 수시로 겪고 있는 회복할 수 없는 고통과 불편에 눈 감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경찰을 경찰답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여당, 집시법 개정으로 '야간집회' 막는다


지난 4월 민주노총의 1박2일 '노숙 집회' 이후 국민의힘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집시법 1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후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야간집회에 관한 법률 조항은 10년 넘게 입법 공백 상태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기본권인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집시법 개정에 반발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정부와 여당은 입법을 강행할 계획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비판 수위 높이는 노동계…격화되는 노정갈등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대구지부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는 정부가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고 자신들의 단체행동을 불법으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찰이 지난 5월25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노숙 농성 참가자 3명을 연행한 뒤 노정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합법적으로 진행한 '문화제'를 경찰이 '불법 집회'로 규정지었다고 주장했다. 문화제는 집시법 15조 예술, 체육, 오락 등에 관한 집회로 신고 대상이 아님에도 '집회 미신고'를 이유로 연행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노숙 농성 금지' 한 마디에 경찰이 태도를 바꿔 마구잡이 폭력 연행에 나섰다"며 "이중구조 해소를 외치던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재갈을 물렸고 권리를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금속노조는 지난 5월31일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주 69시간제를 비롯한 노동법 개악 폐기 ▲전방위적인 노조 탄압 중단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요구하며 주·야 4시간 이상 파업에 나섰다. 같은 날 민주노총도 전국 13개 지역에서 총력 투쟁대회를 개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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