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볼모잡고 안전 위협하고… 노조 파업에 '한숨'

김동욱 기자 2023. 6. 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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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노조 불법집회에 멍든 대한민국] ② 노란봉투법 제정 시 '파업 일상화' 가능성

[편집자주]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들의 집회가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집단행동 과정에서 교통체증, 소음, 무단점거, 쓰레기 투기 등 각종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집회 단골 장소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일대 직장인들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거리의 '떼법'(법치를 무시하고 생떼를 쓰며 시위 등의 단체 행동을 벌이는 행위)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노조 파업으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 중단을 촉구하는 경제인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민폐집회에 못 살겠다"… 뿔난 시민들
② 경제 볼모잡고 안전 위협하고… 노조 파업에 '한숨'
③노조에 칼 빼든 정부… '강대강' 대결 치닫나
노동조합이 도로·물류 등 주요 산업 인프라를 볼모로 요구사항 수용을 압박하면서 산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노조 시위 및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까지 떠안게 된 탓이다. 노조 파업에 따른 연평균 근로손실일수가 많은 상황에서 야당 주도의 노조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도 우려된다.


반복되는 시위·파업… 시민 불편에 경제적 타격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지난달 16~17일 총파업 상경 집회를 벌이며 서울 광화문 핵심 도로인 세종대로를 점거했다. 2만5000명 정도의 인파가 집회에 참가, 서울 도심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통제 도로를 피해 우회로를 찾았으나 차량이 몰리면서 퇴근길 정체를 겪었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사항 수용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택배노동조합 파업도 국민들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64일 동안의 총파업을 진행하며 하루 평균 40만 건의 택배 운송 차질을 발생시켰다. 울산과 경기 성남 분당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배송이 중단됐다. 당시 CJ대한통운본부는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할 것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국토교통부 점검 결과 합의 이행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CJ대한통운본부는 올해 초에도 택배기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돌입, 일부 배송 차질이 생겼다.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준 사례도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이유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벌였다. 물류가 막혀 철강·석유화학·시멘트·타이어업계 등이 큰 손실을 입었다. 업황 부진과 화물연대 파업이 이중고로 작용한 탓에 기업들의 피해가 가중됐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두 차례 파업으로 한국 경제는 총 10조4000억원의 직·간접 경제적 손실을 봤다. 투자와 수출이 각각 0.32%, 0.25% 줄고 고용은 0.17% 감소했다.

노조는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집회 및 파업에 나선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사례에선 노조가 되레 일반 노동자를 핍박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몇몇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지난해 총파업 과정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들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본부 노조원은 지난해 비노조원을 집단폭행했고, 지난 4월에는 택배노조 간부가 쿠팡 직원을 주먹으로 때려 논란을 빚었다.


안 그래도 파업 피해 큰 韓… 산업계, 野 주도 '노란봉투법' 우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파업을 대비해 경기 평택 수출 야적장에 배치돼 있는 경찰. /사진=뉴스1
한국은 해외보다도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성 악화가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2012~2021년) 임금 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한국이 38.8일로 일본(0.2일)보다 194.0배 높았다. 미국(8.6일), 독일(8.5일)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4배 이상 많다. 타협과 합의가 중요한데 파업을 강행해 기업에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야당 주도로 추진되는 노란봉투법이 통과할 시 노조의 일상화된 파업이 만연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산정 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 개별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규정하도록 했는데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산업계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사실상 노조의 모든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될 것으로 본다. 기업이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셈이다. 이 밖에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도급제 유명무실화 ▲가해자 보호법안 ▲경영권 침해 ▲파업 만능주의 확산 등도 노란봉투법의 후폭풍으로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경제주체가 노조법상 사용자 의무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손해배상책임 제한 내용으로 인해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수단인 손해배상청구마저 무력화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경영상 결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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